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을 혁명하라
정치판을 혁명하라
  • 김충남 대통령학 전문가
  • 승인 2016.04.11 20: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20대 총선과 정치판

20대 국회는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하고,  총리제 폐지·

부통령제 신설 등 제대로 된 대통령제를 구현해야 나라가 산다 

새는 두 날개로 균형을 잡으며 날아다닌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국회와 행정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 절름발이 정부가 되어 대내외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대통령이 막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 김충남 대통령학 전문가

전제군주 하에서는 왕의 말이 곧 법이고 정책이고 재판이었다. 이것을 혁파한 것이 민주제도다.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나뉘어 어느 한 쪽이 독주하고 월권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3권 분립은 3권 분업(分業)을 전제로 한다. 견제와 균형 이전에 입법부는 입법기능에, 행정부는 행정업무에, 사법부는 법적 판단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제대로 된 민주정치가 된다. 

그런데 3권 중에서 어느 한 부분, 예를 들면 국회가 입법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민주국가는 곧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행정부는 법에서 허용된 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필요한 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행정부는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현안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국회와 행정부 간의 분업관계를 다음과 같이 비유할 수 있다. 자전거회사에서 프레임을 만드는 공장과 바퀴를 만드는 공장으로 분업이 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바퀴 제조 공장에서 파업으로 바퀴를 못 만들면 자전거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어 회사가 파산할지 모른다. 

우리 정치에서 논란의 초점은 대통령과 국회 간의 관계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몇 년 째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 “국회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었다”고 국회를 비난했다.

대통령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 분노하고 있는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면 대통령의 요구가 없더라도 국회가 밤을 새워서라도 필요한 법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럼에도 국회, 특히 야당은 대통령을 비판하며 행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언론 기고문에서 “대통령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국회는 권한이 없어 책임도 없고 무능하게 되었다”고 했다. 국회의장 스스로가 국회의 무능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문제인가, 국회가 문제인가? 

19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릴 즈음 지난 2년 간 국회를 이끌어온 정의화 의장은 최악의 국회로 전락한 데 대한 반성과 의회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는커녕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앞장서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권력 서열 2위임에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국회의 권한은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회민주주주의가 국민의 지탄을 받은 지 오래 되었고, 그래서 국회의원 숫자를 1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느니,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라는 하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국회의장조차 국회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다. 

국회는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기본 책무이며 그것이 생명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지도자들과 다선(多選) 의원들은 국회의 책무를 다하고, 국회의 권위와 명예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소외감이나 불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잠재적 대권주자, 심지어 정당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수시로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국회의장은 좀처럼 뉴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장이 누군지조차 모른다. 

국회는 대통령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당 중심의 정치가 되면서 국회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국회는 휴회이거나 개점휴업 상태여서 조용하지만, 정당은 매일 요란하다. 

잘못된 정당정치가 국회를 뒷전으로 밀어내다 

선진 민주국가에서 정당정치란 의회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은 국회를 내팽개치고 엉뚱한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나 인사청문회를 보면 총리, 장관, 또는 공직후보자를 죄인 다루듯 한다. 직장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조차 하기 힘든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선진국 의회 회의장면을 관찰한 경험에 의하면, 의원들의 저질 발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우리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손발이 묶여 있어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서로 싸우는 것이 체질화된 정당들이기에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이 별로 없다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민주주의의 최고 원칙인 다수결마저 제쳐두었으니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는 날마다 중요 정당의 당사 회의실에 다수의 당직자들이 원탁으로 둘러앉아 상대 당을 비난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일과처럼 본다. 당 대표의 권력과 권위는 대단하다. 더민주에서는 임시대표를 영입했지만 그가 나서 당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을 정도다. 진정한 민주정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권당의 대표나 원내대표도 막강하기 때문에 가끔 청와대와 각을 세운다. 다른 민주국가에서 볼 수 없는 당과 대통령 관계, 즉 당청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외에 이처럼 당이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는 없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간의 관계가 초점이 되고 국회에서는 원내대표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중앙당 본부 같은 것은 없다. 

왜 정당정치가 국회 중심의 입법정치가 아니라 정당 간의 대결정치가 되고 청와대와 겨루는 정치가 되었는가? 이것은 정당정치가 차기 대권 쟁탈을 위한 정치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실패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정부의 발목을 잡고 공격하는 데 주력한다. 여당 지도자들 중에는 청와대를 비난하고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뉴스를 타고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다. 당내 계파갈등과 공천갈등도 차기 대권을 둘러싼 전초전일 뿐이다. 

