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진보정치 청산 위해 다시 깃발을 들자!
낡은 진보정치 청산 위해 다시 깃발을 들자!
  •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3.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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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새누리당의 총선구도 실패와 남은 과제

몇몇 세력은 탈락했지만 핵심 운동권 세력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 

20대 총선에서 운동권 세력 퇴출 위해 전력투구해야  

불과 한 달만의 거대한 반전이 나타났다. 친노(親盧) 패권과 낡은 진보의 청산이란 4·13 총선의 기본 과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유권자는 무엇을 위해, 왜 투표장에 가야 하는지에 혼란을 겪게 되었다.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은 김종인의 친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노 패권의 부분적 청산 때문이 아니고, 새누리당의 공천 실패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내홍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염두에 둬야 할 기본 초점을 잃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20대 총선의 대결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선거구도의 초점이 진보운동권 정치의 청산이 되지 못하고 친박(親朴)이냐, 비박(非朴)이냐로 전락되고 만 것이다. 

운동권 정치 청산 위한 절호의 기회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실패할 수 없는 조건에 있었다. 180석이 넘는 너무 많은 의석을 갖게 되면 오히려 내년 대선에서 견제 심리 때문에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를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 분석이 가능했던 것은 첫째,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대한 이반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호남 민심은 친노 패권적 더민주의 문재인 세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었다. 

둘째, 좌파 운동권적 낡은 진보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 염증과 이반이 분명했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정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분명히 봤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는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신당의 명분을 ‘낡은 진보 청산’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좌파 운동권이 주도하는 극한 투쟁적 국정 발목잡기식의 정치에 대한 국민 염증은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그 결과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나타났다. 

더구나 새해 벽두부터 전체주의 북한은 남북관계의 기본 성격을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줬다.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연이어 6차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쏴대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의지를 확고히 했다. 전 세계는 북한에 경악했고 핵무기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북 관용이란 있을 수 없었다. 

햇볕정책은 스스로 파산한 것이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조차 ‘북한 궤멸’론을 얘기해야 했다. 국민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과 연이은 2·16 선언에 박수를 보냈다. 유엔은 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 2270호를 발동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을 내건 진보와 친북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었다. 

이쯤 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구도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의석 기준으로 새누리당이 절반 이하로 패배하는 최악의 국면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에 다행이라면 이미 굳어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는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165석 전후의 의석 확보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다. 

새누리당은 국면 주도권을 상실했고 4·13 총선에 형성되었던 대결구도를 해체시켰다. 새누리당은 유권자가 왜, 투표장에 가야 하는지를 설득할 명분과 절박함을 상실시켰기 때문이다. 국면과 기세의 변화를 다시 전환시키기 어려워졌다. 동풍이 서풍으로 바뀌면 다시 바람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바둑판에서 한 수 때문에 국면이 바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죽는 곳에서 사는 길이 나온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친노 패권의 상징인 문재인 전 대표는 수면 아래로 잠적하고, 경제민주화를 상징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나서서 진보 운동권세력을 쳐낸 것은 더민주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평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김종인의 비대위는 이해찬과 정청래, 그리고 대표적 좌파운동권으로 평가받던 송호창, 강기정과 전병헌, 임수경 등을 공천 탈락시키며 더민주가 낡은 진보적 정당이 아니라는 상징적 의미를 보여줬다. 

특히 송호창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와 함께 정치를 했는데도 유일하게 안철수를 따라 국민의당으로 가지 않았던 국회의원이었지만 공천 탈락시켰다. 강기정은 광주지역 국회의원이 다. 국민의당으로 옮겨갈 때도 유일하게 더민주를 지켰던 사람이지만 공천 배제되었다. 송호창과 강기정, 정청래 등이 공천 받지 못했다는 것은 친노 정당 청산과 진보패권의 청산 의지가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올 만했다.

▲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극복해 총선에서 야당 내 핵심 운동 권 세력의 퇴출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진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새누리당 입당 소감 발표 기자회견.

새누리의 한심한 작태 

비록 비례대표 공천에서 김종인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진보 패권 세력이 다소 부활한 것은 사실이지만, 좌파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4·13 총선 이후에 문재인 세력과의 제2라운드가 남아 있지만 일단 김종인 대표가 지금까지 한 것만을 가지고도 김종인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 획을 긋는 역할을 이미 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을 거꾸로 김종인 대표가 한 것이고, 더민주가 스스로 해낸 것이다. 그것이 향후 정치 국면과 2017년 대선에 가져올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다. 

더민주가 그런 진통을 겪고 있을 때 새누리당은 한 것이 없다. 더민주 분열로 만들어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즐기며, 배부르고 등 따뜻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새누리당 공천에는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할 정치세력이 어떤 집단인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국정 발목 잡는 국회와 정치권 물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조차 스스로 실종시키고 말았다. 

