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폭풍 우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총선 후폭풍 우파는 무엇을 할 것인가?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6.04.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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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향계] 20대 총선과 대한민국의 위기

내년 연말 대선에서 야권은 정당연합이나 합당, 정책연합을 통해 좌익 성향의 反대한민국적 가치관을 가진 인물을 단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남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성공 

정치 전략가 이영작 박사는 지난해 5월 본지에 기고한 ‘위기의 박근혜 호(號) 대역전 플랜’이란 기고문에서 ‘그랜드 호남 전략’이라는 흥미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내용인즉 20대 총선을 맞아 호남 정치인들 중 종북 좌파 세력을 걷어내고 정통 보수 야당 본래의 색깔을 되찾아 독자 정당을 창당하여 정치 세력화를 도모한다. 그 후 보수 우파 세력과 호남이 연합을 이뤄 2017년 대선에서 보수 우파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전략적 아이디어였다. 

흥미롭게도 20대 총선은 이영작 박사의 아이디어 중 첫 단계인 호남 기반 독자정당의 정치세력화에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호남을 끌어안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단숨에 38석을 차지하며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정당 득표에서 국민의당이 6,35 5,572표(26.74%)를 획득, 6,069,744표(25.54%)를 얻은 더민주를 앞섰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이 단순히 호남 정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수치다. 

20대 국회는 제3당의 출현으로 인해 1~3당 모두 과반 의석에 미달함으로써 국민의당은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이제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우 클릭을 하여 새누리당과 손잡을 경우 보수우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해지고, 반대로 국민의당이 “청산해야 할 낡은 진보정치 세력”이라고 낙인찍은 더민주와 연합할 경우 좌파로의 정권 교체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국민의당은 총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바닥을 기어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은 안철수 대표에게 수도권에서 의석 확장을 위해 더민주와 야권 연대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3월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심은 조변석개(朝變夕改)라지만, 불과 2~3주 사이에 바닥을 쳤던 국민의당이 38석의 기적을 창출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4월 15일자 ‘호남 석권한 국민의당, 그들에게 남겨진 숙제’라는 기사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압승한 이유를 ‘반문(反文)정서’와 ‘더민주 심판론’으로 분석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심판했듯이, 호남은 더민주의 오만을 심판하고, 호남지역에 팽배해 있던 ‘더민주 심판론’의 수혜를 국민의당이 가져간 결과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존재가치와 주가가 상종가를 기록한 것이 20대 총선의 교훈인데, 이를 선거 특유의 ‘바람’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 막장 여당 참패, 운동권 정당의 약진, 안철수의 화려한 부활. 이제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의 선택에 대한 대단히 값비싼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실패로 끝난 운동권 정치 심판론 

필자는 수차에 걸쳐 본지 지면을 통해 20대 총선은 미래를 향해 뛰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운동권 정치인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와 ‘미래한국’이 주장했던 운동권 정치인 퇴출은 실패했다. 오히려 선거를 통해 그들의 정당성이 입증됐고, 새로운 운동권 후보들이 수혈되어 진영이 더욱 강화됐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됐던 구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김종훈(울산 동구), 윤종오(울산 북구) 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운동권 정치의 실상이 무엇인자를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잠시 잊은 것일까? 

김종훈 당선인은 “울산 동구의 28년간 재벌 정치를 엎고 노동자와 서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울산시의원,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하고 이번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는데, 그는 구 통진당 울산시당 위원장 출신이다. 

울산 북구청장을 역임한 윤종오 당선인도 구 통진당 울산북구위원장 출신이다. 윤종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한 세력이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정권임을 주민들이 판결해준 선거”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 김무성 대표의 옥새 도주와 막장 공천 과정에서의 특정인 찍어내기 등등 집권여당의 공천파동은 아무리 폄하, 비판을 한다 해도 대한민국이란 체제 내에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정당 내의 주도권 싸움이었다. 

반면에 전대협을 중심으로 한 NL 주사파, 반(反)기업·반(反)시장적 사회주의 추종세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질서로 하는 체제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제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우리는 19대 못지않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대한민국을 공산혁명으로 뒤엎고자 했던 세력들, 반국가사범,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실현하려 했던 사람들, 법치를 부정하고, 반(反)기업·반(反)시장·재벌해체론자들, 주한미군 철수론자, 친북주의자들의 국가 자해 내지는 국가 자살적 입법 활동을 처절하게 감상하게 될 것이다. 

