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실패 예견된 사업
시작부터 실패 예견된 사업
  • 최승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3.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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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속았던 개성공단] 개성공단과 경제논리

남북경협 앞세워 무모한 사업 벌여 존재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린 개성공단

개성공단 폐쇄는 늦었지만 잘 된 일이다. 개성공단은 애초에 정치적 이유에서 결정된 비정상적인 투자로, 그동안 남북관계의 합리적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우리 국민들이 유사시 인질이 될 수 있는 구조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을 제한해 왔다.

또 북핵(北核) 해결을 위한 글로벌 국제공조의 예외가 돼 효과를 반감시켜왔다. 개성공단 폐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한 것으로,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처음부터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에 따라 추진된 투자였기에,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개성공단 폐쇄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글로벌 대북(對北) 제재라는 큰 틀에서 북한의 자금줄을 압박하여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 

경제적으로 매몰비용(sunk cost)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미 발생하여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이미 지불하여 돌이킬 수 없는 비용들은 미래의 비용이나 편익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비용들이다.

따라서 경제적 판단이 필요할 때 이전에 투입된 비용이 합리적으로 지출되었든 비합리적으로 지출되었든 간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개성공단 투자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비용이 아깝기는 하지만, 미래의 합리적 결정과정에서 개성공단 투자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개성공단 참여는 ‘묻지 마 투자’ 

개성공단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간 합의 이후 개성에 조성된 것이다. 공단 조성 때부터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약속이 있었지만 주요 기업들은 참여를 하지 않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크게 벗어난 남북경협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인식해서 일 것이다. 대신 정부 지원을 노린 100개 이상의 중소·중견업체들이 참여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가까워진 시기였지만, 북한의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투자협정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 마 투자’에 해당하는 무모한 행위였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정부의 투자 지원 혜택에 의지하여 입주했다. 

사업을 하는 기업가는 스스로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투자금을 보장받는 투자라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부담으로 마련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정부가 투자금 보호장치를 마련한 개성공단은 그 자체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났다. 

북한은 정상적인 투자활동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다. 법보다 명령과 지시가 우위에 있는 곳이며, 투자 회수는 물론 재산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곳이다. 장기적으로도 정상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신용도 없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를 갖고 있다. 

이번 북한의 투자자산 및 물품 동결사태는 2006년 체결한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의 ‘상대방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못한다’는 제4조 1항을 위반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과 혈맹 관계에 있는 중국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개성공단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수시로 약속을 어겼고 개성공단을 자신들 마음대로 통제했다. 3통(통신·통관·통행) 불허를 통해 우리나라를 압박했고 원하는 것을 얻어 냈다. 노동자를 통제하여 임금도 일방적으로 올리곤 했다. 북한은 그저 개성공단을 ‘달러 인출기’로 활용했을 뿐이다.

북한은 투자처로 안전하지 않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 군인이 쏜 총격에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 북한이다. 실제로 여행금지 구역이다. 국민을 보내면 안 되는 위험한 지역에서 공단을 운영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랫동안 비상식적인 일이 유지된 것 자체가 오히려 문제였다. 

투자 회수가 불가능한 곳에 개성공단을 건설하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민의 안위를 염려하여 저자세로 협상에 임했으며, 양보를 거듭하며 공단 재개를 반복했을 뿐이다. 

2014년 정부는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포함한 공단의 국제화를 추진했다. 공단의 국제화를 통해 북한의 불확실한 행위들을 제어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어떤 자본도 상식을 벗어난 투자에 나설 리 없었다. 투자의 안정장치가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는 곳에 외국 기업의 입주는 어불성설이었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이러한 잘못되고 미온적인 대처는 북한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폐해만을 초래했다. 

한국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달리 정부의 지원 정책에 이끌려 입주를 결정했다. 하지만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공단 운영 중단, 재가동의 반복으로 피해를 입었다.

정상적인 기업인이라면 공단에서 철수해야 했지만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이익집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의 원인이 북한에게 있어도 이를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돌리며 계속해서 지원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익집단화 현상은 지나친 혜택이 부른 부작용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은 상당히 많다. 개성공업지구를 조성할 때부터 전기·도로·수도 등의 인프라 건설, 입주 기업에 대한 저리 대출과 재정적 지원이 비정상적으로 공단 입주에 빠져들도록 한 것이다.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합리적 고려를 방해한 것이며, 결국 잘못된 투자결정에 이른 것이다. 

입주 기업들은 잘못된 투자라는 것을 알지만, 재정 지원이라는 달콤함에 취하여 철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태가 터지면 정부에게 지원과 조업 재개를 촉구하며 떼를 썼다. 그리고 피해액을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상당 액수를 보상받는다.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것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입주기업들은 이미 이익단체가 되어 버렸고 국민의 세금을 비효율적인 곳에 투입하라고 외친다. 무차별적인 지원이 입주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른 것이다. 비상사태가 터져도 결국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방법조차 모색하지 않았다. 

존재 자체가 모순 

2009년 6월 북한이 임금 월 300달러, 토지사용료 5억 달러를 요구하여 개성공단 의류업체 스킨넷이 입주업체 중 처음으로 철수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이처럼 스스로 자생할 방법을 찾고 스스로 결정한 투자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존재 자체가 모순인 개성공단을 조성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남북경협을 앞세우며 무모한 사업을 정부가 벌인 것이다.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투자로 인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고 말았다. 

만약 남북경협을 하려면 경제논리에 바탕을 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북한 근로자를 활용해 공단을 조성하고자 했다면 파주에 공단을 만들어 북한 근로자들이 우리 공단에 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렇다면 투자자금이 많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투자자산과 인력이 위험에 노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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