이한구 중심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親)이명박계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당시 수도권 공천은 이재오가, 지방 공천은 이방호가 좌지우지 했었다. 오죽하면 친박근혜 쪽의 공천 탈락이 속출하자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당시 그 말에 공감하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번 4·13 공천을 ‘비박(非朴) 학살 공천’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공천 기간 내내 ‘유승민’만 가지고 떠들며 갑론을박했다. 친박이냐, 비박이냐의 논란으로 점철되었다. 국정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기준이 되지 못했다. 눈 밖에 난 사람을 쳐내는 공천으로만 비쳐졌다. 

최소한의 명확한 기준도 없었기에 유승민과 정두언은 공천 탈락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누구나 인정하는 주호영과 조해진을 공천 탈락시키는 과오까지 저질렀다. 주호영과 조해진을 쳐내는 정치는 새누리당의 정체성 정립이 아니라, 정체성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이 친박 세력이란 패권을 의미하는 수준까지 오고 말았다. 

‘책임 없는 리더십의 전형’ 보여준 새누리 

더구나 누가 봐도 기득권의 상징인 서청원과 이인제 등 최고위원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유승민이나 이재오, 정두언 등을 공천 탈락시키는 상징적 조치와 몇몇 최고위원의 용퇴(勇退)만 있었어도 국민적 명분을 얻는 데는 충분했지만, 그것조차도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공천을 통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최악의 공천이 되고 말았다. 국민적 감동은커녕 정치적 메시지를 주는 데 실패했다. ‘유승민’을 처리하는 것에만 전전긍긍하고 책임 없는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줬다. 

정당도 하나의 조직이며 조직에는 목적이 있다. 조직 논리와 조직 목표에 맞지 않으면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은 정치적 대표성에 적합하고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적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학술 조직이 아닌 이상 학문적 지식수준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향후 어떤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어떤 가치를 구현할 것인가를 보여주면 되었는데 그런 정치적 가치와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고, 절박함조차 상실되어 있었다. 더민주가 보여준 절박함과 과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된 원인은 새누리당의 4·13 공천 목적이 친박(親朴) 세력의 당권 장악과 대선 후보 확보에 맞춰진 공천이었기 때문이다. 비박(非朴) 제거에 목표를 두다보니, 당연히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은 외면되었다. 부분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에서 신선한 인물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미 늦었고 국민적 외면이 깊어진 이후의 일이다. 

아마도 친박 세력은 2년 전 서청원을 밀었지만 김무성에게 당권을 내준 것이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이다. 당권을 장악한 연후에 그가 누구든 간에 친박 세력이 내세운 대선 후보를 가지고 2017년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가 최우선이 된 총선이 되고 말았다. 그런 논리가 바로 그들이 욕하던 패권 논리임을 잊어 버렸다.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욕하다가 스스로 그런 세력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것은 보수정당의 조직 논리라기보다는 당권 장악을 목표로 한 총선일 뿐이다.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고 있다면, 그건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이고 세상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당권은 장악하고 정권은 ‘포장된 진보 패권 세력’에게 빼앗기는 너무도 뻔한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 친노 패권의 중심 가운데 일부는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은수미·김태년·진선미·진성준·이인 등 더민주 내 운동권 핵심들은 건재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공공부문 노조 공동투쟁본부와 국회에서‘공공기관 임금피크제반대’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사노맹 출신의 은수미 의원(右).

낡은 진보정치 청산 위해 깃발을 들자 

남은 2주일의 선거운동 기간 새누리당에 남겨진 과제라면 20대 총선에 부여된 국가적 과제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비록 친노 패권의 중심이었다는 몇몇 세력은 탈락했지만 핵심 운동권 세력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 사노맹 출신의 은수미를 비롯하여 김태년, 진선미, 진성준, 전해철, 이인영, 최민희 등이 30명이 넘는 집단 세력이 그들이다. 

그들은 지난 30년간 계속해온 낡은 진보적 정치를 청산할 의사가 없고 그들은 여전히 한국정치를 좌지우지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며칠 간의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그들의 의도와 주도성을 과시한 바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과 하나도 다른 것이 없다. 북한 전체주의와 대응하며 테러세력과 싸우는 안보기관을 적대시하기 때문이다. 수십 명이 나서서 10시간이 넘은 연설을 감행할 수 있는 동력과 투쟁력을 새누리당의 겁쟁이들은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이제나마 다시 국면을 낡은 진보 패권의 청산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진보 패권적 후보에 대한 응징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낡은 운동권 세력이 정치적 주도권과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전력을 투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국회와 정치권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인권법은 물론이고 경제활성화법이나 노동관계법의 개혁을 저지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던 문제를 다시 확인시켜내야 한다. 4·13 총선을 거치며 국정의 기본 방향이 올바르게 정립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선거운동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편 가치와 대한민국 가치에 반하며 국정에 발목 잡아온 인사에 대한 표적 활동과 응징 활동에 나서야 한다. 정상적인 선진국형 정치가 이뤄지고, 건전한 의회민주주의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는 정치세력을 형성해 달라고 국민에게 읍소하는 데 전력을 투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진보운동권 정치가 종식되고, 의회민주주의자들이 비로소 국민의 삶과 국가 번영을 위해 경쟁하는 20대 국회가 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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