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6.06.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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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략이야기] 미국 대선의 향방과 대한민국의 운명(下)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 “핵무장 용인” 발언은 ‘협상의 명수’인 트럼프가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필자는 지난호(524호)의 글에서 우리나라 언론과 지식인들이 미국의 대선(大選)에 대해 냉정한 보도와 분석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2016년 5월 말 현재 미국의 2016 대선 후보는 공화당의 트럼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대(對)한반도 정책을 전개할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글은 트럼프를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가상하고 다가올 변화와 대책을 학술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글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는 당(黨)의 교체가 아니라 인물 교체를 통해 이뤄진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가 올바른 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를 차지한 정당이 누구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상당히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었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은 민주당, 공화당에 별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민주당은 보다 평화 지향적이고 공화당은 보다 공격적, 전투적 외교정책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 역시 틀린 지식이다. 

미국 역사상 큰 대외 전쟁인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월남전쟁은 모두 민주당 대통령들이 개입했던 전쟁이다. 냉전이 종식된 후 발발한 걸프전쟁,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만 공화당 대통령인 부시 부자(41·43대)가 시작한 전쟁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외교정책의 다른 점을 애써서 부각시켜 보자면 민주당은 ‘국제주의적 개입’(international intervention) 정책, 공화당은 ‘고립주의적 불개입’(isolationist non- intervention) 정책을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혹은 공화당은 보다 현실주의적, 민주당은 보다 이상주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역시 우리 국민들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상주의자들은 평화적 외교를 선호하고, 현실주의자들은 쉽게 전쟁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정반대가 오히려 맞다. 미국의 이상주의적 대통령들인 윌슨, 루스벨트, 트루먼, 케네디, 존슨 그리고 부시 부자가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아버지 부시를 제외하면 모두 이상주의자로 분류될 수 있는 대통령들이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지만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은 ‘윌슨주의적 이상주의자’(Wilsonian idealist) 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미국의 이상주의 대통령들은 세계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미국의 힘으로 세계를 민주주의가 꽃피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미국은 그런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쉽게 전쟁을 결정한다. 

반면 현실주의 대통령들은 전쟁에 개입하기 전에 과연 그 전쟁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따져보기 마련이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존슨의 월남전쟁,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들의 반대 논리는 미국의 국가이익이 심각하지 않은 곳에서 왜 전쟁을 벌이냐는 것이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했던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과 대화하겠다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에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부시와 오바마의 대북정책에 차이가 없는 이유는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국가이익’ 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외교를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충실하다. 민주당, 공화당 어떤 대통령이라도 국가이익에 충실한 대북, 대한반도 정책을 전개할 뿐이다.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냐 공화당 출신이냐 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과 스타일에 따라 외교정책이 달라진다. 또, 달라진다 하다라도 그 변동의 폭은 크지 않다. 국가이익 수호의 범위 내에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말은 미국 대외정책의 역사적 경험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국가안보정책에 별 차이를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도 국가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 후보는 여러 차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충격적인 언급을 했다. 물론 트럼프 후보의 언급들은 정교하게 완성된 정책이기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한 언급들이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한국 국민들이 놀랐다고 말하는 트럼프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 관련 주장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은 상당히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에 인색하다.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100%로) 할 것이다. 

둘째, 만약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저한다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셋째, 한국이 핵무장하는 것을 미국이 막을 필요가 없다. 

넷째, 북한을 통치하는 자는 미친 인간(Maniac)이다. 

다섯째,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 

대(對)한반도 정책 외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 언급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처벌할 것, 일본 역시 자신의 힘으로 국방을 강화할 것으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과 불공정 무역을 행하는 나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일자리는 물론, 미국의 지식을 훔쳐가며,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라고 비난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주일미군 주둔 분담금을 더 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일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핵을 만들겠다면 만들어도 좋다”라고 언급했다. 

