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외면하고 한가하게 개헌 타령인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외면하고 한가하게 개헌 타령인가?
  • 김충남 대통령학 전문가
  • 승인 2016.07.06 0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커스] 개헌 논란과 경제위기

한국 정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문제보다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회와 정당이 더 심각한 상황.

따라서 개헌 논란보다는 국회와 정당부터 먼저 뜯어고쳐야

20대 국회가 시작부터 개헌 타령이다. 국회의장이 앞장서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고, 여야(與野) 할 것 없이 많은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개헌을 들먹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시작부터 개헌 논의에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서울대 석사·미네소타대 정치학 박사·육사 교수·청와대 사정·정무비서관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임에도 정치인들이 개헌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면서 헌법에 대한 존엄성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헌 횟수도 적지만, 개헌 내용을 부칙에 포함시켜 최초 헌법의 문안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여러 차례 개헌을 통해 헌법의 골격까지 뜯어고쳐 헌법정신이 불분명해졌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1987년에 개정된 헌법은 수명을 다했다고 말한다. 헌법이 무슨 생명체인가? 30년 만에 헌법이 수명이 다했다면 몇 백 년 된 헌법을 가진 나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과연 정치인들은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헌법정신과 헌법조항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는가?  과연 그들은 국회의 헌법적 책무를 다했는가?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라듯이 자기들의 할 일은 제대로 안하면서 헌법만 탓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가 헌법 때문인지 아니면 국가적 현안들을 방치해온 정치권에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있고, 그 중에도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물어보라. 대통령과 행정부가 문제인지 아니면 특권을 즐기며 직무유기를 일삼아 온 정치인들이 더 문제인지를. 물론 국회는 개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문제는 개헌 논의의 명분과 타이밍, 그리고 국민 공감 여부다. 19대 국가가 ‘식물국회’로 낙인찍혔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 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경제 활성화와 노동개혁 관련 법안들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한반도 상공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떠돌고 있고, 브렉시트(Brexit)에서 보듯이 세계경제가 폭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가존망의 위기에서도 집권세력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었듯이 오늘날의 정치인들도 최악의 지정학(地政學)적 위기와 지구촌을 뒤흔드는 지경학(地經學)적 위기에 당면하고서도 개헌 논의라는 현대판 권력투쟁에만 탐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휴전협정 이래 최대 안보위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것은 핵탄두 소형화에 사실상 성공하여 핵무기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북한은 스커드·노동·무수단·대포동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각종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핵 탑재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의 발진기지인 일본은 물론 괌과 오키나와까지 위협하여 증원군 투입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 5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그들의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정하고 노동당 규약에 명시하는 등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 변화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부자 나라인 한국을 돕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핵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이 핵 개발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우리 안보가 6·25 직전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 성공에도 정치권은 남의 일 보듯 한다. 심지어 국방위원회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군 출신 국회의원이 몇 명 없는 데다, 국방위원회는 별 볼일 없다는 인식 때문에 의원들이 기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가 생존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어찌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는가? 

미국은 14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10년 간 1조 달러의 국방예산 감축에 착수했다.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대외정책은 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북한의 핵 위협은 물론 높은 무역 의존도로 인해 세계경제 위기에 더욱 취약한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국방 태세를 신속히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되고, 주한미군 주둔비를 더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지만 안보 불감증에 빠진 정치인들이 이를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 미래한국 고재영

