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新풍속도- 현실서 못느낀 가족愛 가상세계서 대리만족
가정의 달 5월 新풍속도- 현실서 못느낀 가족愛 가상세계서 대리만족
  • 미래한국
  • 승인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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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팸’ 집단가출·성매매 탈선 초래/가족과 학교의 끊임없는 사랑이 유일한 치유책
▲ ◇리얼 아바팅 사이트 팝플(www.popple.co.kr)에서 사이버 가족들이 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회의 근간이며 제1의 안전망이었던 가정이 21세기 다원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조부모-부모-자녀로 이어지는 전통적 가족상이 점점 사라지고 혼인감소와 이혼증가로 늘어나는 독신자 가족,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딩크(Dink)족, 동성애가족 등이 대안가족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사이버 상에서 가족을 만드는 ‘사이버 팸’이 증가하고 있다.‘사이버 팸’은 ‘사이버’(가상)와 ‘패밀리’(가족)의 합성어. 같은 취미나 성향을 가진 또래들이 인터넷 동호회(카페)나 채팅사이트에서 만나 나이-성별에 따라 서로를 아빠·엄마·이모·삼촌 등으로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는 모임으로 99년말 부터 오마이러브(www.ohmylove.co.kr), 조이천사(www.joy1004.co.kr) 등 화상 채팅 사이트를 중심으로 생겨나 다음, 프리챌, 세이클럽, 팝플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확산되고 있다.팸의 이용자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속의 가족·진짜 부모들은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얘기를 할 기회조차 없지만 온라인 속에서는 현실세계에서 풀기 힘든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어 찾는다고 말한다. 3D 커뮤니티 게임 사이트인 이엑스러브(www.exlove.co.kr)에서 부모와 2명의 누나, 1명의 남동생, 조카, 형부를 두고 있는 ID명 ‘카타리’(22·남)는 “진짜 부모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팸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며 “외동아들이어서 늘 외로움을 느껴왔는데 특히 누나와 동생이 생기니까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이렇게 ‘사이버 팸’이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떠오르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급구’ ‘아들이나 딸 하고 싶은 방’ 등의 방제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실에서의 가정내 사랑에 대한 갈증을 가상세계에서 채우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사이버 팸’은 그러나 최근 가족간 대화 단절로 애정에 굶주린 일부 청소년들에겐 단순한 ‘상담창구’를 넘어 가출과 탈선을 부추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팸을 ‘아바타 원조’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집단 가출, 팸 멤버끼리 모여살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함께 성매매를 하는 등 탈선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4월 원조교제로 경찰에 입건된 박모 양은 포털 사이트 화상 채팅방에서 만난 홍모 씨(20·여)와 연결된 ‘사이버 팸’에서 홍 씨와 엄마와 딸로 지내다 홍 씨의 유혹으로 가출한 경우다. 박씨는 “팸에서 만난 언니가 ‘학교도 부모들도 다 우리를 버렸는데 더 이상 집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꼬드겨 집을 나오게 됐다”며 “(이미 청소년 성매매까지 경험했던) 홍 씨의 권유로 용돈을 벌기 위해 매춘까지 하게 됐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최근 인터넷에 ‘사이버 팸’을 만들고 40여명의 대가족을 구성한 김모 양(18·K여고)도 지난달 말 가출을 했다. “부모님이 싸우는 게 너무 싫어서 집을 뛰쳐나왔어요. 인터넷에 들어가 ‘패밀리’한테 가출했다고 말하니까 ‘마누라’하고 ‘딸’도 집을 나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일주일 정도 같이 지냈어요. ‘패밀리’는 한명이 가출하면 다 따라나오거든요. 이걸 ‘벙개 가출’이라고 해요. 만나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지죠.”현재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사이버 팸’을 통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모 포털사이트에는 ‘팸 멤버’만 3,0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최근 들어선 사이버 팸이 가문(家門)을 형성해 서로를 배척하는가 하면 동성애 성향의 사이버 팸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속의 개인’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청소년들이 대안 공동체를 찾아 인터넷 모임에 애착을 보이고 심리적 지지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의 가족에 대한 불만을 ‘사이버 팸’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지만 결국 환상에서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에는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 팸을 통해 이뤄지는 가출은 기간도 길고 집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적응이 안 돼 재활마저 어렵다”고 지적한다.한편 이수진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선임연구원은 “가출 청소년들이 사이버 팸에 집착하는 것은 대인관계에 있어 가족에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가족과 학교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사이버 가족으로의 탈선을 맞는 유일한 치유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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