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의 ‘비밀 송유관’ 이용해 석유 밀수, 아프리카 독재국가에 공장·농장 운영…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기 까지는 중국의 강력한 반대, 러시아 정부의 ‘검토 시한 요청’ 등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비교적 매우 빨리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직후 사만다 파워 주(駐)유엔 미국 대사는 “20년 이래 최강의 제재안”이라면서 “북한 김정은 집단이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심각한 ‘구멍’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나미비아 매체 ‘더 나미비안’은 “정부가 북한이 세운 탄약 공장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미비안’에 따르면, 네툼보 난디-다잇와 나미비아 외교 부총리는 “북한이 우리나라(나미비아)에 지은 탄약 공장이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여기서 생산하는 제품은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품목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탄약 공장을 지은 곳은 윈드휙 지역의 레오파드 계곡 주변으로, 북한은 나미비아 정부와 협약을 통해 윈드휙 지역에 주정부 청사, 군사박물관, 참전용사 추모관 등도 지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범죄집단으로 지정하고 유엔 범죄마약국이 조사하면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부터 석탄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중단한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항 내 화물 전용 부두의 광물 이동통로. |
나미비아에서 탄약 공장 운영
‘더 나미비안’은 “나미비아 정부는 북한의 탄약 공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유엔에 관련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미비안’은 “유엔 안보리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북한 탄약 공장에 관한 사실은 2015년 말 미(美)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북한의 조선광산개발무역회사(KOMID)를 추적하면서 밝혀낸 것”이라며 “이 회사는 북한의 무기 밀매 및 미사일 수출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 나미비안’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북한이 건설한 탄약 공장 간에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북한은 과거 나미비아 독립에 큰 도움을 줬다”면서 북한을 옹호하고 나선 네툼보 난디-다잇와 부총리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의 아프리카 외화벌이 거점 가운데 하나가 짐바브웨다. 북한은 그동안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동상을 만들어주고, 그가 국민을 탄압하고 학살하는 데 사용할 무기를 팔아왔는데, 최근에는 이곳에서 대규모 담배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3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날 RFA는 “짐바브웨가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의 외화벌이를 적극 돕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북한은 짐바브웨 주재 무역대표부 주도로 현지에서 담배를 재배, 생산해서 수출하고, 그 수익을 북한으로 송금한다고 한다.
짐바브웨의 담배 농장에서 재배한 잎담배 일부는 중국인 명의의 위장 업체를 통해 북한으로 들여다가 ‘수출용 위조 담배’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RFA는 “잎담배 수출과 위조 담배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김정은의 통치자금, 또는 핵무기와 미사일 제작을 위한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짐바브웨 참전용사들의 묘지인 ‘영웅묘지’에 세울 대형 동상을 제작해서 제공하는 등 40년 가까이 독재정치를 해오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를 도우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독재자 무가베에게 각종 무기를 공급하고, 양민 학살과 주민 억압 등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의 친위대 겸 비밀경찰 조직인 ‘짐바브웨 제5여단’을 통해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의 자국 주민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부대를 훈련시킨 것은 북한이다.
구멍 뚫린 대북 석유수출 금지
1980년 10월 무가베 대통령은 김일성을 만나 자신의 친위대를 훈련시켜 줄 것을 요청하자 김일성은 1981년 8월 북한군 교관 106명을 현지로 보내 ‘제5여단’을 훈련시켰다. 1982년 9월 훈련을 마친 ‘제5여단’은 1988년 해체될 때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권 유린 행각을 벌였다.
지난 3월 16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중국 기업을 중개상으로 내세워 러시아산 중유를 밀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에 군사적 용도의 항공유 공급을 중단토록 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보도였다. 산케이신문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기업은 러시아 기업, 또는 동남아의 무역상을 통해 러시아산 ‘마주트 M100’이라는 중유를 확보한 뒤 선박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 기름을 싣고 나진항으로 보내는 형식으로 석유를 밀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진항에 석유가 도착하면 중국 기업은 ‘화물의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히고, 북한은 이를 몰수한 뒤 중국 내에 있는 북한의 위장기업이 중국 무역상에게 대금을 지급한다. 2014년과 2015년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량이 0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연료 대란을 겪지 않은 것도 이런 방식의 석유 밀매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중국 기업을 통해 수입하는, 러시아산 ‘마주트 M100’은 가격은 원유의 3분의 1일에 불과하지만, 정제하면 휘발유는 물론 유엔 안보리가 대북수출을 금지한 항공유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의 북한전문매체들도 국제사회가 시행 중인 ‘대북제재’ 가운데 대북 석유수출금지에는 상당한 빈틈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마주트 M100’을 비롯한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부족분은 중-북 간의 ‘지하 비밀 송유관’을 통해 몰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3월 중순부터 북한과의 국경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등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둠의 경로’까지 모두 막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15년 3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군부·노동당이 중국 조직폭력배와 결탁하여 외화벌이 사업을 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RFA는 사망한 장성택과 친분을 맺었다가 수천만 달러의 손해를 본 중국 동강시의 조폭 송기의 이야기를 전했다.
