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운동권 심판’ 화두 놓치면 필패
새누리당 ‘운동권 심판’ 화두 놓치면 필패
  •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3.16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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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시대추적] 20대 총선, 김종인 규정하기

이번 선거는 더민주를 ‘운동권 정치’로 청산하려는 새누리당과, 집권여당에게 경제 실패의 책임을 물으려는 더민주의 프레임 전쟁

선거는 규정하기(define) 게임이다. 선거를 규정하고, 나를 규정하고,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이 선거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방이 규정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3년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시종일관 국정을 마비시킨 야당과 그 야당의 핵심 주역인 운동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이것이 이번 선거에 대한 규정이다. 

▲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

당연히 상대 당은 심판의 대상인 운동권 정치에 갇혀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채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는 세력이다. 이것이 이번 선거를 보는 필자의 규정이다. 이 규정이 성공하면 이번 선거는 승리할 것이고, 이 규정이 실패하면 이번 선거는 실패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상대 당 규정하기에 심각한 혼란이 생겼다. 상대 당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으로 바꾸고, 당 대표로 새로운 구원투수를 영입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를 이끌며 ‘미스터 경제민주화’로 불리는 김종인 씨를 영입한 것이다. 지난 한 달간 그는 자신의 관록을 한껏 과시했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얼굴마담 역할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씨의 영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김종인은 먼저 선수를 쳤다. 자신은 공동대표가 아니라 단독대표라서 수락했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 같이 있던 문재인은 이를 면전에서 부인하기 어려웠다.  비대위 대표를 영입하는 자리에서부터 갈등이 생기면 자신이 준비한 회심의 한수가 최악의 악수(惡手)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김종인의 과감한 변신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기 직전 야당 핵심부에서는 호남 몫의 공동대표 설이 흘러나왔다. 김종인의 독주를 염려한 핵심 참모들이 흘린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이들의 면전에서 문재인 핵심 참모들의 계획을 거부했다. 그 시각부터 김종인 단독대표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김종인의 일성이 멋있다. “얼굴마담이나 되려고 더민주당에 올 결심을 했겠느냐. 당을 변모시키려고 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문재인과 운동권 정치인의 위기 극복을 도울 얼굴마담으로 온 것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단독대표를 쟁취하는 모습과 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의 낡은 진보의 구태를 청산하는 주역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다. 모든 언론이 김종인 대표의 화려한 말잔치를 주목했다. 그는 더민주의 성역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핵에만 매달리는 북한은 궤멸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야당 대표의 발언인가 하고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지금까지 제1야당의 모습, 특히 북한에 관한 입장은 종북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북한에 대해 편파적이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단 몇 분의 일의 비판을 해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철저히 북한의 도발에 눈을 감았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유가 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그간의 과정을 감안한다면 김종인의 발언은 핵폭탄이었다. 더 나아가 김종인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햇볕정책 만들어진 지 10여 년이 흘렀고 중국의 경제 규모, 영향력, 우리의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햇볕정책도 변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제안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와 지원을 통해 전쟁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대한민국의 햇볕정책에 대해 핵무장으로 응수했다. 당연히 실패를 인정하고 새 정책을 모색해야 합리적이다. 그러나 야당은 어쩐 일인지 합리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종북 좌파들은 오히려 북한을 압박한 미국과 대한민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북한 핵무장을 초래했다고 그 책임을 돌린다. 

이것이 그간의 모습이었기에 김종인의 거침없는 태도는 신선해 보였다. 이미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을 겸임한 김종인 앞에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운동권 청산론’으로 야당을 규정해야 승리할 수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당내 운동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희석을 시도했지만, 결국 더민주의 핵심 친노 운동권은 컷오프 대상에서 제외되며 생존했다.

혼란에 빠진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김종인의 더민주를 규정하는 데 있어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김종인이 이끌고 있는 더민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왔다갔다 했다. 일부 언론은 김종인이 더민주의 친노(親盧) 운동권 정치인들을 청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도 김종인 규정하기에 실패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우왕좌왕’ 이것이 새누리당에 대한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김종인의 더민주는 ‘운동권 야당 심판 프레임’을 유유히 벗어났다. 

국민의당에도 뒤지던 지지율은 원상태로 회복됐고, 수도권에서는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지지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지지율이 반쪽이 난 국민의당은 심각한 내분에 빠졌다. 탈당을 고민하던 더민주 수도권 의원들은 일제히 잔류를 선언했다. 

국민의당이 패배 위기에 직면하자 창당 주역의 하나인 김한길은 새누리당의 개헌 저지를 위해 야당이 통합해야 한다고 치고 나왔다. 의원총회에서 간신히 봉합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의 성공이 국민의당의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김종인이 종횡무진 하는 시기에 새누리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표면적으로는 상향식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내면은 총선 이후 주도권 싸움이다. 김무성 대표는 현재 조성된 비박(非朴) 우위 구도를 유지하여 총선 이후 여세를 몰아 당내 주도권과 대권을 동시에 쥐려 한 것이다.

이를 명분화한 것이 상향식 공천이다. 상향식 공천은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도전자들의 활동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상향식 공천은 현역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친박(親朴)은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는 한편, 당 대표를 장악하여 향후 대선에서 결정권을 가지려 할 것이다. 친박 입장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적극 지원을 거부하고, 정부의 권한을 심각히 훼손할 수밖에 없는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한 비박계에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 공천전쟁의 속배경은? 

