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들의 험난한 국내 정착기, 건강한 탈북민 시민 사회 구축해야
탈북인들의 험난한 국내 정착기, 건강한 탈북민 시민 사회 구축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6.02.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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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탈북민과 북한 해방

대량 탈북과 입국 시작된 지 20년, 정부는 아직도 탈북민들 못 믿어 응분의 역할 맡기지 않는 게 문제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식량난으로 인한 대량 아사(餓死)는 수십만 명의 탈북민을 양산했고,  현재 약 3만 명의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1990년대 말부터 탈북민의 국내 입국이 대폭 증가하여 한해 1000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2009년에는 한해에 약 3000명이 입국할 정도로 증가하다가 2012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남성이 주류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이 급증하여 현재는 탈북민의 70%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탈북민들의 특징은 탈북 연령이 30대>20대>40대>10대>50대>60대 이상>10세 미만으로 한국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여 시민으로서의 활동을 해야 하거나 시민으로 성장해야 할 연령층이 대부분이며, 탈북 노인들의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탈북민의 증가와 함께 재북 당시 직업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면 무직자와 노동자의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어 실제로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필요로 한다. 

탈북민의 재북 당시 거주 지역은 함경북도 출신이 가장 많고, 양강도와 함경남도 출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분단 이전의 지역명으로 말하면 함경도 지방 출신이 무려 86%에 달하고 있어 지역적 편중이 심하다. 

이들의 대한민국에서의 거주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에 집중되어 있고, 거주 특성상 대부분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때문에 탈북민 밀집지역이 나타나 일부 지역에서는 탈북민들과 갈등이나 감정적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들의 경찰에 대한 집단 구타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등의 사건은 탈북민 사회가 겪고 있는 집단 소외감과, 목숨 걸고 찾아왔지만 길을 찾지 못해 갈등하는 탈북민들의 절망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경제적 적응 

탈북민의 한국사회 적응은 만만한 것이 아니며, 특히 경제적 자립은 요원한 문제다. 탈북민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합리적 대안은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지만, 한국사회의 고학력과 취업난을 고려하면 정규직의 고수익 직업을 갖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일 수 있다. 특히 탈북민의 대부분은 여성이기 때문에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탈북민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3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자립률이 매우 낮다.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6%로, 탈북민의 특성상 경제활동을 열심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태 속에서 탈북민들이 한국에 입국하면서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절망감으로 전환되면서 제3국으로 탈남하거나 북한으로 재입북하여 대한민국에서 겪었던 수모와 고통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이것을 이용하여 대대적인 선전을 감행하고 있다.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45만 원으로 매우 낮다. 그중 100만~150만 원이 42.5%로 가장 많고, 150만~200만 원이 24.3%, 300만 원 이상 임금을 받는 사람은 1.1%에 불과하다. 

사회적 관계 적응 

탈북민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지원으로는 의료지원과 경제적 지원, 교육지원으로 실제적으로 경제적인 적응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적응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시민의식과 소속감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 사회의 특징은 한국에서는 탈북민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이게 되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만난 적도, 함께 생활한 적도 없는 사람들로서, 탈북민 상호간에도 유대감이나 친밀도가 별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에 와서 하나원에서 처음 만났거나 탈북 과정에서 중국에서 서로 만난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카테고리 묶어 탈북민 집단으로 분류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시도가 진행되고 있고, 민주주의 사회의 특징상 다수결에 의한 정책 실행은 탈북민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들끼리 뭉치지 않는다”, “탈북민 대표 단체가 없다”, “탈북민들끼리 서로 비난한다”등의 소감은 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거나 탈북민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씩은 하는 말이다. 심지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나 통일부도 이런 시각을 가지고 탈북민의 정착 지원 정책을 짜고 있다. 