운동권 퇴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기회를 내부 싸움으로 허망하게 망쳐먹은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운동권 핵심세력들이 포진해 있는 정당,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절대 선(善)으로 여기고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체제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다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 당했던 정당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다시 당선시켜준 유권자들의 선택도 문제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저질스런 권력투쟁을 응징하기 위해 나라 망쳐먹는 데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 반국가적 정당 출신들을 선택한 셈이니, 이것은 악(惡)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거악(巨惡)과 손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20대 총선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4월 14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새누리당 참패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眞朴)이라는 사람들이 질 수밖에 없다”고 했고,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오만한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선거혁명 수준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 정권이든 집권 중반기 이후에 벌어지는 선거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기 마련이다. 지난해 가을 여의도에서 열린 한 야당 인사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한 야당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삽질 정권’이니 뭐니 온갖 욕을 얻어 먹어가면서 4대강 사업이라도 했다. 물론, 우리 당은 반대했지만 MB의 고집불통은 알아줄 만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동안 뭘 했나? 4대강이 아니라 4대 또랑이라도 치워야 할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뭔가 일 좀 해 보려 하면 입법 권력을 손에 쥔 국회는 관련법 입법에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행정부의 손발이 묶인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이건 양식 있는 유권자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참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총선 직전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선을 유지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지지율을 바탕으로 기회가 날 때마다 ‘국회 심판론’을 제기했고, 이 아젠다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측면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은 본지가 제기한 ‘운동권 퇴출론’의 청와대판 버전인 셈이다. 

김무성 대표의 결정적 패착

야당 입장에서는 ‘선거 여왕’ 박근혜와의 대결은 악몽 그 자체였다. 2012년 총선 및 대선, 2014년 6월의 지방선거, 그 동안의 크고 작은 보궐선거에서 판판이 패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박근혜’라는 인물의 폭발력을 익히 알고 있는 야권은 박 대통령을 정면 공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야권은 박 대통령이 ‘국회 심판론’으로 질타를 가할 때마다 아웃 복싱으로 예공을 피해갔다. 야권은 의도적으로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피해간 것이다. 

여당의 경우 박 대통령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식상한 인물들을 대거 물갈이하여 새 인물을 대거 공천하면서 쇄신, 혁신, 기득권 포기를 외치며 유권자 앞에 석고대죄하는 전략으로 나갔어야 한다. 

그러나 나타난 현상은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패착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고집한 데 있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게 될 경우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변화와 개혁을 바라던 유권자들에게 배신감만을 안겨줄 뿐이란 점을 왜 몰랐던 것일까. 여당은 야권의 분열 현상에 열광한 나머지 너무 자만하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대세를 그르쳤다.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이슈나 프레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맥 빠진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프레임이 사라지고 보니 상대적으로 여당 내 분란이 돌이킬 수 없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 스스로의 발등에 총을 쏘는 결과가 되었다. 

반면에 야권은 자기들끼리 프레임을 만들어 이슈를 선점해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어 유권자가 누구에게 더 많은 표를 줄 것인지, 호남은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인지 등등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후보자 투표와 정당 투표라는 투표 방식이 흥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보다 훨씬 낮은 33.5%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차기 대선, 리더십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 

국가적으로 중대 변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선은 20개월 후 어김없이 치러진다. 야권은 후보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너무 많아서 고민, 새누리당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외에는 뚜렷한 대인이 보이지 않는다.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유력 대선 후보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반기문 총장과 관련하여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현재까지 집권했던 역대 국가 최고 지도자(대통령·총리) 중 외교관 출신들의 재임 성적표다. 

헌정 사상 외교관 출신으로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오른 인물은 장면 총리(2공화국), 최규하 대통령(박정희 사후 과도정권)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재임 기간 내내 사회 혼란과 리더십 부재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군사 쿠데타로 인해 실각했다. 

해외의 유명한 우스개 중에 브뤼셀 사건이 있다. 벨기에의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 등 크고 작은 국제기구가 위치하고 있어 외교관이 많이 거주하기로 소문 난 도시다. 때문에 도심지에는 외교관들이 자주 찾는 목조로 된 실내악 전용 연주 공연장이 많다. 

어느 날 실내악 전용 공연장에서 연주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비상벨이 울리고 긴급 대피를 알리는 안내 방송에도 불구하고 말끔한 연미복을 차려 입은 절반 정도의 관객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았다. 다급해진 지배인이 “화재가 났습니다. 왜 대피를 하지 않으십니까” 하고 외치자 그 중 한 사람이 답했다. 

“아직 ‘대피하라’는 본국 정부의 훈령이 도착하지 않아서요.” 

외교관은 특성상 초년병 시절부터 ‘본국 정부의 훈령’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이나 마찬가지다. ‘본국 정부의 훈령’이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자기가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장면 총리, 최규하 대통령 공히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 처한 행동을 보면 수녀원으로 도주하여 연락을 끊거나(장면), 국군통수권자의 시해 사실을 숨기고 기회주의로 일관(최규하)하다 파국을 맞는다. 이것이 외교관 출신 국가지도자의 한계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그리고 우파는 누구를 차기 지도자로 만들어낼 것인가. 과연 대안은 있는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위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하는 시각도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유권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히틀러가 집권한 것은 쿠데타나 혁명의 방법이 아니라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상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엉뚱한 인물을 지도자로 당선시켜 나라가 거덜이 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것이 선거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다. 

한국 사회의 다수 유권자들이 중도좌파 정당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새누리당보다 더 많은 표를 줘 입법권력이 중도좌파로 넘어갔다. 여세를 몰아 내년 연말 대선에서 야권은 정당연합이나 합당, 정책연합을 통해 좌익 성향의 반대한민국적 가치관을 가진 인물을 단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에서 승리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19대 국회 내에 임시국회를 열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등을 위한 세월호법 개정과 국정교과서 폐기 논의, 세월호 특검 추진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아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파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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