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기술지주회사를 만들자
국방기술지주회사를 만들자
  • 박창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 승인 2016.04.1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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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창조경제와 방위산업의 접목

ADD의 기술과 민간기업의 자본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수출을 위주로 하는 조직이 설치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방기술지주회사다 

박격포는 보병 부대의 가장 기본적인 화기다. 박격포가 개발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그 단순함과 편리성으로 인해 아직도 거의 모든 나라의 군에서는 매우 중요한 무기로 취급되고 있다.

▲ 박창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포항공대 대우교수

그러나 사용상 여러 가지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휴대한 박격포를 다시 조립하여 평탄한 곳에 설치하고, 표적을 조준하는 과정을 방렬이라고 부르는데, 이 전 과정이 수동이기 때문에 아무리 숙련된 병사라 할지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박격포와 창조경제 

한국전쟁 이전부터 개발되어 60년 넘게 사용되어 온 박격포에 그 동안 눈부시게 발전된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접목 시키면 방렬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방산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개발된 기술에 ICT를 접목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면 그것이 바로 현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창조경제가 아닐까. 즉 현재의 박격포에 골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거리 측정기를 개량해서 장착하면 바로 창조경제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제 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가능해진다. 

박격포가 하나의 예가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은 여러 방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타 부처 소속의 이공계 출연연구소들이 그 동안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국방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는 대부분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매우 높은 실용화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ADD는 그 동안 대부분 ‘수입 대체를 위한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해 왔기 때문에 개발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지 못했다. 따라서 ‘산업화’는 아직 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번 전력화가 되어 양산이 시작되면 연구개발은 그것으로 종료된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활용되지 않고 사장되다시피 한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이 좁아서 수출이 되지를 않으면 산업화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창조경제를 국방 분야(좁은 의미에서 획득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래 두 가지 사안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ADD는 그 동안 개발한 기술을 민간으로 이관하고 전략비닉과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ADD의 기술과 민간기업의 자본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수출을 위주로 하는 조직이 설치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이 ‘창조경제’인데, 지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우리 군의 석유 소비량은 국내 총 소비량의 1%가 채 안 되지만 공공부문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군에서의 에너지 관련 효율화 및 절약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무기 체계에서 소비하는 유류가 거의 절반에 이른다. 따라서 무기 체계 고유의 성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이 중요하다. 

국방 분야에서의 녹색기술 개발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방 분야 예산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수요는 줄이면서도 작전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도 시작한 지가 오래 되지 않아 우리나라도 충분히 이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국방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은 국가 경제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생산 목적의 배출과는 다르다. 즉, 국가 생산 활동의 저해 없이 녹색화 우선 추진이 가능하다. 녹색기술은 민수 파급 효과가 큰 민군(民軍) 겸용 분야이며. 국방 분야 연구개발 투자는 WTO나 FTA 등 국제 경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즉, 민군 겸용 형식의 기술 개발을 구실로 연구개발 투자가 매우 유리하다. 

예를 들어 국방 분야에서 전술 수송 차량의 녹색화 기술은 국내 유류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녹색화에 직접적인 기술 파급이 가능하다. 민간 분야의 그린 카 기술과 국방 분야의 하이브리드 전술 차량 기술의 직접적인 연계가 가능하다.  

이런 많은 장점이 있는 국방 녹색기술 개발은 국방 연구개발 예산 체계상의 문제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국방 연구개발 예산의 즉각적인 배정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부응하는 연구개발을 즉시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방기술지주회사 

우리나라에서 국방과학기술의 연구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70년에 ADD가 설립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아직까지 무기 국산화에 치중하고 있어 수입 대체 효과밖에 누리지 못하고 있다. ADD가 설립되었던 1970년대와 2016년은 46년의 차이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변화를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당시와 비교하여 전혀 다른 나라가 되었다. 

국방과학기술의 발달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창조경제 정책이나 녹색성장 정책 등 정부 경제 정책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두 가지 사항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창립한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ADD의 역할을 바꿔줘야 한다. ADD는 그 동안 개발한 기술을 민간으로 이관하고 전략비닉과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업 차원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방위산업을 진정한 의미의 산업화를 위해 ADD의 기술과 민간 기업(방위산업체 등)의 자본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수출을 위주로 하는 조직이 설치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정부 부처에서는 산하 출연연구소들이나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미래창조과학부나 교육부의 기술지주회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신기술창업전문회사 등이 있다. 

국방부에서도 ADD 기술의 민간 이전을 촉진하고 민간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ADD의 기술과 민간 기업(방산업체)의 자본이 결합된 기술지주회사나 신기술창업전문회사(이하 국방기술지주회사)의 설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방부(혹은 ADD) 산하의 국방기술지주회사는 타 부처 산하의 기술지주회사보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ADD의 최종 연구 결과물이 타 부처 산하의 출연연구소와 달리 이미 상품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ADD의 최종 결과물은 탱크, 장갑차, 혹은 미사일 등 완제품이다. 따라서 수출을 위한 추가 기술 개발이 최소화되어 수출을 하기 까지 기간이 훨씬 줄어든다. 

둘째, 설계와 제작, 시험과 엔지니어링이 같은 조직 내에 있기 때문에 수출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기술적 융통성이다. 박격포를 수출하든 미사일을 수출하든 수입국의 ‘전투요구사항(ROC)’은 우리나라의 ROC와는 다르다.

이러한 ROC 변경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우리와 같은 무기체계를 만들어 줘서는 안 된다. 국방기술지주회사는 자유자재로 주어진 ROC에 맞춰 무기체계를 재설계할 수 있다.  수입국의 가용 재원에 맞춰 성능을 조정할 수도 있다. 

국방 예산이 소모성 일회용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방기술지주회사’의 설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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