한국항공우주산업(KAI) 100억 원대 횡령 의혹
한국항공우주산업(KAI) 100억 원대 횡령 의혹
  •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02.26 10: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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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리온 헬기, 공군 고등훈련기 T-50 제작 방산회사 추적 보도

• 감사원의 담당 조사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외압 암시

• 감사원 조사관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 사장 횡령 혐의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 요청, 감사원 공식 발표에는 제외. 검찰은 1년 넘도록 수사했으나 아직까지 발표 없어

• 야당은 총선에서 ‘대통령 친인척 게이트’로 이용 說

국내 최대 항공 관련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과정에서 하성용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30여 건의 횡령 혐의들이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KAI 건과 관련하여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는지의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KAI의 관계자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2일 감사원은 ‘무기체계 등 방산비리 1차 기동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공개했던 내용 외에도 감사원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 왔던 ‘용처가 불분명한 상품권 17억 원 로비 의혹’, ‘가짜 법인계좌를 이용한 1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포함한 KAI 회사 차원의 내부 비리(非理) 단서를 포착하고 하성용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3명 등을 1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금액 횡령 및 배임 혐의(총 30여 건)로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제보자 A 씨는 주장했다.

10월 12일 감사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은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부풀려 547억 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겼고, 내부 직원이 자신의 처남과 공모해 인력공급업체를 차린 후 60억 원을 가로챈 사실만 확인했다.

▲ 2013년 8월 28일 오후 광주시 서구 세하동 부근 논에 추락한 공군 고등 훈련기 T-50 사고 현장. 고등 훈련기인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공동개발했다.

본지(本誌) <미래한국> 취재 결과 감사원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담당 조사관은 감사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수개월 지연되고 조사 결과마저 실제보다 축소 발표된 것과 관련, 외부(外部)의 압력을 암시하는 발언을 수차례 함으로써 외압(外壓)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직원 개인 비리라고 발표한 60억 원 횡령 건도 사실 회사의 조직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KAI 관계자 A 씨의 증언이다. 그는 감사원 담당 조사관도 회사의 개입에 방점을 두고 감사를 진행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 조사보다 2년 가까이 앞선 2013년 4월경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도 당시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하성용 사장의 KAI 경영관리본부장 시절의 비리 첩보를 입수해 은밀히 조사하다 중단했다는 점이다.

하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알려져 있지만, 언론 보도(주간조선 2014년 1월자)에 따르면 하 사장의 부인이 박 대통령과 18촌 관계로 친인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인물이다.

최근 야당(野黨)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前)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하 사장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 및 중단과 관련된 내부 정보를 4·13 총선에 적극 활용하려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KAI 방산비리의 사실 여부와 외압의 실체를 떠나 KAI 문제가 자칫 ‘KAI 발(發) 대통령 친인척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KAI는 1999년 10월 외환위기 이후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3사의 항공 부문이 통합돼 설립된 회사로, 국내 유일의 항공기 종합제조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 2조9000억 원, 영업이익 2857억 원, 신규수주 10조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고등훈련기(T-50),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 국산 항공기를 양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28일에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상품권, 외화대금 횡령 등 꼬리를 무는 의혹

KAI 관련 비리 의혹은 지난해 1월 감사원 감사가 실시되면서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먼저 SBS가 ‘상품권 로비 의혹’에 대해 지난해 2월과 4월에 걸쳐 수차례 보도했다. KAI가 최근 3년 동안 30억 원 가량의 상품권을 집중 구매했는데, 이 가운데 사용 내역이 없는 17억 원 분량의 상품권이 로비에 이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감사원이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채널A는 지난해 4월 7일 하성용 사장이 임원으로 재직 당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감사원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하 사장이 회계 담당 직원과 짜고 해외 거래용 명목으로 가짜 법인계좌를 만들어 환율을 허위로 계산해 차액을 이 가짜 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KAI 측은 이런 의혹과 관련된 본지의 질문에 “감사원의 발표에 없는 내용으로, 감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검찰이 조사한다니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 A 씨에 따르면 하 사장이 경영관리본부장 시절 자금 인출에 필요한 법인 인감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계좌 개설도 경영관리본부장 결재 사항이라서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이었던 하 사장이 이를 모를 수 없다고 한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발표에서 이런 횡령 혐의가 제외된 셈이다.

그러나 A 씨가 본지(本誌)에 밝힌 KAI의 내부 비리 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특히 외화대금 횡령에 대해선 하 사장이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인 2007년 3월부터 2008년 9월까지 허위 법인계좌의 입출금 내역까지 확보했다.

KAI에서 회사에 등록하지 않은 별도 계좌(우리은행, 예금주 한국항공우주산업, 계좌번호 1005-200-913389)를 만들어 외화수출대금 중 일부를 받아 총 1,045,000,000원을 조성해 총 6차례에 걸쳐 전액 인출한 후 해당 계좌를 해지하는 방식으로 10억여 원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 KAI의 관계자 A씨가 본지에 제시한 우리은행 허위계좌 사본

제보자 A 씨는 이에 대해 “KAI의 조사를 담당한 감사원 직원이 외압 때문에 조사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면서 “감사원 직원에 따르면 감사원이 하성용 사장을 포함한 1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 시키고 계좌 추적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감사원 직원이 외압 때문에 조사 과정에 압박을 받고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본지(本誌)가 입수한 감사원 직원과 KAI의 내부사정에 대해 감사원에 알린 제보자 사이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감사원 직원, “13명 검찰에 고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

“(KAI) 저항이 심하다. 감사원 조사 내용을 검찰에 넘기고 있고, 검찰이 관련자 계좌 추적 등 내사하고 있다.”

