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분노한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수호천사
도널드 트럼프 분노한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수호천사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6.03.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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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 도널드 트럼프 승승장구의 비밀

과거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2012), 존 매케인(2008), 워싱턴포스트, LA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의 공개 반대 불구 승승장구

워싱턴=지난 3월 3일 수요일은 반(反) 도널드 트럼프의 날이었다. 이전 공화당 대선 후보들, 주요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슈퍼 화요일 선거에서 트럼프가 압승하자 이제라도 불을 꺼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는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라고 비판했고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은 “국가 안보 이슈에 관한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을 우려한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내내 해온 워싱턴포스트, LA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이날 역시 트럼프는 안 된다는 사설을 실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3월 8일 4개주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미시간, 미시시피, 하와이 등 3개주에서 승리했다. 롬니와 매케인, 유력 언론들의 반대가 공화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3월 15일 5개주에서 열리는 경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된다. 

롬니와 매케인, 언론들의 반대에도 트럼프의 바람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에 대한 이른바 ‘화가 난 백인 남자 노동자’들로 대변되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와 언론들은 무슬림들이 미국에 일시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국가안보와 외교, 미국의 가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치부하지만, 이번 경선에 기록적인 참가율을 기록하며 투표를 하고 있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의 미국 내 주요 언론의 반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트럼프 인기의 비결 

지난 3월 8일 미시시피에서 열린 경선에 참가한 공화당 유권자 중 75%, 미시간에서는 62%가 외국 무슬림들의 일시적 미국 입국 금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도 공화당 유권자 75%는 이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서가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과 다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 권위주의(authoritarianism)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위주의는 실제 독재자가 아니라 기존의 질서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개개 유권자들의 심리적 성향을 말한다.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위협을 받으면 자신을 보호하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강력한 지도자를 찾는다. 그래서 뜨고 있는 인물이 트럼프라는 것이다. 

다트머스대 카일 드롭 교수가 조사한 권위주의 성향의 미국인들이 두려워하는 위험은 테러, 무슬림, 동성결혼,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 등으로 신변 위협과 기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것들이다. 

공화당 내에 권위주의 성향을 띤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중 44%는 동성결혼이 미국에 해가 된다고 보고, 55%는 미국 도시에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짓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민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해 4월 퓨리서치 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53%는 이민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악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24%가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원의 71%는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답했다.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도 트럼프 지지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견해 역시 공화당원들이 높았다.  공화당원의 81%는 이민자들이 자기 출신국 전통과 문화를 고수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원의 74%는 이민자들이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래서 공화당원 중 3분의 2는 이민을 줄여한다고 답했다(민주당원은 33%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런 반(反)이민 정서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 내 모든 불법 체류자를 추방시키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가 되어 왔다. 트럼프 선거 유세장에서는 ‘영어는 1번을 누르라’(Press 1 for English)라는 구호가 외쳐진다.

영어를 모르고 스페인어만 쓰는 히스패닉들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는 전화를 하면 ‘영어는 1번, 스페인어 2번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영어를 써야 한다며 이 구호를 외치면서 반발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샨토 이엔가 교수는 “반이민 정서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의 다른 생활방식, 다른 종교, 다른 언어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어두운 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모스크를 가는 것을 보며 위협을 느끼면서 이민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의 인기는 공화당 지도부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민심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반작용의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이번 미시시피 경선에서는 아버지가 목사이고 침례교인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보다 많은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었다. 미국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크루즈 의원의 목표가 무너졌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기독교 신앙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성결혼이 연방대법원에서 합법화되면서 동성애를 죄로 보는 기독교 신앙에 따라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동성결혼을 반대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우려가 미국 사회에서 커지면서 기독교인들은 대통령이 되면 자신들의 신앙의 자유를 지켜주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이런 권위주의 성향이 커진 것은 그동안 믿고 따랐던 공화당 지도부가 이런 위협들에 대해 변변하게 대응하지 못해 쌓인 분노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했는데도, 건강보험(오바마 케어) 실시,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이란 핵협상 등 핵심 이슈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본 공화당 유권자들의 실망과 박탈감이 컸다는 것이다. 

윌리엄 버넷 전 교육부 장관은 칼럼에서 “공화당 지도부는 왜 오바마를 탄핵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얼마 전에 은퇴한 존 베이너와 미치 매코넬이 말은 요란하게 하지만 실제로 오바마를 막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왜 의회는 지갑을 쥐고 있으면서도 오바마 케어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를 사면하는 오바마의 불법적 행정명령을 막으려 하지 않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는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분노한 백인 노동자들의 수호천사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주요 공화당 지도자들이 뇌물을 받고 있고 비밀스런 이유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가만히 있다가 나가면 은퇴 후 로비스트로 수백만 달러의 연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넷 전 장관은 정부와 대기업, 언론, 정당 간의 유착관계가 있다며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자기 돈으로 선거를 한 트럼프는 이런 부패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하는 권위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커지면서 공화당은 기성 정치세력과 이들 권위주의 공화당 유권자들 간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년의 오바마 대통령 임기 기간 중 미국 사회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2001년 9·11 테러 후 처음으로 본토에서 극단 이슬람 세력에 의한 테러가 자행되었고, 미국 사회에 동화하지 않는 이민자들 등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는 ‘수호천사’로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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