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이 미국이 그은 일방적 경계선이라고?
NLL이 미국이 그은 일방적 경계선이라고?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6.06.18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깨어나라 대한민국> 김영구 著, 물망초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Northern Limit Line)은 영토선이 아니다?

일부 좌파단체들이 주장하는 논리이지만,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NLL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경계선에 불과하다고 것이었다. 

신간 <깨어나라 대한민국>은 이런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사활적 개념의 혼동에 관한 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NLL 문제, 1910년 한일합병 등에서 발생하는 기초적인 개념의 혼돈 상황을 규명하고자 했다. 해군사관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저자는 대한국제법학회 회장과 부산 해양대학 법학교수를 지낸 국제법, 특히 해양법 전문가다. 

NLL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명쾌하다. NLL은 영토 경계선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직접적인 안보 경계선으로, 1953년 7월 27일 합의된 정전협정에서의 서해상 휴전선에 해당한다. 즉, 정전협정 조문에 구체적으로 해상 휴전선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양측 해상군사역량의 접촉선이 당연히 휴전선으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현재 대북 지원과 유화론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반(反)헌법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 합의에서 김정일이 들고 나온 소위 ‘낮은 단계 연방제안’을 수용했다.

그런데 이는 적화 통일을 목표로 하는 김일성의 고려연방제를 수용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이 합의는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제4조를 위반한 불법적 문서라는 것이다.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합의일 수는 있어도 국가적 주체를 구속할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특히 좀처럼 진척되고 있지 않는 한일관계의 근원적 문제를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서 찾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차이가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끝없이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일본은 이 병합조약이 국제법상 합법적이고 유효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강압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입장이다. 물론 저자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와 통치는 국제법상 군사적 점령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문제는 일본은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입장에서 벗어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래서 양측은 일부러 모호한 조약 문안을 기술적으로 고안하여 동일한 조약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게 하는 ‘외교적 합의’를 하고 있다.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1998년 한일어업협정 등이 모두 그렇게 해서 나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적어도 법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일 간에 이런 조약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에서는 과거사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이 한일병합조약의 부당함을 70여년 만에 자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저자도 설명했다시피 한일합병의 부당함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미래의 한미일 관계, 당장의 대북 공동 대응을 위해 과거는 의도적인 모호함으로 남겨두는 게 오히려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