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한 문화 기행
괴테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한 문화 기행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승인 2016.03.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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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괴테 著, <이탈리아 기행>

어디를 가든 여행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17~18세기 유럽의 지성들이 이탈리아로 몰려가던 그랜드 투어(Grand tour) 시대에 이탈리아 여행은 유럽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37세 되던 젊은 시절 이탈리아 여행을 다니며 그리스 로마 문화에 심취하여 예술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높였다. 

괴테는 1789년 9월 3일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친구들을 두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마차로 출발, 이탈리아 북부의 볼차노부터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섬까지 주유했다. 

괴테는 가는 곳곳마다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이탈리아의 풍광과 유적, 유물, 생활상을 직접 스케치했다. 그의 소묘 작품은 전문화가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이 여행기를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그의 다양한 소묘와 수채화 작품을 보는 것. 그땐 사진기가 없었으니, 그의 그림은 당시 이탈리아의 풍광과 유물을 아름답게 포착해낸 의미 있는 삽화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은 고대의 찬란한 문화 유산을 직접 보고 느끼는 문명답사였다. 또 현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은 만나고 교류하는 인간적 소통과 배움의 길이기도 했다. 이 여행기는 괴테의 예술적 관심과 통찰,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가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수상록이다. 

괴테는 이탈리아 곳곳에서 만난 고대 그리스 예술작품들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예술작품에 대한 사랑이 깊어져 고대 그리스 작품들을 모방한 복제품을 수백 개나 사들였다. 괴테가 최고의 고대 예술품으로 꼽은 것은 ‘벨베데르의 아폴론상’과 ‘라오콘 상’이다. 괴테는 요하임 빈켈만의 고대 그리스 예술 평론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 고대 그리스 작품들의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성’을 만끽하며 찬탄했다. 

괴테는 여행 중에도 자신의 작품 구상과 이미 쓰고 있던 희곡과 소설 작품을 계속 써나갔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회화 공부를 위해 여류 화가 앙겔리카와 교류하고 페에샤펠트에게선 원근법을 배웠다. 인체 형상 연구에도 매진했다.

인간 형상의 소묘 실력은 자신의 표현대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술이 나에게 제2의 자연이 되고 있다”고 말할 만큼 그는 미술 공부에 푹 빠진다. 심지어 조형예술까지 도전하려다 꿈을 접기도 한다. 

그는 인체 연구를 하면서 손과 발, 육체의 각 부분을 그렸다. 괴테는 골상학과 인체 형상 연구에 매진하여 인체의 표현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게 되자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겨준 최고의 유산인 조각품들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하게 되었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그는 “이제야 보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만끽합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여행과 로마 방문은 괴테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줬다. 고대 문화예술에 대한 눈을 뜨게 했고, 인생을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해줬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그의 정신적, 예술적 감각과 안목을 놀라울 만큼 성숙시켰다.

나아가 그가 훗날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를 집필할 수 있었던 근원적 힘이 되었다. 괴테의 여정을 따라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여행하고픈 꿈을 갖도록 유혹하는 것은 괴테가 후세 독자들에게 남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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