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믿어도 되나?
20대 국회, 믿어도 되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04.1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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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20대 총선과 대한민국의 운명

지난 4년 동안 국민들의 안위를 내팽개쳐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은 19대 국회. 새로 들어설 20대 국회는 믿어도 좋은가? 

혹시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은?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난 30년 동안 이번처럼 외면 받는 총선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인재 공천’이 맞부딪히면서 파열음을 냈고, 여기다 ‘친박(親朴)’으로도 모자라 ‘진박(眞朴)’이니 뭐니 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공천을 받겠다는 사람들까지 설쳤다. 야당은 두 개로 쪼개진 뒤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의원 뺏어먹기’와 같은 추태를 보였다. 

여야 3당의 이런 행태는 2015년 말부터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흥분하는 사람들은 여의도판 정치꾼들과 언론들 뿐. 대다수의 국민은 여야 3당의 행태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떨거지들이 민중연합당이라는 간판을 앞세워 대거 출마했다. 통진당의 후예들은 ‘취준생’ ‘흙수저’ 등 온갖 유행어를 갖다 붙이며 후보들을 내세웠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20대 총선에 임하는 정치인들, 정부 고위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 여야 고위층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지금 국민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통계청,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 등에서 청와대에 보고하는 통계는 늘 OECD 국가 가운데 상위권, 또는 중상위권이며, 정부 시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개발 예산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언론도 이런 이야기만 받아쓴다.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 1: 경제 위기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실제 물가 인상률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이 15년째 계속되는 현실,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기관 정규직 노조에 피를 빨리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급여 생활자의 90%인 현실, 실질적으로는 2030세대의 20% 이상이 실업자인 현실, 사회가 요구하는 결혼할 능력이 못 되어 미혼자가 넘쳐나는데도 기혼자, 자녀 있는 사람만 우대하는 현실, 젊은 세대들에게 오로지 ‘노력’만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세대들의 ‘집값 안정’을 더 걱정해주는 현실 등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민주화 시대’부터 잘못 추진된 경제 정책 때문이다. 산업 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아닌, 인력 구조조정과 ‘표’를 의식한 정부 시책이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한국 사회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기 전부터 이미 노동집약형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이때부터 어지간한 노동집약형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모방’만을 통해서는 경쟁력을 얻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기업은 삼성그룹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YS·DJ정부는 ‘민주화’의 성공에 취해 자신들의 논공행상에만 급급했을 뿐 미래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약자는 곧 선(善)’이라는 도그마에 집착하던 ‘민주화 정치인’들은 자기네가 보기에 사회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인 농업과 수산업에도 10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반면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1700만 직장인을 위해서는 뭐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새로운 기술과 이론을 배울 짬이 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이 ‘산업 고도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세워 추진했어야 하는데 이는 역대 어떤 정부도 하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들이 입사하면서 배운 얄팍한 사무기술, 사내 정치기술, 얕은 전공지식만으로 조직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됐다. 더 많은 지식을 배우고 더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회사로 진입하는 것, 이들이 입사 후 중요한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는 데 더욱 열중하게 됐다.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과 공공 분야 종사자들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 고용안정과 생계를 위해 만들어준 법률을 정치인과 짜고 자기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한 뒤 ‘철밥통’으로 변신했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형법상의 중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중견기업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고, 20년 이상 근속하면 평생 연금이 나오는데 어느 누가 애써 일하겠는가. 여기에 과거부터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전관예우’를 활용한 재취업 행태도 그대로였다. 

‘민주화 정치인’ 시대가 20년 이상 계속되면서, 온갖 포퓰리즘 정책이 ‘복지’로 둔갑해 시행됐다. 여기서 잠깐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나라의 한 해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이 얼마인 것 같은가. 2016년 정부 예산은 386조 7000억 원, 그 가운데 122조 8828억 원이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배정돼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가정할 때 1인당 245만 원을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대체 이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예산 관련 공무원과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해당 예산의 70% 이상이 인건비로 쓰인다고 한다. 즉 ‘민주화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보편적 복지’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준공무원’들을 고용하는 데 70%가 사용되고, 실제 사회의 약자를 위해서는 30%밖에 쓰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건·복지·고용만 그런 게 아니다. ‘민주화 정치인’ 시대에 그렇게나 떠들던 농수산업, 중소기업, 영세상인, 청년실업 해결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 20대 국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는 국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 2: 남성 위기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레이디 퍼스트’가 예절이 아니라 정부 시책으로 굳어졌다. ‘여성 전용’이 붙은 주차장, 병원, 쉼터 등 각종 시설은 물론이고, 여성만을 위한 금융상품, 정부지원까지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는 지방에서 온 여성 미혼 직장인을 위한 공공 기숙사, 아파트 등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구로구에 있는 미혼여성 전용 임대아파트는 33㎡ 면적의 기숙사형 아파트가 보증금 170만 원, 월세 6만 4000원, 소정의 관리비만 내면 살 수 있다. 경쟁률이 치열하다고는 하나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어디인가. 대학도 기숙사 배정 때 지방 여학생을 우대한다. 

미혼 남성을 배려하는 곳은 그나마 재벌 계열 중공업 기업들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미혼 여성만을 위해 거주시설을 마련한다. 육아 문제에서도 남성은 차별받는다.