이상과 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 언론 대부분과 미국 언론 중 일부는 막말 수준이라며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논평을 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의 언급은 앞뒤가 맞는 것인지를 따져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언급을 분석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일은 미국 국민들 상당수가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적어도 마음 속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뿐이 아니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 관련 주장은 미국 사회 일각, 특히 일류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제기된 문제를 다시 공론화 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들 대부분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조차 없다고 봤다. 그리고 지금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듯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관해, 우리나라 언론이 보도하는 바와는 대단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를 ‘막말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며, 트럼프 현상의 특이성을 추적해 보면서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현재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는 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사상 한 정당이 세 번 연거푸 승리한 경우는 레이건(1980·1984)에 이어 부시(1988)가 당선된 단 한 번뿐이었다. 부시가 당선된 직후 필자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다가 유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팔츠그라프 교수(플레처 외교대학원)가 부시 대통령 당선자를 “레이건의 세 번째 임기”(Reagan’s Third Term) 라고 묘사하는 것을 들었다. 

미국 국민들이 레이건 대통령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러나 세 번 출마는 법적으로 불가하기에 그들은 레이건의 분신인 부시를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 마음속에 레이건 대통령처럼 인식된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협상의 명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은 힘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핵무장 카드를 내놓았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미국 대선 후보의 공약과 한미동맹의 충격적 변화 사례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한미동맹의 본질을 바꿔 놓을 언급을 한 최초의 후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대한(對韓)정책은 상대적으로 놀랄 필요도 없는 것이다.  

1952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후보는 한국전쟁을 조기에 종식 시키겠다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1976년 선거전 당시 민주당의 카터 후보는 ‘주한미군 전면 철수’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아이젠하워와 카터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한국은 당시 통일을 이룩하고 싶었지만 아이젠하워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카터 역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주한미군 철군 정책을 추진했다. 

아이젠하워는 1953년 1월 대통령이 된 후 반년만인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에게 휴전의 대가로 한미동맹이라는 큰 선물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터의 정책은 “주한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반도 상황과 세계 정치 상황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정책이었다. 도덕주의자인 카터는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는 강하게 비난한 반면, 김일성의 슈퍼 울트라 독재는 오히려 두둔, 옹호했다는 점에서 황당한 엉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카터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그 밖의 다른 미국 대통령들은 냉전 기간 동안 한미동맹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고, 한미동맹에 충격적인 변화는 야기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한국 관련 언급은 카터의 철군 정책과는 본질이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의 언급들은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정책으로 간주하기에는 논리적으로 허술하고 이율배반적이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의 군사력을 형편없이 약화된 상태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선거전 초반부 가장 즐겨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미국의 군사력을 재건하겠다. 미국의 군사력은 너무나 막강하고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에 결코 사용할 일도 없게 될 것이다. 누구도 미국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I will rebuild our military. It will be so powerful and so great that we will never have to use it. Nobody's going to mess with US.)  

트럼프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미국 사회 일각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 

그렇게 막강한 군사력 건설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본토로 철수 시키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미국 본토만 지킨다면 그토록 막강한 군사력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트럼프의 언급을 가벼이 보면 안 될 심각한 이유들이 있다. 

우선 트럼프가 말한 주한미군, 주일미군 철수, 양국의 핵 보유 허용, 중국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전쟁 선포 등은 트럼프의 개인적 발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미 지난 호에서 말한 대로 미어셰이머 교수와 같은 미국의 일류 정치학자가 이미 오래 전 트럼프와 유사한 언급을 했다. 최근 트럼프 주장의 근거가 된 언급을 한 학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2014년 여름 이후, 미국은 에너지 혁명의 여파로 더욱 막강한 국가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 식량을 자급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이제 곧 석유마저 자급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즉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처럼 국제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다시 맞고 있는 중이다. 

석유의 자급, 지정학적 유리점 등으로 인해 미국이 또다시 압도적으로 막강한 패권국이 되고 있음을 분석한 피터 제이한은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의 휴전선, 독일의 찰리 검문소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언 브레머도 미국은 앞으로 오랫동안 유일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것임을 설명한 후, 다음번 미국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외교정책 옵션을 제시했다. 

