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나?
4차 산업혁명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나?
  •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 승인 2016.05.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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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쇼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後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적 대결’, 그 역사적 의미와 남겨진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비스 산업 영역까지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침투하여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올 3월 9~15일에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유는 한국의 바둑 최고 고수로 10년 동안 군림한 천재 바둑기사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전장이었으며, 이는 기계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알파고는 구글의 딥 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미 2015년 10월 유럽 챔피언 판 후이 2단과의 5번기에서 전승을 기록, 프로 바둑 기사를 이긴 최초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인공지능과의 세기적 대결은 바둑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놀라운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다. 유럽 바둑챔피언 판 후이를 물리친 지 불과 6개월이 안 된 상태에서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진보를 이뤘다. 대부분의 전문 바둑기사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4 대 1로 알파고가 쉽게 승리했다. 이것은 우리도 몰래 파고든 인공지능이란 경이로운 과학기술의 진척 속도에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한 방심의 결과였다. 

둘째, 이세돌의 투혼이 돋보인 대결이었다. 필자는 대국 소식을 접했을 때, 5 대 0으로 알파고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세돌의 1승은 놀라운 것이었다. 

가공할 인공지능이란 기계에 대한 투혼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세돌은 세 판을 내리지면서 5전 3승제에서 일찌감치 패배했지만, 4국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역전승을 일궈내며 가까스로 기계에 대한 인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증명했다.

우리 곁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셋째,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보여준 중대한 역사적 의미는 이미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와 있다는 것을 알린 점이다. 

미국의 석학(碩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류가 진보를 이룩해낸 세 번에 걸친 거대한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1차 물결은 인류가 약 1만 년 전에 한 곳에 정착함으로써 이뤄진 농업혁명이고, 제2의 물결은 18세기 중반 직조기와 증기기관, 농기구의 발명 등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이며, 제3의 물결이란 우리 시대의 최첨단 지식정보 산업이 발달한 시기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제4의 물결이란 인공지능이 대표되는 시대로서, 한 마디로 말하면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시대다. 

올 1월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가장 강조된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과거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의미로서, 저임금 근로자가 해 온 단순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는 세상을 말한다. 

서비스 업무의 대부분도 인공지능(AI)을 통해 기계와 사람이, 기계와 기계가 소통하여 해결하는 세상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어쨌든 ‘세기의 대결’은 온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많은 화제를 남기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문명사적, 국가적, 그리고 이세돌 개인 차원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문명사적 차원에서 볼 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력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인공지능 기계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의 도덕과 가치체계에 대한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은 수많은 일자리를 기계에게 빼앗길 것이고, 인간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는 자본가에게 빌려 사용하던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Luddite)라는 사회운동(1811~1812)이 노팅엄셔, 요크셔, 랭커셔 등지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이점을 상기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결국 이런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이제라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개혁 및 시민사회의 새로운 담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세돌(한국) 대 인공지능(영국+미국)의 國力 대결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기술경쟁의 수준 문제가 제기된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후 세계 디지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 간에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더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구글,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상당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 개발은 걸음마 단계로서, 선진국 수준에서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국 중계 과정에 나타난 알파고가 영국 국적을 가진 점에 수많은 바둑 애호가들은 놀랐을 것이다. 필자는 인공지능의 국적이 미국일 것으로 짐작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착착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는 구글에 인수된 영국의 벤처회사 딥마인드다. 산업혁명의 발원지 영국이 제4의 물결로 불리는 정보화 시대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정치권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영국은 이미 1760년대에 1차 산업혁명의 시발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전 세계에 걸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영국이 2차, 3차 산업혁명에서 미국, 독일, 일본에 뒤처지면서 세계 무대에서 밀렸다. 

이제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그만큼 앞서가고 있다. 이번 세기의 대결은 인류 대 (인공지능) 기계의 두뇌 대결 이전에, 이세돌(한국) 대 인공지능(영국+미국)의 국력(國力) 대결이었던 셈이다. 

100여 년 전, 조선이 현대국가의 성립과 산업화 경쟁에서 뒤처짐으로써 일제의 식민지 경험을 했던 쓰라린 역사적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현실은 암담하다.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과 자유민주 통일에 대비해야 할 정치권이 기술 발전에 발목을 잡고, 특권과 권력욕에 집착하여 구태의연한 정권 투쟁에 사로잡혀 국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가정의 정상화 

이세돌 개인 차원에서 볼 때도, ‘가정의 정상화’란 과제를 안겨줬다. 이제 이세돌은 단순한 바둑기사가 아니라 한국 바둑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인공지능에 맞선 인류의 대표선수로 우뚝 섰다. 

그가 1승을 건졌다고 해서 언론이 마냥 승리의 월계관을 씌우면서 칭송·찬양·미화만 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국제 시합을 할 때마다 멀리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그의 부인과 딸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러기 아빠’의 안쓰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인 바둑기사는 기계인 인공지능 알파고 처럼 24시간 365일 바둑만 둘 수 있는 무쇠가 아니다. 영원히 정상에서 승리를 만끽할 수도 없다. 

가정을 가진 가장(家長)의 나이가 35세면 바둑만 둘 나이도 아니다. 휴식처가 있어야 하고 다른 인생의 즐거움도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독신자처럼 혼자서 복기하면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자는 생활,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삶의 방식인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또 이제 이세돌 선수는 젊은 시절처럼 국가가 자신을 위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요구할 시대는 지났다. 과거 10년 동안 이세돌은 100억 원 이상의 수입으로 돈을 벌 만큼 벌었다. 이제는 침체된 한국 바둑계의 중흥을 위해 그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성숙한 고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세돌은 부친이 아마 바둑의 고수로서 어렸을 때부터 부친에게 바둑을 배웠다고 알려져 있다. 조남철 일가(一家)가 이미 바둑의 명문가로 자리 잡았고, 일본도, 하네 야스마사(羽根泰正) 부자(父子)가 타이틀을 획득하여 기염을 토했으며 기다니 가문과 같은 바둑 가문은 대대로 바둑을 전수하는 전통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천재적 바둑 재능은 이제 ‘기러기 아빠’로 인해 대가 끊기는 것 아닌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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