국회의원의 활동의 장(場)은 국회다. 그런데 정당들이 국회가 아니라 정당을 주된 활동무대로 삼음으로써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활동할 일이 별로 없다. 정당들이 국회 밖에서 정치적 논쟁을 일삼는, 일종의 ‘장외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정부예산안마저 법정 기한 내 통과시킨 경우가 별로 없고, 선거구 획정도 법정 기한을 넘어 선거에 임박해서 결정했다. 그리고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는 정당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국회 중심의 정치로 바로서야 한다.

▲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으면 재신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열풍 속에서 만들어져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축소돼 있다.

불완전한 5년 단임 대통령제 

우리의 정치 환경은 매우 불안정하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며, 더구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강대국을 이웃으로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무역의존도가 높아 세계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한국경제는 위기에 휩싸인다. 그래서 어느 나라보다 정치 안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정치 불안정을 제도화해 놓았다. 첫 5년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를 포함한 다섯 대통령들 모두 임기 중반에 레임덕에 빠져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단임으로 끝난 대통령들은 이렇다 할 업적을 이룩하지 못한다. 5년 단임제는 재임 기간이 짧으니 인기 위주의 단기정책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중장기 정책은 뒤로 밀려나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단임이니 선거를 통해 재신임 받을 걱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무책임한 인사나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임기 5년은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시도지사 선거와 사이클이 맞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반에 총선거 또는 지방선거가 이뤄져 선거 분위기로 국정 운영이 지장을 받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과 측근들은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역사의 계승 발전보다는 과거와 단절하고 큰 변화를 모색한다. 정부 조직을 뜯어 고치고 거창한 국정목표와 정책목표를 내거는 등 5년을 주기로 마치 새로 건국하듯 요란법석을 떤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다수의 대통령 측근 아마추어들을 정부 요직에 임명지만 그들이 국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다 보니 빈번하게 교체를 한다. 최근에는 장관 재임 기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노태우 이래 20여 년 간 장관 평균 재임 기간이 1년에 불과했다. 대통령제는 임기 내에 안정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된 국정 운영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근본적 문제점은 내각제 요소를 혼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통령 대신 총리를 뒀고, 내각제처럼 총리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총리조차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가서 답변해야 하고, 내각제처럼 총리와 장관들은 국회의 불신임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내각제적 요소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다음 선거에 당선되는 데 더 신경을 쓴다. 선거가 다가오면 1년도 안 돼 사임하는 장관들이 나오면서 국정 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른 의원들 중에도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장관 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결과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여 대통령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개헌해야 

필자는 대통령학 전문가로서 5년 단임제로 된 소위 ‘1987년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인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심지어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여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외치와 내치는 구분되기 어려울 만큼 긴밀해졌고, 한국처럼 국가안보가 위태로운 나라에서 권력을 분리하자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내각제란 말은 그럴 듯하지만 국회의원들이 행정부까지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유럽 선진국들이 대부분 내각제를 하고 있듯이 내각제의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정당이 정당다워야 하고, 의회민주주의가 성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회마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추태를 수없이 보여주면서 행정부를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나라의 국회 수준으로 볼 때 내각책임제는 반드시 ‘내각 무책임제’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빈번하게 내각이 해산되고 총선거를 치르면서 당시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이 1년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곧 구성되는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정치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국가적 위기를 외면하고 대권 경쟁에 몰두해서는 결코 안 된다.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경제 활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국회를 명실상부한 헌법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다면 재신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야만 대통령은 재선되기 위해 국정을 더 잘 이끌게 되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경쟁이 조기에 일어나지 않게 되어 정부가 안정적으로 중장기 정책을 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총리제는 없애고 부통령을 둬야 한다. 부통령제는 대통령 유고 시 신속하게 국정을 장악하여 이끌어나갈 수 있고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장점도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열풍 속에서 야권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에 국회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한 반면 대통령의 권한은 지나치게 제한했다. 즉 국회는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국무총리 임명동의권, 국무총리 및 장관 해임결의권, 대정부 질문권, 예산심의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대통령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지금 세계는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북쪽의 김정은 집단은 무슨 불장난을 할지 예측이 안 되는 존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권한을 강화하고, 국회의 권한은 대통령제에 걸맞게 축소되어야 한다. 

총리가 없어지면 국무총리 임명동의권은 불필요하고, 총리 및 장관 해임결의권도 삭제해야 한다. 일시에 떠들썩하기만 한 국정감사는 폐지하고, 평소 상임위 활동을 통해 대체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독재정치가 나타나리라는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코미디”나 다름없다. 

육군사관학교 졸업 
서울대 석사, 미네소타대 정치학 박사 
육사 교수, 청와대 사정·정무비서관,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저서: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 
<대통령과 국가경>, <일등국민 일류국가> 등 다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먼저 2016-05-19 23:34:07
안녕하세요, 기자님.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절름발이의 권장용어는 지체장애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댓글봉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