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근원지는 한국?
미세먼지의 근원지는 한국?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04.29 03: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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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미세먼지의 국제정치학

환경부와 정부의 ‘초미세먼지 피해저감 사업단’ 소속 연구원들은 “미세먼지 절반은 국내 발생…

디젤 차량, 바비큐 파티 때문”이라고 주장. 그렇다면 나머지 50%는 어디서 날아오나? 

겨우내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던 미세먼지. 4월 하순이 다 되어가도록 강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을 정도인 미세먼지에 대해 온 국민이 화가 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어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2015년 2월, 한반도는 미세먼지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 이달 22일과 23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800㎍/㎥을 넘었고, 경기 남부, 인천, 충남, 전남 지역은 600㎍/㎥ 이상, 경남, 부산 지역까지도 300㎍/㎥ 이상의 농도를 보였다. 

이 정도면 1시간만 외출해도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밀실에 2~3시간 갇혀 있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외신들이 부르는 ‘스모겟돈(스모그 아마겟돈)’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국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언론들도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미세먼지는 어디서 날아오는 것일까? 

2013년 3월 그린피스가 “한반도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생긴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당시 경향신문은 그린피스의 자료를 인용,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1차 초미세먼지가 전체 배출량의 3.4%에 달하며, 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59%에 달한다”면서 “발전소에서 나오는 질산화물과 이산화황 등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초미세먼지를 고려하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가 2021년까지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를 증설하게 될 경우 조기 사망자가 2014년 기준 최대 1600명에서 연간 최대 28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주장은 우리 정부가 2013년부터 주장하던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2014년 4월에도 이와 거의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 한반도 전체가 중국 발 미세먼지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중국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지 못한 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국내 문제로 돌리고 있다.

환경부의 주장 

2014년 4월 8일, 환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 부처의 연구 결과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은 인근 공단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영향이 커 연평균 농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이후로도 한반도의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국내의 디젤 차량 운행, 각종 기계장비 운용, 공장 매연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6년 3월 30일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보자. 당시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1%가 경유차에서 나온다면서 “특히 노후 경유차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래된 디젤 차량은 연소 효율이 떨어져 불완전 연소 현상이 생기면서 질소산화물과 같은 오염물질을 더 많이 내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가 배포한 자료를 받아 쓴 국내 언론들은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노후 경유차의 도심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때는 벌금을 물리기까지 한다. EU 의회는 최근 경유차의 주행 중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2배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경유차에 대한 규제 등 국내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가 2015년 3월 “한국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그 가운데서도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자, 국내 언론들은 “한국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심각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며 그린피스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전문가도 “50%는 국내 발생설” 주장 

지난 4월 16일 조선일보 계열인 조선비즈는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의 발언을 인용, “약 2년 동안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입자가 상대적으로 큰 미세먼지는 도로 변이나 터널 내부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만으로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 연료나 산업용 물질, 나무 등이 연소할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줄이기 쉽지 않다”는 주장을 전했다. 

조선비즈는 또 “상대적으로 인체에 더 유해한 초미세먼지는 디젤 자동차 매연이나 바비큐, 공장 매연, 산업 물질 연소 등에서 나온다”면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봄철에 발생하는 중국 발(發) 황사에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약 20~50% 섞여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합쳐져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진다”고 박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다. 

조선비즈가 인용한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2014년 5월 정부가 176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초빙하여 발족한 ‘초미세먼지 피해저감 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권위라면 충분히 믿을 만해 보인다. 

한국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환경부와 기상청으로부터 제공받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예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예보가 불과 6시간 앞선 내용을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미세먼지 수치는 보여주지만, 그보다 훨씬 몸에 해로운 초미세먼지 예보에서는 수치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네이버를 통해 제공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예보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 언론들조차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거세게 반발하지만, 우리 정부는 환경부, 기상청 관계자들을 내세워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줄이면 국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만 한다. 주요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은 이를 주요 뉴스로 보도한다. 

국민들은 이런 정부의 주장과 언론의 보도를 믿고 있을까. 아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이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침묵할수록, 먼지의 피해를 몸소 체험하는 국민들은 일본 기상협회(Tenki.jp)나 미 해군의 괌 기상센터, 미 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동아시아 또는 세계 미세먼지 예측도를 찾아서 살펴본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 일본 지역의 48시간 초미세먼지 예측도를 제공하는 일본 기상협회 홈페이지는 인기가 높다. 

제주도와 백령도가 수도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이유는? 

국민들은 이미 해외 사이트를 통해 중국 발 미세먼지의 현실을 보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국민들의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수도권 지역만을 사례로 들면서 “노후화된 디젤 차량의 매연, 발전소와 공장 배출 물질”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며, 심지어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 먹는 것 또한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디젤 차량의 비율이 매우 적고, 소규모 화력발전소밖에 없으며, 사방이 바다인 제주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수도권과 맞먹거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인구가 적고, 공장이 많지 않으며, 노후화된 디젤 차량도 그리 많지 않은 남해안 일대와 서해안 섬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을 능가하는 점, 차량도 별로 없고 공장은 아예 없는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국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점 또한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 제주도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중국 내륙에서 난방을 시작하는 10월 말부터 극심해져 수치가 200㎍/㎥을 훌쩍 넘긴다. 이런 미세먼지 수치는 내몽골 지역의 ‘진짜 황사’를 몰고 오는 양쯔강 기단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4월 하순까지 이어진다. 

