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산업 위기, 꿀 값이 금값 될라”
“양봉산업 위기, 꿀 값이 금값 될라”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6.06.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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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 개체수 급감, 채밀량도 절반 수준

- 정부 전시행정이 아니라, 양봉시장 키워야

꿀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식품이다.

벌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BC7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벽화에서부터 라고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BC3200년경) 문자에서는 꿀벌의 모양이 왕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고 왕의 피라미드에도 꿀단지를 함께 넣어 벌꿀의 귀중함을 나타내었다. 

중국에서는 9000년 전 쌀에 꿀을 넣어 발효시킨 술이 토기에 밀봉된 채 발굴되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꿀은 행복과 번영, 그리고 사랑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꿀은 쉽게 사먹기 어려울 것 같다. 국내 양봉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변화로 꿀벌들 사라져, 국내 꿀 생산 절반으로 감소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농약남용, 그리고 대기오염으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꽃들의 개화기가 짧아져, 꿀을 채밀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졌다. 벌꿀 채산성이 떨어져 양봉농가도 급감하고 있다.

농림축산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5년 4만1039농가에서 2014년 2만1214농가로 10년 새 무려 절반 가까이나 줄었다. 올해 상반기 양봉농가들의 채밀량은 전년 대비 50%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꿀에 흉년이 든 것이다. 여기에 올해 베트남과 FTA가 체결되면서 베트남산 꿀들이 대거 우리 시장으로 진출할 길이 열렸다. 양봉농가들은 벌써부터 전업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양봉산업이 쇠퇴하게 되면 꿀벌들의 감소로 농업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미국 농무부(USDA)의 자료에 의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25만 종의 식물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꿀벌 등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는 충매화이다.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가 꿀벌에 수분을 의존한다. 벌들은 미국에서 자라는 과일, 견과류, 채소의 75%를 수분하며, 미국 농업에 최소 150억 달러 어치의 경제적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양봉산업은 단지 꿀을 채밀하는 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 중요한 생태를 담당한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오렌지와 아몬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양봉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착수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양봉산업에 대한 관심이 척박하다. 지방자치 단체별로 양봉산업 지원 육성 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러한 양봉산업에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요원하다. 다시 말해 벌의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양봉업의 시장 확대 정책이 없는 것이다.

국내 양봉산업이 쇠퇴를 맞이하는 반면, 식품시장에는 역으로 꿀을 재료로 하는 아이템들이 소위 ‘대박행진’을 이뤘다. 한때 공급이 달리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 칩’은 과자와 음료시장에 ‘허니 브랜드’라는 고정 카테고리를 생성했다. 더구나 커피 체인점들을 중심으로 런칭된 ‘허니 브레드’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해외시장에도 진출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이스크림에 벌꿀 집을 얹어 내놓는 ‘허니 아이스크림’의 인기도 막강하다. 설탕의 포도당과는 달리, 꿀이 과당 성분이 높아 당 흡수가 늦다는 점에서도 벌꿀은 설탕 대용으로 많이 애용된다. 하지만, 국내 꿀 공급의 상황은 좋지 않아서 앞으로 설탕을 가미한 저질 꿀들의 시중 공급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벌을 살리는 것이 우리를 살리는 것”
이러한 가운데 소비자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국내 양봉업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바로 국내 토종 커피 체인점인 ‘탐앤탐스’가 그 주인공이다.

탐앤탐스는 지난 달, 국내 농업법인인 (주)온스비’와 MOU를 체결하고 소비자에게 건강한 꿀을 공급하는 동시에 ‘지구와 벌을 지키자’는 환경 운동을 함께 펼치기로 했다. (주)온스비의 심온 대표는 ‘벌을 단순히 곤충으로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우리를 지켜주는 친구로 대하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의 행복도 사라진다는 생각으로 양봉을 시작했다는 심대표는 ‘벌을 혹사시키지 않고 인간과 벌이 공생을 추구하는 동반자의 정신을 가져야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내 양봉업도 건강한 환경 철학과 선진적인 R&D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바이오 식품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탐앤탐스 김도형 대표(右)와 온스비 심온대표(左)는 '지구와 벌을 지키자'는 아젠다로 지난 5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온스비의 심온 대표는 '벌과 인간 사이에 공존의 룰이 건강한 꿀을 만든다'고 말한다

탐앤탐스가 온스비를 주목한 것도 그러한 기업이념에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탐앤탐스는 현재 남양주에 자사의 허니 제품에 필요한 양봉과 채밀 단지를 조성, 국내 허니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탐앤탐스측은 “2005년 본사가 처음 개발해 런칭했던 허니 브레드가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단계”라며 “단순한 꿀의 생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양봉산업이 우리 농가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데 이바지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탐앤탐스는 온스비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양봉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선도하고 이를 통해 수확한 건강한 허니제품을 자사 매장을 통해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양봉산업에 이렇듯 기업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정부의 전시행정으로는 국내 위기에 처한 양봉산업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양봉산업은 과거와 같은 농가 중심의 영세성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자본과 기술이 투자되고 대단위의 양봉단지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벌이 꿀을 딸 수 있는 밀원수의 보급이 시급하다. 국내 꿀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꽃의 나무들은 이미 25%가 감소한 상태다. 정부와 농가, 그리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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