동북3성 조폭과 손잡은 북한
RFA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단둥시 남쪽의 동강시에 송기라는 조폭이 있는데, 그는 북한군, 노동당 39호실 소속 외화벌이 일꾼, 국가안전보위부 무역 간부들과 결탁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특히 국가안전보위부는 중국 동강시를 통해 밤에 자동차, 오토바이, TV 등을 북한으로 밀수하는데, 여기에 송기가 결탁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현지 소식통은 “중국과 거래하는 북한 외화벌이 간부 가운데 송 씨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특히 장성택이 살아 있을 때는 그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조폭 송 씨는 장성택이 살아 있을 때 평양 양각도 호텔에 가서 도박을 하고, 황금평, 위화도 개발 등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장성택을 믿고 2012년 평양 대동강 호텔 리모델링 공사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장성택이 숙청당하면서 투자금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지금도 송 씨는 동강시 보화집단, 동강 수산물 도매시장, ‘바다 출입증’ 발급권한도 갖고 있다”면서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 나포되는 중국 어선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에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단체, 개인들까지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앞서 언급한 각종 범죄행위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다른 문제도 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은 통치, 무기개발, 지배층의 사치를 위해 다양한 외화벌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소 5만 명, 최대 11만 명으로 추산되는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도 사실상 ‘노동 착취’를 당하는 것임에도 안보리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의 4차 핵실험, ‘광명성 4호’라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다 보니, 김정은을 도와 북한 주민 억압, 사이버 공격, 대외 협박과 선전선동, 외화벌이 관리 등에 관여하는 다른 김 씨 일가, 즉 김설송, 김정남, 김정철, 김여정 등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에 ‘빈 틈’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미국 정부는 독자 대북제재를 내놓으면서, 북한의 근로자 해외 파견 등 ‘빈 틈’을 메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함께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이 내놓은 독자 대북제재에도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바로 북한의 ‘도발 행위’를 제재의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치계에서는 이것이 합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북한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김 씨 일가의 세습 통치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엔 안보리와 주요 국가의 대북제재는 ‘행위’가 아니라 ‘인물’로 중심을 옮겨야만 그 효용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 북한은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에공장·농장 운영, 무기 밀매를 하는 등 대북제재를 피해가고 있다. 박춘일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右)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라 이집트에서 추방될 수 있다고 UPI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가 1월 14일 트위터에 북핵과 관련한 박 대사 발언을 전하면서 올린 것. |
제대로 작동하는 대북제재 : 김정은의 ‘손발’ 끊어라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대북제재가 나와야 북한의 망나니짓을 틀어막을 수 있을까. 사실 전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국제테러조직과의 전쟁이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한미일 등의 독자 대북제재는 제재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인, 기관, 단체를 모두 합쳐도 100여 곳이 채 안 된다. ‘세컨더리 보이콧’ 또한 이들과 거래하거나 도운 사람들에 해당될 뿐이다.
반면에 과거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시절 알 카에다나 탈레반과 관련이 있어 보이면, 일단 ‘애국법’ 등의 대테러 법률을 근거로 구금해 조사했다. 영장이나 재판도 없을 정도여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와 같이 작동하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범죄조직에 다름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 대북제재는 ‘범죄조직’이나 ‘테러조직’을 다루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거대한 범죄조직, 테러조직이다. 통치 방식이나 국가의 재정수입을 얻는 방식,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하는 방법도 남미나 러시아 마피아, 알 카에다나 IS와 별 차이가 없다.
현재 한국, 미국, 일본, EU, 호주 등 독자 대북제재를 시행 중이거나 추진하는 국가들, 유엔 안보리 등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대접해주면서 그 정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집단이 ‘국제범죄·테러조직’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엔 안보리 뿐만 아니라 유엔 범죄마약국(UN ODC)이 함께 맡도록 바뀌어야 한다.
유엔 범죄마약국은 기존의 국제사법공조 조직인 ICPO(인터폴)로도 막지 못하는 국제 범죄를 조사하고, 이를 회원국이 힘을 합쳐 막기 위해 만든 부서다.
이 부서에서는 마약밀매, 가짜 상품 거래, 인신매매 및 노예노동, 불법 무기밀매, 불법 장기밀매 등을 모두 다룬다. 북한이야말로 유엔 범죄마약국이 다루기에 가장 적절한 국제범죄·테러조직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정상 국가가 아니라 범죄집단이라고 지정하고, 유엔 범죄마약국과 함께 북한의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사법처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북한은 빠른 시일 내에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비합법적이고 비공식적으로 북한 김정은 집단을 돕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범죄까지 옹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국가가 아니라 해당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법처리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행위’보다 ‘사람’ 중심의 제재 가동해야
거악(巨惡)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비록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고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지만, 외곽에서부터 그 손발을 끊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은 집단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유엔 회원국에서 모두 ‘범죄 용의자’ 취급을 받게 되면,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자금도 봉쇄할 수 있고, 통치자금까지 말려버릴 수 있으니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유엔 안보리와 한미일이 내놓은 제재안의 핵심이 ‘북한 외화벌이 사업 중단’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북제재가 ‘행위’가 아닌 ‘사람(또는 집단)’을 중심으로 바뀌면 예상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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