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의 위기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승인 2016.04.2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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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존스튜어트著, <대의정부론>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의 일상과 삶을 보다 안락하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을까? 

19세기 정치가이자, 철학자, 경제학자이던 존 스튜어트 역시 이런 질문들을 안고 고민했다. <대의정부론>(1861) 은 ‘자유주의의 정신이며 양심’으로 불리는 밀의 정치철학이 집대성된 저서다. 

밀은 좋은 정부의 조건과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적 운영 방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국민들의 인간성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시 말해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도덕적·지적 자질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가 ‘좋은 정부’, ‘탁월한정부’라고 봤다. 

대의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부 기능을 수용하고, “정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기꺼이 충족시킬 능력”을 갖춰야 하며,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를 기꺼이 이행하고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밀은 대의정부의 성공 조건으로 국민의 준법의식과 의무의 이행, 그리고 적극적 참여를 꼽고 있다. 

밀은 의회가 민의를 대변해야 하지만, 입법을 독점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전문가로 구성된 입법의 대안 기구를 제안했다.

“입법과정에서 숙련된 노동과 전문적인 연구, 그리고 경험이 가미된” 제대로 된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 각료의 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법안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맡아서 하는 입법위원회 같은 특별 조직을 반드시 갖추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대의기구가 전반적으로 무지와 무능력에 빠지거나, 공동체 전체의 복리와 일치하지 않는 이해관계의 영향 아래 놓이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밀 주장의 진의는 대의기구가 입법기능을 맡으려면 전문성은 물론, 공동체의 일반이익과 충돌하는 특정 이해에 얽매인 ‘사악한 이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회권력이 “특정 집단 또는 계급의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년~1873년)

밀은 의원들이 이기적 동기에서 사악한 이익에 몰두하여 빚어내는 ‘계급입법’이 최선의 대의정부를 위협하는 중대한 해악이 될 수 있음을 질타한다. 이는 최선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이 대의기구인 의회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밀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확신하면서도 대리인인 정치가들이 끊임없이 당파적 이기심과 계급적 이해에 휩쓸릴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내재적 문제점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체제로서의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지한 다수 유권자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밀은 대의민주주의가 국민들의 민주적 참여를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을 재인식하게 하면서도 한계와 모순을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SNS 혁명을 통해 대중의 정치참여 기회가 확대되어 국가의 정책과 정치적 이슈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과 숙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대의 구현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영합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동시에 몰아오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특히 국회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즘 우리 정치인들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밀의 최초의 구상들에 담긴 희구와 우려를 성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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