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들을 다시 뛰게 하자
과학기술인들을 다시 뛰게 하자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4.15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과학기술 50년’을 맞아

과학기술부 사라지고, 과학기술 분야 예산 매년 축소,  

줄어든 정년은 환원되지 않는 난감한 현실…과학기술 분야도 혁신이 필요하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던 1962년에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87달러로 매우 가난한 국가였다. 대다수 국민이 농업이나 수공업에 종사했고, 제대로 된 기업이나 산업연구는 전무했다.

▲ 박성현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미래한국 편집위원

그러던 한국에 196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산업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1966년 9월에는 과학기술 학술단체와 연구기관들로 구성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창립하고, 과학기술인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권익을 신장해 나갔다. 

1967년에는 정부의 과학기술행정을 총괄할 과학기술처를 설립하여 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을 펴나가게 되었다. 1971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세워 과학 분야의 대표 교육기관을 갖췄고, 1973년에는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었다. 

이런 발전은 우리나라가 오늘날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일궈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가 KIST와 과총 설립 50주년 되는 해이므로, 정부는 올해를 ‘과학기술 50년’의 해로 정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기술의 발전과 과학기술인의 역할,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고찰하여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울한 과학기술인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과학입국, 기술자립’(KIST에 보관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을 선언하고 모든 국민이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피땀 흘려 일했다. 특히 과학기술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한 것이 나라 발전에 성장 동력이 되었으며, 과학기술 분야에 놀라운 개발 성과를 올렸다. 

식량 문제를 해결한 통일벼(1971), 컬러 TV 수상기(1972), 한국 고유모델 국산차 포니(1974), 반도체 강국의 기반의 다진 D램(1983), ICT 강국의 기틀을 다진 전전자식 교환기 TDX-1 상용화(1986), 한탄바이러스 백신(1987), 우리별 인공위성 1호(1992), 휴대폰의 기초기술인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이동통신기술 상용화(1996),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2003), 인간형 로봇 휴보(2004), 한국표준형 원전 UAE 수출(2009), 우주발사체 나로호(2013), 스마트원전 수출(2015) 등 혁혁한 연구 업적이 등장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1966년에 연간 35억 원에 지나지 않았던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제는 70조 원(2014년 기준)에 이르고, 이는 GDP 대비 4.29%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연구원 수도 6000명에서 56만 명으로 증가하는 획기적 발전을 했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거둔 비약적 경제성장은 기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과학기술인들의 열정적인 연구가 그 밑바탕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양적 성장은 엄청나게 했으나, 경제부흥의 주역이었던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최근 크게 떨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국가 장래를 위해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그 치유책은 없는가?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과학의 달을 맞이하여 담론을 제기하기로 한다. 

▲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는 1966년 한국과학기술원 (KIST) 설립으로 본격화돼 지난 50년 동안 양적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사진은 올해 출범 50년이 된 KIST 전경.

과학기술의 사령탑이 사라졌다 

첫째, 과학기술 행정의 컨트롤 타워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과학기술부가 존재하면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임명하고 과학기술부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장관급)를 둬 정부 R&D 업무를 총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를 만들면서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교육 중심 교과부로 전락하여 과학기술이 홀대된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하고, 이를 전담하는 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미래부가 단기 현안 과제가 많은 ICT에 매몰되다 보니, 장기적 과제를 주로 다루는 과학기술 행정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미래부의 과학기술 담당 제1차관마저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인물이 연속적으로 기용되면서 과학기술인들의 소외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일자리 창출도 되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ICT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의 폭 넓은 진흥정책을 통해 과학문화가 온 국민에게 확산되고, 이를 통해 수많은 과학적 아이디어들이 제안돼 창업으로, 그리고 산업화로 이어져야 창조경제는 그 싹을 키울 수 있다. 

둘째,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시절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의 연구원 정년을 61세로 낮춘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65세로 정년이 환원되지 않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한창 일할 나이에 정년을 맞는 아쉬움도 있지만, “출연연에 들어갈 때는 ‘금덩이’, 나올 때는 ‘돌덩이’가 된다”는 지적에 심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 

그 이유는 연구원들이 PBS(연구과제 중심 운영체제)에 의하여 연구과제 수주와 성과평가에 목을 매는 어려운 노릇을 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전문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의 자율성도 많이 훼손됐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 없이 임금 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따라서 출연연 연구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출연연으로부터 놀라운 과학기술 혁신기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염려가 된다. 

셋째, 과학기술인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이 예산이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0.2%만 증액됐다. 사실상 동결된 셈이다. 이런 정부 연구개발비 동결은 1991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정부 총지출 예산 중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에 5%를 상회한 후 처음으로 올해에 4.9%로 하회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이 과학기술인의 눈에는 정부가 진정으로 과학기술 개발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며, 사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내년 연구개발투자도 올해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한다. 

