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선박과 해상충전소 개발하자
천연가스 선박과 해상충전소 개발하자
  • 김영규 기고가
  • 승인 2016.06.17 07: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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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안] 조선·해운산업 탈출구

새로운 SPLB(반 잠수식 LNG 연료공급 구조물) 개발하면, 

조선·해운 불황 타개할 수 있다 

조선·해운업 불황이 심각하다. 남해안 20여 중소 조선업체는 2008년 겨울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한진·STX도 경영난이 심각하다. STX는 6조 원을 지원받았으나 법정관리가 결정되었다. 조선 3사는 2015년 적자가 8조 5000억 원이다. 내년부터는 도크가 빈다. 

▲ 성균관대 철학과·전(前) 남부경제신문 발행인, 편집장 기고가로 활동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도 적자가 심각하다. 불황과 비싼 용선료 때문에 법정관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은 조선·해운에 90조 원을 빌려줬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은 88조 원이다. 대출 대부분은 정상으로 분류했으나, 전문가들은 대손충당금이 최대 11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는 양적완화로 막대한 자금을 산업·수출입은행에 지원하려고 한다. 

두 업종이 불황이 빠진 원인은 세계 경제가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 등 세계 경제는 호황이었다. 수송할 화물이 많아서 선박 건조가 많았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다. 수송할 화물이 사라졌다. 

지금 화물은 없고 배는 많다. 이러니 조선소는 건조 주문을 받지 못한다. 한때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로 난관을 타개하려 했으나 이 분야도 불황이라 적자만 대규모로 쌓였다. 해운사도 마찬가지다. 화물이 없으니 덤핑으로 운송비가 낮아져 적자에 시달린다. 

원인이 이렇다면 해결책은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5월 19일자)처럼 과잉 선박을 없애는 것이다. 

첫째는 전쟁이다. 미·중(美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상선을 대량 침몰시키고, 중국과 일본 조선소가 파괴되면 한국 조선소는 호황이 올 것이다. 

둘째는 선박 종류를 디젤 엔진으로 추진되는 선박에서 천연가스 엔진으로 추진되는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과거에 디젤 선박이 나타나자 경쟁력을 잃은 증기 선박은 해체장에 들어가 고철로 변했다. 마찬가지로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선박이 나타나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입증되면, 기존의 디젤 선박은 모두가 해체장에 들어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어 조선산업의 판갈이(선박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하면 기존 선박을 제거하고, 이를 대체하는 막대한 신규 물량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불황의 원인이 과잉 선박과 건조 주문의 부재(不在) 때문이라면, 연구개발은 대안이 아니다. 건조 주문을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I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선박(smart ship)이나 그 개념조차 추상적인 친환경선박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선주가 빈 배를 놀리면서 이런 선박을 따로 주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구조조정도 그 효과가 의문스럽다. 시설과 인력을 통폐합하여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해도, 건조 주문이 없으면 위기가 또 찾아올 것이다. 해운업은 전체 매출에서 종업원 급여가 2% 정도이기 때문에 사람 머리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아무리 해도 실익이 별로 없다. 

‘천연가스 연료 선박’과 이를 위한 ‘SPLB’ 

필자의 추정으로는 선박 연료가 인력으로 젓는 노→바람을 이용하는 돛→증기기관(석탄)→디젤기관(중유)→천연가스 엔진(가스)→연료전지(전기)→토륨 원자로(전기)로 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연의 나무→연탄→석유→가스→전기로 이행해 온 난방 연료의 발전 궤적과 거의 유사하다. 

전문가들도 인정하듯이, 차세대 선박은 ‘천연가스 연료 선박’이 될 것이다. 천연가스는 탄소가 적고 수소가 많아 배기가스가 깨끗하다. 가격도 싸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배기가스 기준(2016년부터 Tier3 적용)에도 적합하다. 

이미 인천에는 에코누리호가, 전 세계 바다에서는 수십 척의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운항 중이다. 중국에는 강을 운항하는 천연가스 연료 선박이 수백 척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연료 선박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LNG를 선박에 공급하는 ‘LNG 벙커링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 선박은 연료인 천연가스를 -63℃로 액화하여 부피를 줄여서 싣는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용량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가 있어야 한다. 이 시설의 건설에 돈이 많이 든다. 부산항에 이 시설을 설치할 경우 1조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는 현재 천연가스 연료 선박이 달랑 1척에 불과해 벙커링 시설을 건설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또 LNG 충전소는 위험 시설이라 입지 선정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해상부유식 LNG 벙커링 시스템이다. 즉 LNG 충전소를 선박에 설치한 다음 이를 항구 근처에 띄우는 것이다([그림 1] 참조). 