따라서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대통령을 지원하고, 친박 구도를 실현할 현실적 힘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양보하기 어렵다. 서로 같은 당 소속원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전선이 달아올랐다. 따라서 상대 당을 공격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틈을 이용해 김종인과 더민주는 야당 심판론과 낡은 진보, 운동권 정치 심판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공격 방향을 잃었다. 야당 심판의 주역이 무대 뒤로 사라진 상황에서 더민주와 김종인을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주역으로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역으로 김종인에게 운동권 청산을 기대하는 처지가 되었다.

한마디로 문재인의 김종인 카드는 ‘신의 한수’였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야당 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절묘한 수였다. 시점 또한 새누리당 내분과 국민의당이 창당 과정에 전념하는 시기에 멋지게 해치운 것이다. 현재의 더민주 수도권 지지도가 이를 증명한다. 

선거에서 위기에 처한 당이 새로운 구원투수를 내세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표가 탄핵 역풍을 맞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하여 새누리당을 벼랑에서 구출해낸 전례가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각종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 결과 연이어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했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불러낸 이유였다.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 위기를 절묘하게 극복하고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이뤄냈다. 

당시 야당은 자만했다. 박근혜의 능력을 반신반의 했고, 야권이 통합되면 절대로 질 수 없다고 굳건히 믿었다. 야권이 연대하면 선거에서 이겼다는 역대 선거 결과도 이들의 믿음을 뒷받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대 총선에서 기득권 중진들을 탈락시키고, 신진들을 대거 기용하는 혁신 공천으로 당의 면모를 일신했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이 개혁과 혁신의 프레임을 가져갔다. 결과는 총선에서 과반수 획득으로 나타났다.

당시 상황을 평가하면, 야당이 자만하여 새누리당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야권연대에만 매몰된 사이, 새누리당에 투입된 박근혜 대통령이 당의 면모를 일신하여 국민의 기대를 받는 개혁과 혁신의 당으로 이미지를 변신시킨 것이다.  야당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묶어서 때리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지금 더민주가 김종인을 내세워 야당 심판 프레임을 돌파하고 있다. 상황만 약간 다를 뿐 여당이 내분에 휩싸여 이들의 변신을 허용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들이 야당 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벗어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공격으로 인해 운동권 세력을 유지하려는 기존 권력과, 새롭게 당을 재편하려는 세력의 갈등이 촉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김종인은 운동권 핵심은 하나도 안 건드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상당한 상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유권자 앞에 섰을 때 전신에 내분의 상처를 안고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김종인의 변모에 대해 실천 방향과 내용을 정하고 이를 실천해야 진정성 있는 변화라고 압박해야 한다. 

낡은 진보 청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낡은 진보 이념과 정책이다.  청산되어야 할 이념과 정책은 계급투쟁론과 무조건적인 북한 감싸기다. 계급투쟁론은 모든 사회 현상을 계급간의 대립과 투쟁을 통해 보는 관점이다. 이는 소련과 동유럽, 북한의 경우처럼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실패로 판명난 것이다. 

인간은 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과 협조를 통해 발전해 왔다. 물론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통한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지만,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에 양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이 무한 대립을 통해 정부를 무력화 시키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이유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대립을 해소하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모색하라는 것에 있다. 

따라서 낡은 진보 이념과 정책의 청산은 국회에서 상대방 입장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협력을 위한 대화에 나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로 입장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투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인적 청산을 이뤄 내야 한다. 낡은 진보 이념으로 무장하여 사사건건 대립과 투쟁으로 내달린 운동권 정치의 주역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이들을 감싼다면 그것은 낡은 진보 청산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운동권 정치, 친노 패권 그룹의 청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이 당내에서 직접 경험 했으니 그 속사정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이들이 낡은 진보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한 인물은 이해찬, 이목희, 김경협, 전해철, 정청래 등이다. 

김종인의 더민주는 변하지 않았다. 대립과 투쟁의 정치는 여전하다. 친노 운동권 핵심들도 김종인의 뒤에 숨어 여전히 건재하다. 무수한 말의 성찬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국회를 마비시키는 행태도 변하지 않았다. 선거법 통과를 위해 잠시 여당이 요구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더민주 스스로 행태 변화에 나선 결과가 아니다. 여당의 선거법과 연계 작전을 수용한 결과일 뿐이다. 테러방지법을 두고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모습은 여전히 더민주가 운동권 정당임을 확인시켜 줬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또 대북관과 더민주의 정강정책도 그대로다. 

인적 청산도 김종인이 그간 해온 말의 성찬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로 초라하다. 1차 컷오프 발표를 보면 친노 핵심세력은 그대로 둔 채 외곽만을 건드렸다. 광주의 강기정은 친노 운동권 핵심이 아니라 정세균 계로 분류된다. 그의 운동권 경력도 전남대 삼민투위원장 출신으로, 전대협 등 소위 NL 계열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운동권 심판 피해 가려는 물타기 싸움 

임수경은 누구도 운동권 핵심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간 당을 장악하고, 국회를 마비시킨 핵심들은 요리조리 다 빠지고 오히려 유인태, 문희상 등 야당 내에서 온건 합리적인 인사를 아웃시켰다.

컷오프의 구색 맞추기에 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친노 운동권 핵심들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결단을 보이지 않는다면 김종인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친노 운동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최근 김종인 주변의 말이 바뀌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처음 당에 나타났을 때 친노 패권 청산을 외칠 때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진 발언이다. 당이 위기를 넘겼다는 자신감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운동권 핵심들을 청산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짙다. 

이번 선거는 김종인과 더민주를 국정을 발목 잡는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새누리당과, 집권 여당에게 경제 실패의 책임을 물으려는 더민주의 프레임 전쟁이다. 이 싸움의 승패가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김종인의 더민주를 낡은 진보청산 프레임에서 빠져나가도록 방임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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