외부모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친과 함께 지낼 때만 가능했다. 여성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여성은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 정부 지원을 받게 돼 있다. 반면 남성은 이런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남성은 치안 문제에서도 차별 받는다. 스마트폰 앱 가운데는 경찰이 만든 ‘긴급신고’ 앱도 있다. 그런데 이 앱은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여성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현실에서도 치안용 비상벨 등은 주로 여성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법 집행 과정에서도 여성은 우대를 받는다. 여성이 남성을 살해하는 경우와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의 형량은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간통을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성이 남성에게 사기를 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3월 31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성매매 위헌’ 판결을 둘러싼 논란도 이런 맥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남성은 범죄자가 되지만 여성은 구제 대상이 된다.

현재 성매매 여성 대다수의 월수입이 최소 500만 원에서 최고 2000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매매 여성은 생계형’이라는 주장과 함께 ‘여성은 무조건 피해자’라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남녀평등이 비교적 잘 이뤄진 나라 가운데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성매매 여성도 범죄자로 취급받는다. 그들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나중에 경력을 세탁한 뒤 ‘전업주부’로 바뀌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남성들은 생활과 취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에게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남성 역차별의 주무부처로 꼽히는 곳이 여성부다. 여성부에서 관리하는 정책 가운데 원성을 사는 정책이 바로 다문화 복지 정책, 엄밀히 말하면 외국인 우대 정책이다. 현행 다문화 복지 정책은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 한국에 오래 거주하는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들의 소득, 생활수준, 교육수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연봉 10억 원이 넘고, 월세 500만 원 이상의 고급주택을 렌트해서 생활하는 다국적 기업 임원도 다문화 지원을 받는다. 영유아 어린이집 무료, 초중등학교 학비 무료, 출산 장려비 지급,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교육 무료 등 일반적인 한국인 가정이라면 상상도 못할 혜택을 받는다.

이런 문제는 한국 남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인과 결혼해 사는 외국인들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 블로거 사야카 씨다. 사야카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나와 우리 남편처럼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야카 씨의 이런 주장에 호응하는 한국인들이 많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온갖 인신공격과 모욕을 받았다. 이처럼 외국인조차 이해가 안 된다는 외국인 우대 정책, 앞서 말한 ‘여성 우대 정책’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남성들이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다수의 직장인들,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이다. 결국 젊은 한국 남성들은 취업 문제로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포기하는 ‘초식남’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 3: 안보 위기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일간지, 공중파, 종편 등은 하루 종일 총선 이야기만 해댄다. 하지만 한국의 직장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국내외 경제, 안보 문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국가안보 위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나 주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4차 핵실험과 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북한에 대해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 EU 등은 독자 대북제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북한은 그 후로도 최근까지 구경 300㎜의 대형 방사포를 수십 차례 발사하고, 한국을 향해 GPS 교란 전파를 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김정은 집단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럴 때 사용할 수단은 첩보기관과 군 특수부대, 외교관 등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김정은 집단의 목줄을 죄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법률이 전혀 없다. 

다른 안보 위기도 있다. 테러조직들의 한국 침투다. 미 CIA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알 카에다가 한국에 처음 잠입한 것은 1996년이었다. 2003년 정부기관의 의뢰를 받아 서울 일부 지역을 조사한 결과 무슬림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는 환치기 조직들이 이미 활동 중이었다. 이후 지난 12년 새 한국 내에서 활동하던 테러 연계 혐의자들 수십여 명이 적발됐다. 

2015년 11월 국가정보원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테러조직 ‘알 누스라 전선’을 추종하고 후원한 인도네시아 출신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결국 강제 추방했다. 이 같은 일은 지난 15년 사이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기득권 세력인 ‘민주화 정치인’들은 안보기관이 테러조직을 처벌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신독재로 돌아가자는 거냐”면서 격렬히 반대했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이 만신창이가 된 것도,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결국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도, ‘민주화 정치인’들이 결사반대해서다. 

언론들도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여야 3당의 안보 의식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질타했지만, 정치권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지난 4월 2일 동아일보는 “새누리당의 180개 총선 공약 중 안보·통일 관련 공약은 12개, 더민주당은 151개 공약 중 14개가 안보·통일 관련 공약이지만 경제 이슈와 야권 단일화 같은 정치 이슈에 매몰돼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인사들은 “안보 의식이 없는 야당은 찍으면 안 된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어떤 안보 전략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야당들은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만 앞세울 뿐 안보 이야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 해체, 사이버테러방지법 반대, 테러방지법 재개정, 예비군 폐지 등 안보 무력화를 목표로 한 주장들만 했다. 

지난 4년 동안 국민들의 안위를 내팽개쳐,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은 19대 국회. 그렇다면 과연 새로 들어설 20대 국회는 믿어도 괜찮을까. 아니다. 오히려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공천을 받은 사람들과 나눠먹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후보로 나섰고, 두 야당은 ‘국정원 해체’ ‘보편적 복지 강화’ 등을 내세우며 나라를 거덜 내겠다는 사람들이 후보로 나섰다. 이들의 유세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한다. 

과연 20대 국회는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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