▲ <그림2-1> 미해양조사선 플립호
▲ <그림2-2> 미 해양조사선 플립호가 조사를 하기 위해 물을 채우고 수직으로 서 있는 모습

그러나 이 시스템은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선박 형태(수평)이면 해상에서 안정적이지 않다. 악천후 시에는 항구로 피항해야 한다. 

둘째, 파도가 높으면 벙커링 모선(母船)과 운반하는 자선(子船)을 연결하기 어렵다. 

▲ <그림2-3> 플립호가 물에 잠긴 모습

셋째, 모선이 항구 근처에 있으면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위험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LNG 육상 충전소를 대신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필자는 ‘반잠수식 천연가스 연료공급 구조물’(Semi submersible Plant for LNG Bunkering. SPLB)이라는 새로운 LNG 연료공급 시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국 해양조사선 플립(FLIP)호는 배 머리 부분만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물탱크다.  이런 구조의 선박은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 폭풍우 시에도 매우 안정적이다([그림 2] 참조).

필자가 제안하는 SPLB는 긴 원통 모양의 LNG 저장시설을, 플립호처럼 수면에 수직으로 꽂은 것이다. 플립호의 물탱크 일부를 LNG 탱크로 바꾼 것이다([그림 3] 참조). 

이 시스템의 장점은 첫째, 육상 LNG 충전소보다 건설비가 적게 들고, 소형도 가능하다. 둘째, 해상의 악천후 시에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연근해, 외해를 가리지 않고 위치 확보가 쉽다. 셋째, 제작기간이 짧다. 

▲ <그림3-1> 필자가 구상한 SPLB

그러나 SPLB은 아직은 필자가 제안한 상상에 불과할 뿐, 제작·운용 경험이 없어 타당성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만약 한국이 SPLB의 제작에 성공하여 선박용 LNG 연료공급 시스템을 갖출 경우 전 세계 선박은 급속하게 천연가스 선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선박에 대한 건조 수요가 엄청나 조선소는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해운업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이런 변화를 선도하면 잃었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3-2> SPLB(반 잠수식 LNG 연료공 급구조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90조 원의 대출을 정상 회수할 수 있다. 양적완화는 필요 없고, 실업자는 다시 일자리를 얻는다. SK, 현대오일뱅크를 이용하면, 한국은 새로 형성되는 선박용 LNG 공급망에서 시장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본 제안은, 조선시장의 판갈이를 통해 거대한 선박 수요를 계획적, 인위적으로 촉발시키려는 전략적 구상이다.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처럼 SPLB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중고 LNG 수송선을 개조할 경우 500억 원으로 소형 SPLB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SPLB는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가능성과 타당성을 확인하려면 먼저 기획보고서(3억 5000만 원)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발상이기에 특허도 제출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LNG 수송선은 여러 장치를 수평으로 배치하나 SPLB은 수직으로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고난도의 새 기술이 필요치는 않다. 전문가의 언급처럼,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정책 측면이다. 

SPLB를 이용한 국제적인 LNB 벙커링 시스템은, 한국의 주도하에 한·미·중(韓美中)이 공동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 운영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그림4] SPLB와 유사한 선박들. 현대중공업이 만든 원통형 FPSO. 외형이 SPLB와 비슷하다.

▲ <그림5> 중국이 계획하는 해상 핵발전소. 외형이 SPLB와 비슷하다. (출처: http://hankookilbo.com/v/ae0df62988d140 e68f647702007c1819 )

서양에서는 아이들에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남이 하던 대로 해라”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처음’이라면 겁부터 먹는다.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은 지식보다 위대하다”,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 구글의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우리도 이렇게 상상력, 창의력, 창조적 발상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자 테슬라 전기차 대표이사, 로켓 제조회사인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기회가 날 때마다 사명감, 자부심을 강조한다. 이런 정신은 우리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이다. 낡은 사고방식을 깨는 창의적 발상만이 현재의 난관을 타개할 수 있다. 막다른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혁신을 통해 번영하거나 둘 중의 하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야 나라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다. 

오늘날의 조선산업은 박정희 대통령, 정주영 회장,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결정체다. 이 소중한 자산을 무(無)로 돌릴 수는 없다. 부디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으고 성심성의껏 협력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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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06-17 08:54:16
오 필자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냅니다. 진정한 창조경제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