“검찰이 감사원의 수사 요청 대상자 13명을 전원 출국금지 조치했다. 상품권은 문제가 되는 게 11억 원 정도인데 (로비 대상자 사용을) 일부 확인했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외압이 심하지만 감사 중단은 있을 수 없다. 상당히 큰 금액이 걸려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도 꾸준히 조사 중이다.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도 우리가 준 자료를 말아먹지는 못한다. 어떤 누구도 큰 물줄기는 바꾸지 못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감사 발표에서 주요 임원 횡령 사실 제외된 것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한 부정 및 비리 부분은 올리지 않았다. 감사원의 부정 척결 의지는 확고하다. 방사청에선 금액 환수 등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감사원 직원과 제보자의 대화 내용을 보면 감사원이 하성용 사장을 포함한 KAI 주요 임직원들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30여 건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파악하고, 관련자 13명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감사원 직원은 전반적인 감사 과정에서 외부의 압박을 받고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KAI 내부의 비리에 대한 척결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또 2015년 10월 12일 언론 공개에서 KAI 임원진의 주요 비리 혐의가 제외되기 전인 2015년 6월만 해도 감사원이 6월말 경 KAI 임원진의 주요 비리 혐의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또 다른 감사원 직원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이 먼저 발표하고 이를 받아 검찰이 포함된 정부합동수사단이 재차 확인한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변경돼 감사원이 2015년 10월 축소 발표를 하고 현재까지 합수단은 감감 무소식인 상황이다.

외압의 정황은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감사원을 압박한 사실로도 간접 추측할 수 있다. KAI의 우주탐사 R&D(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할 예정인 진주시를 지역구로 하는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1월 28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KAI의 경우 현재까지 방산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게 없는 데도 국내 최대의 방산업체라는 이유로 합동감사반이 현지에 상주하면서 고강도 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면서 “KAI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수시로 불려가는 등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과도한 감사로 인해 미국 수출 등 KAI의 활로 개척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박 의원이 KAI 측의 로비를 받고 이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국회의원이 감사원의 감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정도이니, 당시 감사에 대한 또 다른 압력이 있었음은 짐작이 가능하다.

KAI의 관계자 A 씨는 이와 관련 “물론 실패했지만 감사원 직원으로부터 황찬현 감사원 원장을 상대로 한 로비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도 들은 바 있다”고 증언했다.

KAI 사건 정치권 이슈로 비화

KAI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KAI가 8조 원 대에 달하는 공군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주관사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과 체결한 계약도 세간에서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방사청 창설의 주역이었던 전(前) 방사청 고위 장교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입당해 KF-X 사업 계약에 얽힌 비화(秘話)를 폭로하려 한다는 추측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소문의 내용은 KAI가 지난해 말까지 KF-X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정부 핵심부를 상대로 로비를 전개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KAI 관련 내부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입찰에 대한 참가 자격 자체가 문제가 돼 입찰 결과와 그에 따른 계약도 무효화 될 수도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되는 또 하나의 ‘설(說)’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연관돼 있다. KAI에 대한 감사원 조사 이전인 2013년 4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관 등 3명이 청와대 인근과 현지에서 KAI 관계자를 만나 당시 사장 내정설이 돌던 하성용 사장의 경영관리본부장 재직 시절의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에 나선 것은 하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먼 친척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주간조선> 2014년 1월 보도)에 따르면 하 사장의 부인이 박 대통령과 18촌 관계로 친척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 지난 1월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는 하성용 사장.

실제 하 사장 관련 혐의가 사실이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다음 달에 KAI의 사장으로 취임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당시 조사를 관할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책임자였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더민주에 입당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는 데 있다.

조 전(前) 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할 때부터 정치권에선 그가 청와대 관련 ‘X-파일’을 들고 야당으로 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했다. 문재인 전(前) 대표가 조 전 비서관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공을 들였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야당의 의지에 따라선 KAI의 방산 비리가 한순간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럴 만한 게 KAI의 KF-X 계약에 불만을 품은 전직 방사청 핵심 장교와 KAI의 하성용 사장을 은밀하게 내사했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야당에서 힘을 합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사건을 키워 4·13 총선에서 활용하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초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인계받고 계좌 추적 등 중요한 수사를 마쳤다는 검찰은 현재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권의 총선 이슈로 비화되기 전에 KAI의 하성용 사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의 비리 혐의에 대해 사실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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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16-11-01 09:34:17
부정이나 무능에 대해서는 인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 피빨아먹고 비리저지르는 놈은 용서 할 수 없다

7382 2016-02-26 12:36:40
역시 소문이 많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