우리 정부는 대체 왜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말 한 마디 못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우리나라 기득권층 내에 ‘친중파(親中派)’들이 많다 보니, 정부, 언론, 정치권이 중국에 항의하기는커녕 이를 숨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에 ‘친중파’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여당 인사들 중 소위 ‘운동권’ 출신들 가운데는 젊어서 공산주의를 추종하던 사람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WTO에 가입한 1999년 12월 이후 급격한 발전을 하자 ‘대안 세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들은 ‘전향 선언’을 통해 북한의 노동당 세력에 대해서는 비토를 하면서도, 중국 공산당을 새로운 ‘역할 모델’로 보고,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중국으로 유학 가서 공산당과 친분을 쌓는 사람부터, 자신의 자녀를 중국으로 유학 보내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경영 일선에 나선 재벌 2~3세들도 ‘떠오르는 중국’에 수 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에 막대한 뇌물을 주는 일도 많았다. 이를 통해 투자한 금액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 

노무현 정권 때에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도 중국 공산당과 우호관계를 맺느라 정신이 없었다. ‘중국 10억 시장론’에 빠져 한미 동맹이나 서방 진영과의 관계보다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은 교체됐지만, 15년 이상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던 ‘친중파’들의 지위와 권한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커졌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히려 친중파가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미 관료사회, 대기업 등에 ‘친중파’들이 요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보 분야 일부를 제외하고는 친중파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책을 맡았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뒤에는 본격적인 친중파 시대가 열렸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2월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대북제재를 채택한 뒤부터 우리 정부는 중국 공산당을 향해 대북제재 동참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결과는 비참한 수준이다.

▲ 중국 발 황사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위성사진. 중국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은 마오쩌둥이 “자연보호는 자본주의의 사치”라며 진행한 광기어린 개발 정책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자연파괴가 미세먼지의 주범(主犯) 

이처럼 우리 정부의 말이 먹히지 않자 좌파 진영 일각에서는 “중국 발 미세먼지는 중국 내륙의 사막화가 원인이므로, 한중일이 힘을 합쳐 녹화사업을 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일부 우파 인사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땅에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미세먼지와 내륙 사막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다만 공식적으로 거론할 수 없을 뿐이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시절 중국 공산당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의 거의 모든 자연환경을 파괴했다. 

대약진운동 기간 동안 중국 공산당은 “철강 생산을 미국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수천 개의 중소형 용광로를 곳곳에 짓고, 그 연료로 내몽골과 내륙 지역의 산림을 모조리 파괴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묘목을 심지도 않았다. 마오쩌둥이 “자연보호는 자본주의 부르주아의 사치스런 취미”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에서 사라진 숲이 연 1000만ha에 달했다고 한다. 

195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자연파괴는 1964년 8월 삼선운동이 시작되면서 더 심해졌다. 이때도 마오쩌둥은 “서방과의 핵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요 생산시설을 산 속으로 옮기고,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 중국 대륙 곳곳의 산림과 강줄기를 파괴했다. 

마오쩌둥의 황당한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자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전체 회의를 열어 그를 쫓아내려 하자 1966년 5월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다시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10년 동안 파괴된 자연 환경을 복원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 중심에 공해를 유발하는 각종 공장을 지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산을 개간하고, 환경의 보고인 호수와 습지는 모두 메워 논밭으로 만들었다. 

1976년 9월 마오쩌둥이 죽고,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한 뒤에도 자연환경 복원은 없었다. 마오쩌둥 집권 기간 동안 소진한 국가자원을 되살리고, 10억 명의 인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에 이어 집권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도 경제 발전을 내세워 환경 복원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중국 발 미세먼지’ 문제다. 

즉, ‘중국발 미세먼지’는 마오쩌둥으로 대표되는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 광기가 수십 년 동안 저지른 재앙 때문이다. 과거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한국의 친중파들은 이런 문제를 외면하려 한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중국 발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들이닥칠 때마다 정부와 언론을 비판한다. 하지만 한국 관료 사회와 언론계, 학계의 주도권을 운동권 출신들이 쥐고 있는 한, 한국 정부와 언론이 중국을 향해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항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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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중국발인정? 2016-05-30 09:15:05
오랜만에 제대로된 기자분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인정 2016-05-03 00:54:49
기사 한번 똑부러지고 후련하게 잘 쓰셨네. 미래한국 기억해야겠다.
미세먼지는 중국탓이란걸 좀 알아라

ㅂㅈㄷㄱ 2016-05-02 10:37:59
이런게 진짜 기사지.. 열심히 중국 빨아주는 언론들은 아직도 미세먼지가 한국탓이라는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게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