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 문제로 번진 동성애
‘종교의 자유’ 문제로 번진 동성애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6.05.19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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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 동성애 쓰나미에 강타 당한 미국

청교도가 세운 기독교 국가 미국, 동성애 쓰나미에 강타 당해 ‘종교의 자유’마저 위협받고 있다 

워싱턴 =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린 후 2달 뒤인 지난해 8월의 일이다. 킴 데이비스는 켄터키 주(州) 로완 카운티에서 결혼증명서 발급 업무 담당자였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신성한 결합이며, 동성애를 가증한 죄라고 규정한 성경을 믿는 킴은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동성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공무원은 개인의 종교를 떠나 공무를 위해 동성결혼자들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야 하고, 종교 양심상 도저히 동성결혼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하겠다면 사직하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킴은 그만두지 않았고, 결혼증명서 발급을 계속 거부했다. 결국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되었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동성결혼 커플에게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그녀를 감옥에 집어넣는 것은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반발이었다. 

▲ 2015년 8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동성커플에게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다 감옥에 갇혔던 킴 데이비스(오른쪽 여성)이 감옥에서 풀련난 후 자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위협 받는 ‘종교의 자유’ 

킴 데이비스 사건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자신의 기독교 양심상 동성커플 결혼식에 꽃과 케이크 제공을 거부하고 사진 촬영을 거절한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했다며 법원으로부터 처벌을 받았던 사건들과 함께  동성애 문제가 종교의 자유 문제로 비화되는 근거가 되었다.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동성결혼을 반대할 경우 국가로부터 처벌받지 않도록 하자는 움직임은 주(州) 차원에서 시작되고 있다. 주 의회에서 이른바 ‘종교의 자유’ 법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공화당이 주 의회와 주지사를 장악한 애리조나, 인디애나, 아칸소, 조지아, 미시시피, 캔자스 등에서 추진되었다. 법안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종교적 신앙에 따라 목사가 동성 결혼식 주례를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고, 교회나 종교시설 등 신앙에 기반을 둔 단체들이 자신들의 신앙과 어긋나는 행사에 자신들의 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종교 단체에서 신앙이 다른 사람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개인이나 가게 주인들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종교적 신앙에 따라 동성결혼 커플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거나 케이크 등 상품을 팔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공화당 소속 주 의원들이 지역 내 기독교 단체와 교회들의 성원 속에서 종교의 자유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안은 애리조나, 인디애나, 아칸소, 조지아 주에서는 주지사들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허사가 되었다. 이유는 기업들과 프로 스포츠 단체, 할리우드 영화배우, 인권단체, 연방정부 및 다른 주정부 등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지 말라” 강력한 항의와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들과 프로 스포츠 단체들이 동성애자 권익 옹호를 위해 종교의 자유법안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조지아 주 의회에서 ‘종교의 자유’ 법안이 통과되자 델타 항공, 구글, 홈디폿, 코카콜라, 포르쉐, 웰스파고 은행,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등 480여 대기업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이 법안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주지사에게 압력을 넣었다.

전국풋볼협회(NFL) 등 프로 스포츠 협회도 주지사가 종교의 자유법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결승전 등 주요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해 주지사들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하지만 미시시피, 캔자스 등에서는 주지사들이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 법안에 서명했다. 미시시피에서는 지난 4월 5일 주지사의 서명으로 종교의 자유 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된다. 내용은 자신의 종교 양심에 따라 동성커플 결혼식에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지 않고 결혼증명서를 승인, 발급하는 공무원들이 역시 자신의 신앙에 따라 이를 기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지난 3월 23일 공공 화장실에 들어갈 때 자신의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성(性)을 기준으로 남자 혹은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이 마련되었다. 태어날 때 남자였던 사람이 성전환을 해서 여자라고 하며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갈 경우 특히, 어린이들에게 초래될 충격과 혼란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성전환자들을 차별한 것이라는 반발이 컸다. 일부 기업들은 노스캐롤라이나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유명 가수는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취소했다.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 권익 옹호에 앞장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시장 등은 시(市) 공무원들의 노스캐롤라이나 방문을 금지하며 항의했다. 연방정부도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한 연방지원금 중단 내지 삭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법안에 서명한 팻 맥코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반(反)기독교적인 인권 캠페인(Human Right Campaign)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이슈 그룹으로 알려진 전국총기협회(NRA)보다 훨씬 강하다며, 수천만 달러의 돈을 가진 동성애자 권익 단체들이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63%가 동성결혼 지지 

미국에서 그동안 동성결혼 합법 등 동성애자 권익 옹호를 해온 주된 단체는 연 예산 5000만 달러 규모의 ‘인권 캠페인(HRC)’이다.

이들은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억만장자 폴 싱어 등의 지원을 받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인권 캠페인’은 올해 30여 개 주 의회에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법안 약 200개가 준비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있다. 

2011년 기준 미국에는 약 900만 명의 동성애자 혹은 성전환자들이 있고, 2015년 기준 미국인 63%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난 후 미국에서는 동성애, 성전환, 동성결혼 등을 반대하면 동성애자 권익단체는 물론이고 기업, 영화배우, 주정부, 연방정부가 벌떼 같이 일어나 공격하고 있다. 

기독교인들과 기독교 단체 및 교회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며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안 된다는 반발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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