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달인 (達人), 박정희
행정의 달인 (達人), 박정희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6.05.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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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탄생 100돌] 박정희 정신의 창조적 계승을 위하여(4)

박정희는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어떤 일이건 추진 과정에서 기획 및 계획, 집행, 평가분석이라는 공식에 의해 체계적·과학적·능률적으로 수행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술은 군 시스템으로부터 강렬한 영향을 받았다. 그는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어떤 일이건 추진 과정에서 기획 및 계획, 집행, 평가분석이라는 공식에 의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했다.

어떤 일이 큰 성과가 났다면, 성공 원인은 무엇인지, 낭패를 봤다면 어떤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일을 그르쳤는지를 과학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분석하여 다음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 반영한다. 

▲ 박정희 대통령은 월간경제동향보고, 수출진흥확대회의 등을 통해 국정의 핵심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수출진흥확대회를 주재하는 모습.

그 결과 업무 성과가 지속적으로 진일보시키는 시스템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기업경영에서 활용되었고, 미 국방부에서 채택 발전시킨 심사·분석·통제 기법이다. 그는 이러한 심사·분석·통제 기법에 대단히 익숙한, 즉 행정의 달인(達人)이었다.

중·장기 계획 수립

대통령 재임 시절 박정희의 국정운영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먼저 주요 국정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연차적으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수시로 진척상태를 점검하고 계획을 수정 보완하여 어떤 경우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철저하게 평가, 분석, 현장 점검을 했다.

박정희는 재임 중 수립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비롯하여 식량증산 10개년 계획, 4차에 걸친 전원개발 5개년 계획, 산림녹화 10개년 계획, 전자공업육성 5개년 계획, 전자제품 수출 5개년 계획, 전력증강, 국군 현대화 계획 등 모든 국가 주요 프로젝트를 철저한 계획을 수립한 후 모든 준비를 하여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 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따라서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고속철도 건설처럼 국가적 주요 프로젝트가 엉터리 계획 및 지도부의 우왕좌왕으로 몇 년 씩 공기가 늦어져 막대한 예산이 추가 지출되는 일 같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해당 연도의 업무 추진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우선 매년 연초가 되면 박정희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연두 기자회견을 열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신년 시정방침을 밝힌다. 또 기자들과의 상세한 일문일답을 통해 국가 전체, 그리고 국민들에게 그 해 국가의 주요 시책과 국정목표를 명확히 밝히고, 범국가적 협조를 당부한다.

이 행사 후 중앙행정 각부의 초도순시에 나선다. 이때는 대통령 혼자만 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와 부총리, 국회의 관계 분과위원장과 양당 간사, 여당의 당의장과 정책위원회 의장, 대통령 특별보좌관 전원, 산하 국영기업체장 등이 배석한다.

각 행정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국장 및 주무과장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해당 부처의 전년도 실적, 신년도 행정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질의응답을 통해 각 부처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참석자 전원과 공유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초도순시는 행정 각 부처로 하여금 중요 업무 진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부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는 에너지로 작용했다. 행정 각 부처는 대통령에게 신년정책을 보고한 후 언론을 통해 이를 공표한다.

박정희는 각 부처가 제출한 보고서를 연중 가까이 두고 틈나는 대로 들춰보면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애로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해결해 줬다. 때문에 각 부처 장관들은 초도순시 때 보고한 시정목표 달성에 총력을 경주하게 되어 국가 전체가 발전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중앙 각 부처 초도순시가 끝나면 지방정부 초도순시에 나섰다. 박정희는 지방정부 초도순시를 통해 각 지방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각 시도의 초도순시 보고 자료는 다른 시도에 참고로 배포되었고, 대통령의 지시도 함께 전달되어 각 지방정부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방정부 초도순시는 지방정부의 지역개발능력을 급격히 향상시켰고,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에 명확하게 알려 국가 전체가 행정의 질과 능률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것이 청와대 비서실장 김정렴의 평가다(김정렴, <아, 박정희>, 중앙M&B, 89~90쪽).

박정희는 지방정부 초도순시 때는 반드시 시장, 도지사의 보고 다음 순서로 교육감으로부터 교육행정과 시책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교사 출신 대통령이라 누구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던 박정희는 “교육은 국력이다. 교육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였다.

재원 부족으로 교사들의 고충과 시설 부족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을 늘 미안해한 박정희는 일선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지하에 있는 박정희가 좌파 교육감들이 국가의 교육목표를 무시한 채 교육부와 대립하며 제멋대로 일들을 벌이는 작금의 교육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현장 제일주의

박정희의 국가지도자로의 특성을 꼽는다면 ‘현장 제일주의’다. 군대의 사령부에 상황실이 있듯이 청와대에는 경제개발 상황실이 설치되었다. 상황실의 모든 벽은 수출입동향, 세수(稅收)현황, 산업시설 건설현황 등이 포함된 통계와 도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지도 곳곳에는 완공된 공장, 건설 중인 공장, 건설 계획 중인 공장을 표시하는 굴뚝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박정희는 재임기간 내내 헬기나 자동차, 기차를 타고 국가 대역사가 벌어지는 현장을 수시로 찾아갔다. 박정희는 틈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작업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으며, 예정보다 공기가 늦어지면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 책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줬다.

박정희는 또 회의를 통해 국정의 핵심을 파악하고 관계자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박정희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5대 회의는 ▲월간경제동향 보고 ▲수출진흥확대회의(후에 무역진흥확대회의로 개칭) ▲청와대 국무회의 ▲국가기본운영계획 심사분석회의 ▲방위산업진흥확대회의였다.

특히 수출진흥확대회의와 월간경제동향보고 회의는 1965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직접 주재 하에 운영했다. 월간경제동향보고 회의는 물가와 국제수지, 개별 산업정책, 공기업 구조조정 등 포괄적인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회의였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국무총리 이하 경제부처의 장·차관, 여당 간부, 국회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 주요 재벌 총수, 주요 경제단체장, 수출산업 노조 대표 등이 참석하여 수출동향을 점검하고 수출 관련 문제들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회의에서 애로사항이 발견되면 즉석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논의되어 즉각 시행되었다. 박정희는 서거할 때까지 15년 동안 매월 두 차례 대규모 회의를 빠짐없이 주재하며 국정의 선두에 서서 뛰었다.

국가운영의 질은 이처럼 고도의 과학적, 기술적, 행정적 시스템에 의해서, 또 국정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관계자 모두를 분발시키는 용인술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후임자들은 이해나 하고 있는지….

인터넷에서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전국 지방장관 회의’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ehistory.go.kr/page/pop/movie_pop.jsp?srcgbn=KV&mediaid=625&mediadtl=4440&gbn=DH&quality=W&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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