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북(對北) 압박이 북핵 포기의 지름길
강력한 대북(對北) 압박이 북핵 포기의 지름길
  • 남시욱 미래한국 고문
  • 승인 2016.05.1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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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기로에 선 대한민국

북핵 포기와 美北 평화협정의 교환, 이를 위해 두 가지 협상을 병행하자는 주장은 북한에게 시간만 벌게 하여 대한민국을 망하는 길로 이끄는 패배주의적 발상 

‘원자탄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는 1945년 7월 16일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린 세계 최초의 원자탄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 그는 그 때 다음과 같은 힌두교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고 3년 후 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회고했다. 

“나는 이제 세계의 파괴자인 죽음이 되었노라.” 

▲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미래한국 고문

그가 폭발 실험에 성공한 원자탄은 20일 후부터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차례로 투하되어 사망자만 17만여 명에 달했다. ‘죽음’이 두 도시를 완전히 삼킨 것이다. 이 무서운 무기는 이 때 딱 두 차례 사용되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다음, 다행히도 그 후 71년 동안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 동안 최초의 원자탄보다 파괴력이 수백 배 늘어난 수소폭탄까지 발명되었다. 수소폭탄 한 발은 순식간에 수십, 수백만 명의 인명을 살상하며 환경을 파괴해 미래세대에게까지 재앙적인 피해를 준다. 이 때문에 이 가공할 무기는 유엔의 핵전문가들 지적처럼 ‘존재 그 자체’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까지 100여 년에 걸쳐 망국과 분단과 전쟁 등 숱한 시련을 겪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설상가상으로 북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3대 세습 공산정권이 이 무서운 무기를 개발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연초의 4차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고 한미 연합군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자 대한민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청와대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모형을 만들어 놓고 작전 연습을 하는가 하면, 미국의 백악관도 핵으로 타격하겠다고 공공연히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6일 개막된 조선노동당 7차 당 대회에서는 그들의 핵무기 개발을 ‘반만년 민족사의 특기할 대 사변’이라고 주장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연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하려는 김정은 정권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공화국 압살책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북한 정권이 이들 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또 북한은 자주권을 침략 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세계의 비핵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함으로써 다른 8개 핵보유국과 같은 지위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제 한반도는 태풍권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이제 북핵 폐기 문제는 대한민국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중대 과제가 되고 말았다. 

김정은 정권은 그들이 개발한 핵무기가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자위용이라고 강변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의 김일성은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북 경제 대결에서 결정적으로 밀리자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남한과 대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당초 평화적 사용을 위해 소련에서 도입한 원자력 기술을 1980년대부터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 개발로 돌린 사실을 북한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핵을 무기로 삼아 1973년의 미-월맹 간의 파리 평화협정 같은 미·북(美北) 평화조약을 체결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내보내고 최종적으로 월남 식 통일을 이루려고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 국내의 일부 지식인들은 김정은 정권이 자신들의 생존에도 급급한 판에 그런 시도를 할 수 있겠느냐고 이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들의 ‘주체혁명의 최후승리’가 가능하며, 또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경제침체, 양극화 등 갖가지 국내적 어려움 속에서 북핵 문제에 당면해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적 위기 앞에 섰다. 기로에 선 대한민국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사상 초유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단행한 후 긴박하게 전개된 3개월간의 사태 진전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에도 핵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지난 4월 15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강행했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북한의 추가 도발 때 중대한 조처를 하겠다는 내용의 언론 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미국, 한국 등이 요구하고 15개 회원국이 동의함에 따라 회의 소집 절차를 생략하고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상황에서 이처럼 신속하게 언론 성명이 채택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을 조롱하듯 약 1주일 후인 4월 23일에는 동해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수중 발사했다. 한미 양국 군 당국은 최소 사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날아가는 데 그쳐 이 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 북핵 포기와 미북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병행하자는 주장은 북한에게 핵 개발을 위한 시간만 벌어주는 일이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북한 노동당 제7차 당 대회 장면.

유엔 안보리 제재 3개월 중간 평가 

북한은 다시 5일 후인 4월 28일에는 하루에 두 차례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연거푸 쏘아 올렸다. 이때도 미사일은 수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15개 이사국 긴급회의를 갖고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 등 도발 행동을 계속하면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북한은 당시 5차 핵실험도 실시할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는 앞으로 어느 정도 강력하게 나갈 것인가.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첫 번째 핵실험 이후 당시까지 4차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들 결의를 완전 무시하고 핵개발을 계속했다. 지난 2월 초 AFP 통신이 입수한 유엔 기밀 보고서에 의하면 유엔 전문가들도 “안보리 제재 조치들이 지난 10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확대를 막지 못했다”고 자인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의 태도가 변한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렇다. 안보리의 4월 의장국이던 중국은 추가 경고 메시지를 채택하는 데 성의를 보였다. 또 4월 28일 중국이 베이징에서 주최한 제5차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도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날 채택된 47개항의 공동선언문 중 제31항은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북한의 핵실험 및 수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천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이에 앞서 이날 CICA 회의 축사에서 “중국은 반도(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 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각국이 자제하면서, 서로 자극하고 모순을 격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반도 문제를 조속히 대화·담판의 궤도로 복귀시켜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쿠데타 일어나도록 압박해야 

중국이 이처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한미 양국의 적극적인 대(對)중국 설득외교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에 시진핑이 그와의 전화 통화도 거부하는 등 냉담한 태도를 취한 데 크게 실망했으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대중 설득외교 노력을 계속했다. 

그는 3월 말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기회에 미·중·일 3국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대북 압박에 공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진핑은 박 대통령에게 “유엔 대북 제재 결의 과정에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강력한 압력을 넣었다. 

우리 외교부도 이번 CICA 공동성명에 북한 규탄 조항을 넣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집중적으로 설득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CICA의 선언문 채택에 앞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유엔 역사상 북한처럼 지속적이고 노골적인 상습 범법 국가는 찾을 수 없다”며 선언문 채택을 촉구했다. 

그러면 이번 노동당 7차 당 대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임을 재확인까지 한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어떻게 핵을 포기시킬 것인가. 이 점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진단은 틀리지 않다.  그는 지난 2월 4일 청와대 홍보실을 통해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력한 유엔 제재를 통해 그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과 관련해서 지난 5월 3일 미국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미 세미나 석상에서 밝힌 상당히 구체적인 제안들은 국제사회가 주목할 만하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주자의 핵심 외교 참모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북한 지도부가 ‘이러다간 정권이 무너지거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다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계속적인 군사훈련, 인권 문제 제기 등을 통해 북한의 선택을 이끌어내도록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핵과 미북 평화협정 교환은 패배주의적 사고 

지금 국내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대북 유화론이 일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북핵 포기와 미북 평화협정의 교환과, 이를 위한 두 가지 협상을 병행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것처럼 북한 측이 일단 핵 포기를 약속한 다음 평화협정 교섭을 갖는 것은 좋다. 

두 가지 교섭의 병행 방식은 북측으로 하여금 시간만 벌게 하는 패배주의적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미북 교섭을 통해 관계 개선과 양국의 국교 수립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평화협정은 남북과 미중 4국간에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유엔에 의해 침략자로 낙인찍힌 북한과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에 대한 군사 제재를 위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한 미국이 단독으로 평화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발상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로에 선 대한민국, 온 국민들이 단합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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