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주의 개헌 꼼수를 경계한다
경제사회주의 개헌 꼼수를 경계한다
  • 최광 미래한국 편집고문
  • 승인 2016.07.0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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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개헌의 함정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한다면서 슬며시 경제사회주의적 조항들을 끼워 넣어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적 평등 지향의 개헌을 할 가능성 농후 

20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개헌 논의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개헌 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나 두 가지가 우려된다. 

▲ 최광 성균관대 석좌교수·미래한국 편집고문

하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역할 분담 등에서 보듯 사실 그간 실제 운용이 헌법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마치 현행 헌법 규정이 잘못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해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헌법의 경제조항을 포함해 헌법 전반에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두를 체계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정치권력 관련 사항을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세우면서 여타 중요 사항들이 곁가지로 끼워 넣어 잘못 처리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필자가 이번 개헌 논란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권력구조 개편을 빌미로 개헌을 하는 과정에서 1987년 개헌에서 국민들이 알지도 의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경제민주화 규정이 슬며시 들어갔듯이, 이번 개헌에서도 사회주의 국가와 별 다르지 않은 헌법의 경제조항들이 경제민주화, 양극화, 재벌 개혁 등의 이슈를 빌미로 개선은커녕 더 개악(改惡)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경제체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헌법에 가까웠다. 건국과정에서 신생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바이마르 헌법을 모방하여 제헌헌법의 경제조항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에 바탕을 뒀다. 

제헌의회의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은 서상일이었는데 그는 페이비언협회(Fabian S○ciety) 식 사회주의자였다. 원래 혁명적 공산주의자였던 조봉암도 헌법기초위원회 위원 중 한명이었다. 헌법 초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사람은 유진오 박사였는데, 젊은 시절 그 역시 진보주의자였다. 

제헌헌법에서 사회주의 지시경제가 도입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는 당시 지도자들 대부분이 이념적으로 좌파 성향이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비해 욱일승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反시장적인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 헌법은 제9장에 ‘경제’라는 표제 하에 제119조부터 제127조까지 경제에 관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 형식은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이 제151조 이하에서 ‘경제생활’이라는 제목을 두고 일련의 경제와 관련된 조항을 규정한 것과 유사한 편제이며, 이러한 규정 형식은 제헌헌법 이래로 하나의 전통 아닌 전통으로 굳어져 왔다. 

김정호 교수의 주요국의 헌법 경제조항 비교분석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 내용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의 경제조항이 매우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며 소련·동독·중국·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더 반(反)시장적이다. 특히 북한에 비해서도 더 시장 억제적인 내용이다. 앞으로 개헌을 통해 현행 현법의 사회주의 지시경제 요소를 과감히 들어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여타의 법 개정과는 다르다.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현행 헌법의 조항들이 현실의 환경과 변화된 여건에 규범력을 발휘하는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에 의해 보다 객관적인 검토와 평가가 필요함은 물론, 우리 사회가 추구할 궁극적 가치를 헌법에 잘 녹여내야 한다. 

경제조항에 대한 개정의 정당성 여부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나는 경제질서에 관해 총괄적 근본적 내용이 잘 규정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별적 구체적 조문에 개정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다. 

가장 최근인 1987년 개헌에서 민주화의 열기 속에 정치적 쟁점이 개헌의 핵심 과제였으며 대내외의 경제적 기술적 여건 변화를 균형 된 관점에서 관조하지 못한 채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경제민주화 같은 지극히 부적절한 생뚱맞은 개념이 경제조항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우리 경제의 체질과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변화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지난 수십여 년에 걸쳐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와 개방화, 자율화와 자유화, 정보화, 저성장, 고령화 현상이다.

상품시장, 금융시장, 노동시장에서 경쟁은 심각하고 개방과 자율화는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산업정책, 노동정책,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 복지정책 어느 하나도 옛날 같이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여건 변화는 헌법의 경제조항은 정부보다는 시장을, 사회적 평등보다는 경제적 자유를 우선시하여, 경제주체인 개인과 기업의 체질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치적 구도와 국제적 저성장 기조에서 앞서 언급한 방향으로 헌법의 경제조항이 개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의 남용을 차단함으로써, 그리고 자유로운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진정한 시장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야당이 국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여야를 통틀어 반(反)시장주의자들이 국회를 장악한 현 시점에서의 개헌 논의는 참으로 걱정된다. 헌법의 경제조항이 미비하니 이를 더 강화해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개헌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현재의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헌법의 경제조항과 경제를 질식시키는 수많은 경제 악법(惡法)들 때문에 경제가 중병에 들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바탕 되지 않은 상태의 꼼수 개헌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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