문치주의의 여파 

넷째, 한국이 현재 중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일본에는 기술과 품질에서 밀리는 ‘넛 크래커’ 신세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돌파구를 향한 비전이 보이고 있지 않아 과학기술인들이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우수 연구 인력들이 봉급을 많이 주는 중국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2000년까지는 일본이 조선공업의 최강자였다. 그러나 2000년경부터 한국이 일본보다 가격경쟁에서 앞서가고, 기술도 어느 정도 따라잡아 최근까지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에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일본에는 기술과 품질에서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조선공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가전제품, 화학제품 등도 유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다루는 공무원, 혹은 과학기술 관련 단체장은 가능하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 출신의 공무원이나 과학기술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의 자리에 과학기술을 잘 모르는 인문사회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소위 ‘문치(文治)주의’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도 과학기술인들을 풀 죽이게 하는 것들이다. 

과학기술인들을 다시 뛰게 하자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진작하여 다시 신명 나게 일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제2의 ‘과학입국, 기술자립’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과학기술진흥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부의 과학기술 행정기능을 강화하고, 과학기술심의회에 실질적인 범부처적 연구개발비 조정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청와대에 과학기술특보를 둬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고 과학기술 행정만을 전담하는 과학기술부, 혹은 과학기술혁신부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학기술부를 둘 경우에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과학기술 투자와 행정을 조정하기 위해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과학기술을 중시한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교육, 안전 등 국정의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학기술의 진흥이 국가의 백년대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통령이 되면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라는 국가운영철학을 여러 번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나 각종의 정치 현안에 매몰되다보니 이런 의지를 펴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인들을 다시 열정을 가지고 뛰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비가 줄고 있다 

둘째, 출연연 연구원들의 65세 정년 환원도 하루 빨리 이뤄져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현재는 정년이 61세이며, 정년 전 2년간인 60세와 61세에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임금이 삭감된다.

대학 교수는 모두 정년이 65세인데 출연연의 연구원들이 65세 정년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출연연의 우수 연구원들이 대학으로 빠지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PBS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연구비 수주를 위해 연구원들이 사방으로 뛰어 다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연구원 스스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게 해주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 연구개발비는 정부 총지출 예산의 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묵묵히 연구하는 연구원들을 정부 연구개발비를 통해 국가가 신뢰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사기가 떨어진 과학기술인들을 깨워 다시 한 번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국가의 총 연구개발비(정부 연구개발비+민간 연구개발비) 중에서 정부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 정도로 많지는 않다. 그러나 민간 연구개발비는 경기가 나쁘면 기업이 언제든지 줄일 수 있어,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 연구개발비는 정부 총지출 예산이 증가하는 비율만큼 최소한 증가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과학기술인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가 충분히 과학기술 정책을 못 펴도, 연구개발비가 충분하지 않아도, 과학기술인들이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약 18.8조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정부 R&D 연구비 집행에 대하여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연구비는 국민의 혈세임을 인지하고, 과학자의 직업적 양심을 가지고, 규정에 위반되게 집행하려 들면 안 된다. 연구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여행비용이나 회식비용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연구자는 오직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수반되는 경비만을 규정에 근거하여 양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연구자의 책임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연구자들의 자율과 책임 문제는 성숙하여 갈 것으로 믿는다. 과학기술인들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려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지난 2016년 1월에 열렸던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이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 중인 혁명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고 데이터 홍수시대가 도래하면서 빅 데이터(Big Data) 분석과 활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모든 사물의 정보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로봇, 드론과 자율주행차 등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 이 혁명으로 ICT와 융합형 신기술을 제조업에 연결시켜 제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스마트 공장’과 ‘제조업 혁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혁명, 산업혁명, 고용혁명의 시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미래 고용시장 변화는 충격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생명공학, 3차원(3D) 프린팅 등의 기술 발전으로,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2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이와 동시에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직군은 사무관리직으로, 앞으로 5년간 475만 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빅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이 바탕이 된 자동화 프로그램과 기계가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교육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므로, 미래 일자리에 따라 교육의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 교육체제에 충격이 예상된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미래 고용 보고서’는 2020년에 요구되는 교육목표 1위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을 꼽았고, 2위에서 5위까지는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관리’, ‘협업능력’을 선정했다. ‘문제를 푸는 능력’을 주는 교육은 과학적 사고, 컴퓨팅적 사고, 통계적 사고 등을 함양해야 하므로, 교육의 방향도 이런 점에 착안하여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사회도 이런 혁신과 변화에 순발력 있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이를 리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