첫째, ‘독립된 아메리카’(Independent America)인데, 더 이상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미국을 위한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다. 미국은 국제 문제에서 손을 떼어야 하며 독립된 미국이 되자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국제 문제에 선별적으로 개입하되,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머는 이를 Moneyball America(돈을 버는 미국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라고 말하며 미국답지는 못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셋째, 냉전시대 미국이 했던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세계 문제에 개입하고 독재자를 처벌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며, 불필요한 경우라도 이상주의적 목적을 위해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다. 브레머는 이를 Indispensable America(없으면 안 되는 미국)라고 표현한다. 

브레머는 이 세 가지 중 첫째 방안인 ‘독립된 미국’(Independent America)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브레머의 주장은 타임 지의 여론 조사를 통해 검증되었다. 미국 국민 중 미국이 냉전시대처럼 세계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8%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은 모름지기 ‘없으면 안 되는 미국’(Indispensable America)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소리를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케네디가 했던 “미국은 세계를 위해 횃불을 들고 나가야 한다”는 발언은 지금은 철지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여유 있는 상황을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자신의 대(對)중동 정책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 “솔직히 중동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고백했다. 2020년이면 석유를 자급하게 될 미국이 중동 문제에 열을 낼 필요는 없다. 사우디를 지킬 필요도 없게 된 것이 오늘의 미국이다. 

오바마는 유럽 동맹국들도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다면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서, 유럽 동맹국들을 안보 무임 승차국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Atlantic Monthly, 2016년 4월 호, ‘Obama Doctrine’ 특집 참조) 

한국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도그 밴도우 씨는 한국을 “무임 승차 하는 나라, 좋은 복지정책을 자랑하지만 안보에는 신경을 덜 쓰는 나라”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대(對)한국 안보 지원을 중지시켜야 한다며 목소리 내고 있다. 

2016년 현재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우위를 위협할 수 있는 나라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버드대학 정치학 교수 스티픈 월트가 말한 것처럼 “행복한 진실은 미국은 이미 대단히 안전하며, 다른 나라들은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향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말한 외교정책 언급들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다. 그렇지만 과연 트럼프는 자신의 말을 현실적인 정책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대책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트럼프의 견해는 괴팍한 정치가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다. 브레머의 옵션 중 트럼프의 입장은 ‘돈을 버는 미국’(Moneyball America)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카터 혹은 밴도우처럼 일방적인 철군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책 

한국(은 물론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방위분담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는 주장,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군을 철수 시킬 것이라는 언급,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것이라는 언급은 지금 형성되고 있는 미국의 전(全) 지구적 전략 구도에서 봤을 때 그렇게 틀리는 말도 아니다. 

미국은 현재 더 이상 국제적 세력 균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압도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독일도 지키지 않아도 될 여유로운 상황에 있다. 주일 및 주독 미군 철수 운운은 냉전 시절 감히 꺼낼 수도 없었던 말이었다. 

우리나라 언론들과 지식인들이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분석’과 ‘대책 수립’이라는 작업은 없어 보인다. 우선 우리는 트럼프의 언급이 협상가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던진 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방적인 철군을 언급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미군 주둔 경비로 대략 9000여 억 원을 더 내라는 말이다. 

미군의 장비나 식량 값을 부담하라는 말도 아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한반도에 출동, 전개되는 미국의 군사작전 비용을 내라는 소리도 아니다. 실제로 B-2 폭격기 두 대가 한반도에 출동할 경우 소요 경비는 60억 원이 넘는다. 

트럼프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질적인 시비는 걸지 않았다. 한국이 분담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미군은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핵무장을 해도 된다는 언급을 덧붙인 것은 역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언급한 것이다. 한국을 적대 세력으로 보면 핵 무장 용인 발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 우호적인 한국, 일본의 핵무장을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발상은 없다. 

우리도 발상을 바꿔야 하며, 치밀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 내도록 힘써야 한다. 분담금 더 올려주고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미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이 더 좋은지 수많은 옵션을 놓고 저울질 하고 협상해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핵무장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이라는 명저를 지은 트럼프는 자신을 ‘협상의 명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트럼프를 당해 낼 수 있는 협상의 명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를 막말꾼이라고 비하하기에 앞서 다가올지도 모를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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