세계경제 위기와 직결된 한국경제 위기 

테러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9·11 테러 이후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해왔고, 각국은 테러에 대비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한국은 IS에 의해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테러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테러 대응 태세 확립이 절실했지만, 국회는 지난 15년이나 이를 외면했다.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국회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는 외면한 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세계경제 위기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술 선진국인 일본 경제가 30년 가까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특히 아베 행정부의 공격적인 아베노믹스 정책에도 불구하고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선진국들로 구성된 유럽 경제도 휘청거리기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다. 특히 좌파정권 하에서 과도한 복지정책을 펴오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더욱 큰 혼란에 빠뜨렸다.  다행히 미국경제는 기술혁신과 셰일 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회복 단계에 있지만, 유럽은 대량 난민 유입과 테러까지 겹쳐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유럽연합(EU) 핵심국가 중의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좌파의 올랑드 대통령이 최근 경제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노동개혁 등 필요한 개혁에 나섰고, 영국은 EU 탈퇴로 고립주의 노선을 택하여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미국 트럼프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외교적으로 고립주의, 경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신흥 공업국으로 화려한 부상을 했던 중국 등 BRICS 국가들도 세계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자원 가격의 추락 등으로 대부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면, 브라질은 하계 올림픽을 제대로 주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2000년대 들어 남미 12개국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했으나 지난 해 말부터 남미 좌파정권들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무너졌다. 이들 국가들은 경제 호황기에 복지정책을 남발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민심이 이반하면서 우파정권으로 교체된 것이다. 국민들이 더 이상 포퓰리즘은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우파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이처럼 경제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은 국가 우선주의와 국가 경쟁력을 강조하는 우파 정권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태평성대에 살고 있듯이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경제를 강조하며 세계적 추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와중에 선진국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즉 로봇,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첨단 제조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산업구조에 빅뱅이 일어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낮아지고 있다. 

국제적 분업과 무역 중심의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전통산업과 사회구조가 해체 수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 결과 각국은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리고 한 나라 내에서 계층 간 격차가 더욱 커지는 현상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 성공 여부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국이며, 일본, 독일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중국도 이에 가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 4.0’을 모델로 한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 계획을 수립했다. 로봇·항공·우주바이오 등 10대 전략산업 육성과 차세대 IT·자동차·첨단 제조장비 개발로 10년 내에 선진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외국 첨단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해 중국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1438억 달러를 투자했고 금년 1분기에도 1108억 달러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올해 초 중국화공(ChinaChem)은 플라스틱 가공용 기계분야의 선두주자인 독일의 크라우스마페이를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5월에는 중국 가전업체 마이다가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의 하나인 독일의 쿠카를 5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세계 제일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핀란드의 수퍼셀을 86억 달러에 매입 추진 중이다. 전자회사 샤오미는 6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500여 개의 특허를 획득한 바 있다. 

이처럼 선진국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IT 중심의 3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한국이지만 급변하는 세계경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할지 모르며, 특히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은 대통령과 행정부 비난에 열중하기보다는 정부와 경제계와 협력하여 경제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헌법이 문제인가?, 정치권이 문제인가? 

북한 핵 위협이 날로 가중되고 있고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여의도에서는 개헌 논의로 백가쟁명 시대를 열고 있다.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이 개헌에 찬성하면서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 되어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개헌 논의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말하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개헌 논의의 의도가 단순한 권력분산에 있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나타났듯이 국민은 개헌에 ‘관심 있다’는 반응보다는 ‘관심 없다’는 반응이 더 높았다. 

정치인들은 개헌의 명분으로 ‘제왕적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문제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최근에 재임했던 대통령들이 민주적 리더십에서 한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제도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적 특성 때문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 간에 권력을 분립시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지나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허구다.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이 국회에 의해 너무 제약당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정치의 문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문제보다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회와 정당이며, 따라서 국회와 정당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내각제는 내각책임제 또는 의원내각제라 한다. 내각제가 과연 권력분산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일본은 내각제 하에서 30년 장기집권을 했다. 그리고 내각제에서는 다수당이 국회는 물론 행정부까지 장악한다. 내각제는 곧 국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데도 국회가 모든 권력을 갖겠다는 발상이다. 

내각제에서는 권력분산이 아니라 권력이 집중된다. 국회의원들이 장관직까지 독점하게 되는데 그들 중에 행정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가? 내각제에서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회가 해산되고 선거를 통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곧 정치 불안정을 의미한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각제 때문이다. 지난 30년 간 2년 이상 재직한 총리는 3명에 불과하고, 1~2년 재직한 총리는 7명, 1년 미만 재직한 총리는 9명이나 된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내각제 하에서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된다고 해서 어려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각제의 변형이며 오스트리아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책임지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치(內治)를 책임지는 제도다.

문제는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안보 위협이 거의 없는 나라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안보 위협이 가장 큰 나라다. 더구나 오늘의 세계에서 외교·안보와 내치를 구분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도 대통령과 총리의 출신 정당이 다를 경우 국정 혼란이 적지 않았다.  

국회는 19대 국회에서 밀린 숙제부터 해야 하며,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부터 신속하게 다뤄야 한다. 개헌이 필요한 것인지는 여유가 있을 때 차분히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