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독일로, 독일을 유럽으로 만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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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태격 미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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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한스 디트리히 겐셔를 떠나보내며

독일은 제3당인 자유민주당(FDP) 당수(黨首)를 역임하였고 부수상 겸 외무장관을 역임하였던 선, 후임 두 인물을 지난 3월 2주 사이로 잃었다.

▲ 한태격 브리지 엔터프라이즈 대표·미주 칼럼니스트

3월 18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현 수상의 내각에서 2009년부터 4년간 외무장관직을 봉직하였던 베스터벨레(Guido Westerwelle) 전 장관이 작고했고, 2주 후에는 헬무트 슈미트 수상과 콜 수상 내각에서 부수상과 외무장관직을 1972년부터 18년간 역임했던 전설적인 인물 한스 디트리히 겐셔(Hans-Dietrich Genscher)가 사망했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는 베스터벨레에게 있어 대부(代父)같았던 분이고 사부(師父)같은 사람이었다. '제자'와 ‘사부’가 2 주일 사이를 두고 별세한 것이다. 사부되는 겐셔가 서독에 있었기에 통일된 독일에 동독 출신 메르켈 수상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고 서독 출신 베스터벨레가 그녀 밑에서 부수상, 외무장관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한스 디트리히 겐셔가 어떤 인물인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권위지 <빌트 암 존탁> (178만부 발행)은 4월 3일자 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장관의 업적은 세계 제 2차 세계대전의 전화(戰禍)속에서 다시 독일을 재건시킨 아데나워(1876~1967) 수상의 그것 못지 않게 지대한 것이기에 겐셔 장관의 영결식도 국장으로 엄숙하고 성대하게 치루어져야 한다."

그는 1927년 독일 작센안할트 주, 라이데부르크시에서 태어났다. 나찌가 정권을 잡은 1933년은 그가 여섯 살되던 해였고 세계 제 2차 세계대전의 서곡, 폴란드 침공이 있었던 1939년은 십대가 막 되던 해였다.

그리고 나찌병사로 참전 후, 전쟁포로가 된다. 1945년 세계 제 2 차 대전이 종식됨과 동시에 패전국 독일은 한반도처럼 분단이 되었고 그의 고향 작센은 소련군 점령지로 동독에 귀속된다.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작은 도시 할레(Halle)와 라이프찌(Leipzig)에서 법학을 수학하였다. 26세가 되던 1952년,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넘어가 항구도시 브레멘에 정착한다. 자유민주당, FDP에 입당한 그는 13년 후인 1965년 의회(Bundestag)에 진출한다. 그로부터 33년간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 故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1927-2016)독일 자유민주당을 이끌며 소련으로부터 군축과 서독 주권인정을 이끌어 냈다.

1974년 부수상 겸 외무장관 직을 맡아 1994년까지 18년간 봉직한다. 소련 고르바쵸프를 상대로 1987년 군축협상을 성사시켰고, 1989년~1990년에는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을 도와 고르바표프로 부터 동독에 대한 서독 주권(Full Sovereign Rights)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1990년 10월 3일 두 독일이 분단 45년만에 재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한스 디트리히 겐셔라는 외교의 달인, 외교술의 장인(匠人)의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18년이라는 오랜 세월, 한 사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체제와 환경이 일구어낸 합작품이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논할 때면 꼭 독일의 경우를 언급한다. 우선 독일의 재통일을 일구어낸 한스 디트리히 겐셔의 인물연구부터 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인물을 배출시켜야 통일은 가능하다. 통일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의 업적은 필설(筆說)로 다 할 수 없겠다. 필자는 냉전시절인 80년 대 전반 몇 년간 현장에서 그의 활약을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분단국가 출신으로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고인(故人) 당신은 Faterland(조국)를 위해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세계사적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이젠 고이 잠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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