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신(神)에게 정치란?
거래의 신(神)에게 정치란?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06.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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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도널드 트럼프 著, 이재호 譯, 살림

정치와 비즈니스의 거래는 서로 통(通)하는가. 다른 사람이 가진 재화를 싸게 사거나, 아니면 내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파는 행위를 거래라고 한다면, 정치 또는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나라는 상품을 구매(투표)하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통점 때문에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 마케팅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져온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정치가 다른 분야인 비즈니스적 요소를 도입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주(主)가 ‘거래’와 ‘협상’이고, 하위 개념이 정치인 인물이다.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이 “성경에 예수가 있듯이 거래의 기술에는 트럼프가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에게 기존 정치인들에게 기대했던 화술, 예의, 배려 등을 기대한다면, 출발부터 트럼프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 된다. 

최근 국내에 번역본이 출간된 <거래의 기술>은 1987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32주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트럼프의 역작이다. 이 책이 올해 연말 미국의 대통령으로 뽑힐지도 모르는 인물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참고 자료로 꼽히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에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들이 나와 있다”고 했다. “무슬림 입국을 전면 통제하겠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못 넘어오게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 등등의 발언은 정치인으로서는 막말에 가까운 극언이지만, 모두 거래의 달인(達人)인 트럼프가 특정한 동기를 갖고 내놓은 의도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동기는 무엇인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장관(壯觀·spectacle)’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음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이것이 이 책에 나오는 교훈들 중 트럼프의 운동 전략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장관’은 트럼프가 <거래의 기술>에서 말하는 11가지 거래의 원칙 가운데 하나로 “크게 생각하라”라는 것이다. 우리는 환상을 팔고 있으며, 사람들은 장관에 압도당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무턱대고 크다고 되지는 않을 테고, 트럼프 특유의 현장 중심 시장분석을 통해 백인 서민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가장 민감하고 절실한 문제를 골라 ‘크게’ 터뜨리는 전략일 터이다.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과 거래의 전문가 트럼프가 이 책에서 소개한 원칙들은 ‘크게 생각하라’ 외에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등이다. 

우리에게 트럼프가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역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00%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이 말을 전적으로 믿고 트럼프를 반대해서도 안 되겠지만, 단순한 협상용 발언이라고 무시하기엔 그는 너무나도 뛰어난 협상가다.(시카고트리뷴은 ‘사자가 육식동물이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트럼프는 거래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여하튼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처럼 부자가 되기 위해서든, 뛰어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든, 아니면 미래 미국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해서든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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