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리 가능성 높아져
트럼프, 대선 승리 가능성 높아져
  • 워싱턴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6.05.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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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 트럼프 돌풍 현상 분석

아무도 믿지 않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대약진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에 사는 휴 무어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54세의 백인 남성이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지했는데 그가 공화당 대선 경선을 포기한 후 트럼프를 지지해왔다고 답했다. 이유를 물으니 트럼프는 정치활동위원회(PAC)라는 이름을 통해 이익단체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지 않고 자기 돈으로 선거운동을 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을 받으면 돈 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 장관을 임명할 때도 돈을 준 사람들의 이익을 고려해서 사람을 쓴다. 그동안 그런 식이었다. 우리는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표를 모아줬다.

하지만 기성 공화당 지도부는 국가 빚만 늘게 하는 건강보험법인 오바마 케어를 아직도 폐기시키지 못했다. 돈을 준 이익단체들의 영향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들의 돈을 받지 않았다. 이들 눈치 안 보고 최고의 장관들을 임명하고 소신대로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 미국의 불안한 보수들은 트럼프를 누군가 악(惡)을 대상으로 주먹을 날려야 할 때 등장한 권투선수로 보고 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워싱턴 DC의 한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31세의 데럴 웹은 민주당원으로 버니 샌더스 후보를 지지하는 백인 남성이다. 그는 트럼프가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와 공통점이 있다며, 그것은 월가의 선거자금을 받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처럼 직업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정치를 하며 여기저기 돈을 받아 신세를 진 곳이 많다. 그래서 개혁을 못한다. 하지만 샌더스는 그렇지 않다. 기성 정치인이 아니고, 자기 돈으로 선거하는 트럼프도 같은 이유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부동산 재벌이자 TV 리얼티 쇼 진행자인 트럼프가 1년 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해도 그가 실제로 공화당을 대표해 2016년 대선에 출마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트럼프가 미국 내 약 11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시키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따라 담장을 설치해 불법 이민자들이 더 들어오지 못하겠다고 밝히자 “이민 배척주의자”이고 “비현실적 몽상가”라며 공화당 지도부와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멕시코 등 해외에 공장을 세워 정작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며 해외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오라고 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자 “국가 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보수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공화당 지도부의 반발을 샀다. 

한국 등에 주둔한 미군 철수 가능성을 주장하며 미국이 혼자서 해외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복잡한 국제관계를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 여성과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말과 태도 등으로 주요 언론들과 공화당 지도부, 유력한 보수 논평가들은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만한 인격과 자질이 없다”며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선택했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를 선택한 공화당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트럼프는 불안한 보수를 대변하고, 이들은 엉망이 돼 가는 미국에서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약간의 극단주의는 악(惡)이 아니라고 믿는다”면서 “그들이 트럼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누군가 주먹을 날려야 할 때 등장한 권투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불법 이민자들의 추방을 정지한 것에 대해 공화당 유권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재량권을 넘은 것으로 본다. 기성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에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면서 공화당 유권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 국가부채와 노인 의료보험 연방보조비(메디케어) 증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명쾌하지 않고, 동성결혼 합법화 등 전통적 결혼관의 붕괴, 언제 또 미국을 공격할지 모르는 중동 테러리즘, 이란의 핵무기 개발의 길을 터준 것처럼 보이는 핵 협상 타결까지 공화당 유권자들의 눈에는 온통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투성이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했는데도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것을 지켜본 공화당 유권자들의 실망이 컸다. 이 상황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은 온화하고 타협적인 사람보다 트럼프의 과단성과 대결 의지를 믿고 그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지지율 역전에 성공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후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급증했다. 지난 5월 11일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이 41%로 클린턴(40%)보다 1%가 많았다.

그 전 주만 해도 클린턴을 찍겠다는 사람이 13%가 많았는데 반전된 것이다. 언론들은 펜실베이니아 등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에서 최근 트럼프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미트 롬니 같은 전형적인 공화당 후보라면 펜실베니아에서 전혀 표를 얻지 못할 텐데 트럼프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라며 예상 밖의 현상에 난감해 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고 메디케어 확대를 지지하는 등 전통적인 공화당 입장과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 역시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끌고 있는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소속 유권자들도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백인 유권자들 가운데 45%가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고 클린턴을 찍겠다는 사람은 35%였다. 이대로 간다면 공화당 경선에서 몰아쳤던 ‘트럼프 돌풍’은 2016년 대선 본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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