탈북민 시민사회 구축이 절실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에 와서 처음으로 다른 탈북민을 만나는 것이며 탈북민 개개인들이 느끼는 서먹서먹한 점이나 생소함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거나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통행이 제한되고, 거주지 이동이나 직장 이동이 차단된 폐쇄된 지역에서 살면서 폐쇄적 성향을 가진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전혀 모르고 지냈던 탈북민들을 만나 갑자기 친해지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이러한 고려 없이 탁상공론적 정책을 양산하다보니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대량 탈북시대가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되어도 탈북민 시민사회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북민 시민사회를 구축하고 이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부합되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인입시킬 때에도 매우 중요한 전례가 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발표한 탈북민들이 남한 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발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창기 탈북민들도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답했고, 한국 사람들이 차별한다고 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에 20년 전에 느꼈던 것과 동일한 감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 이것은 탈북민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사료된다. 2010년 필자가 탈북민 출신 중학교 2~3학년 학생 3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이유는 북한에서 살다온 것이 알려졌거나, 북한 억양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물론, 탈북 대학생들도 동료들 앞에서 탈북민이라고 말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 탈북민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이 통일 준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을 때다. 사진은 탈북민의 국내 정착 지원 기관인 하나원 전경.

상대적 빈곤감

이런 이유로 탈북민 대안학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고, 이것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여 탈북민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끌어가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탈북민이 한국에 왔으면 지역사회와 친근해져야 하고,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탈북민 대안학교를 만들어놓고 탈북민들을 따로 데려다 공부시키면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이 어려운 폐쇄적 집단이 될 우려가 크다.

이들이 후에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과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적개심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IS 같은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에 와서 생활하는 탈북민 치고 북한의 수령왕조체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옥 같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탈북민도 없다.

그러나 탈북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차별과 편견, 경쟁사회에서의 소외감, 국가 의존적 삶에서 벗어나 개인 스스로의 자율성과 책임에 의해 살아가야 하는 삶의 어려움 등은 심리적 불안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벽이 높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옥수수밥만 마음대로 먹어도 부자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밥에 고깃국을 하루 세 끼 배터지게 먹어도 가난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거주지별로 모아놓고, 게다가 아이들은 대안학교에 모아놓고 교육을 시킨다고 하니, 이들은 한국에 와서 생활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북한 생활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차별 받으며 일하고 있고, 한국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언론까지 가세하여 탈북민들을 비난하고 인터넷에서는 탈북민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도배되기도 한다. 

이것을 참지 못하고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살 바에는 외국이나 가야겠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돈을 긁어모은 뒤 야반도주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북한으로 되돌아간다.

탈북민에게 역할을 달라
 
아무리 부모가 뛰어나고 능력이 넘쳐도 자식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정부가 아무리 훌륭하고 유능해도 국민 개개인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만들어주는 삶의 반경과 그늘이 꼭 필요하듯이 국민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고 지켜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 

현재 탈북민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역할의 문제다. 대량 탈북과 입국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어오지만 정부는 아직도 탈북민들을 믿지 못해 역할을 주지 않고 있고, 탈북민을 위한 어떤 영역에도 탈북민들이 아닌 한국인들이 독식하는 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운영 시스템에는 탈북민 지원보다는 탈북민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이 과포화 되어 있고, 탈북민 지원보다는 탈북민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인들이 독점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먼저 온 탈북민들이 탈북민들의 정착과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통일운동 등의 목적으로 만든 영세한 풀뿌리 시민단체를 돕기는커녕 출판물을 통해 비난하고, 법적으로 고소하고, 날조된 자료를 작성하여 검찰을 비롯한 기관들에 돌리는 식으로 압박하여 탈북민 단체들을 무너뜨리는 일을 서슴없이 감행했던 것이다. 

탈북민 단체가 70개나 된다고 비난하는데, 탈북민 단체 70개에 탈북민들이 두세 명만 모여서 활동하면 탈북민 일자리 210개가 생기고, 그 탈북민들이 다른 탈북민 10명만 도와서 어떤 일이든 하면 탈북민 일자리는 2100개로 늘어난다.

정부는 먼저 와서 한국사회의 문화와 구조와 정서를 깨달은 탈북민들을 적극 활용하여 건강한 탈북민 시민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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