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가 혁신되면서 인류는 점점 더 충격과 경악의 고용 악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처절하게 목도하고 있다. 일자리를 얻는 것은 이제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던 6월 13일, 새 국회의장으로 뽑힌 정세균 씨의 개구일성(開口一聲)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숱한 민생 논란을 제치고 “약 30년 전 국가기관에 의해 민주주의가 침해받던 시기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현재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개헌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사흘 후인 6월 16일엔 발언이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매듭짓자고 시한까지 못 박은 겁니다.
정세균 의장의 발언은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입니다. 1987년 ‘여야 합의’라는 축복 속에 제정된 현행 6공화국 헌법은 “국가 기관에 의해 민주주의가 침해받는” 상황에서 억지춘향 식으로 제정된 것이 아닙니다.
6·29선언 이후강철이라도 녹여낼 것 같던 국민들의 뜨거운 민주화 열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음을 정 의장은 잊은 것일까요? 이 사실을 잊으셨다면 빨리 병원 가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지난 6월 1일 국민의당은 소속 국회의원 38명의 전원 참여 및 박지원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것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1호 입법안으로 기록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인재(人災)
정세균, 박지원 두 국회의원께 동 시대를 살아가는 기자로서 한 말씀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이 절박한 상황에서 촌각을 다퉈야 할 사안이 개헌이고, 반(反)국가적 내용으로 도배질 된 운동권 가요의 기념곡 지정 및 광주 모욕을 원천봉쇄 시키는 법안 제정입니까?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이 어떤 형태로 우리 경제를 강타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오래 전에 뚜껑이 열렸습니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 얘기가 어제 오늘 시작된 레퍼터리가 아니란 사실쯤은 유권자의 표심에 의해 천당과 지옥을 냉온탕처럼 왕복하시는 국회의원 여러분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먹고 살기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답하는 사람을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서서히 다가온 위기 탓인지 이제 위기감조차 민감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위기가 일상화,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 효자 노릇을 하던 조선·해운산업이 공적 자금 빨아먹는 괴물로 돌변했습니다. 자동차와 휴대폰, 반도체와 IT 등 한국을 먹여 살린다고 자부해 온 거의 모든 업종들이 기진맥진하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위기는 1997년 11월의 IMF 외환위기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보 사이렌을 울렸고, 새로운 성장 동력의 창출,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누이 역설했습니다. 1997년의 위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숱한 경보를 듣고도 국회의원 여러분과 관료집단, 정치권 등 사회 지도층이 이를 무시하고 흥청망청하다 닥친 참혹한 인재(人災)라는 점입니다.
▲ 미래한국 고재영 |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미래학자 최윤식은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린 원인은 ①기존산업의 성장 한계 ②종신고용 붕괴 ③저출산 ④고령화 ⑤재정적자 위기 ⑥경제성장률 저하 ⑦부동산 거품 붕괴 ⑧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 8가지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은 이 8가지에다 두 가지, 즉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취약, 그리고 통일 문제가 더 추가됨으로써 리스크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시스템 상의 하자는 일본이나 한국만 닥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이 공통으로 겪은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느냐가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국은 지난 50년 여정에서 6·25전쟁, 쿠데타, 오일 쇼크, 안보 불안 등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성공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서구 선진국들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린 정보화 시대는 범국가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비교적 선방해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입니다.
문제는 민주화 열기에 도취하고, 북한과의 화해 협력이니 동반성장이니, 국토의 균형개발이니 뭐니 정신박약아처럼 흥얼대며 시간과 노력과 기회를 까먹으면서 포스트 정보화 시대의 대비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나 먹거리 산업의 준비를 위한 타이밍을 놓쳐버린 겁니다.
눈앞에 닥친 제4의 산업혁명은 우리와는 너무나 낯선 기술과 제품, 방법론과 아이디어들로 도배질이 되어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와 무인 자율 주행차의 결합,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휴먼로봇, 뇌과학, 우주항공산업, 생명공학, 나노 테크놀로지, MT(해양과학기술, Marine Technology), 신에너지, 신약 개발, 3D 프린터, 드론, 신소재 등이 경제와 산업, 국력과 기업력을 쓰나미처럼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창조해내는 세상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향후 20년의 변화는 과거 인류 탄생 이후 겪었던 변화의 총량보다 더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살벌한 관측입니다.
각 분야의 혁신적 기술들이 상하좌우·종횡·3차원·4차원으로 업(業)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방위적 융복합이 이뤄지면서 시공(時空)이 폭발적으로 압축됩니다. 그 결과 한 인간과 집단의 활동 범위와 생활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고 일어날 때마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물들이 속속 등장하는 놀라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 국가나 집단이 새로운 성장 동력의 창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 생태계 조성, 신기술과 신문명에 기반을 둔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새로운 형태의 노사관계 및 근로조건의 재구성 등 완전 혁신된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창조는 정부가 나서서 설계하고, 국회가 관련법을 제정하여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 경영혁신, 미래형 산업을 위한 연구개발의 확대,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영 선진화, 노사관계 혁신은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불행하게도 새로운 생태계 창조를 위해 발버둥치는 ‘깨어 있는 집단’이 우리 사회에는 보이질 않습니다. 아니, 입법 권력을 틀어쥔 국회의원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깨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개인과 기업가와 과학자와 엔지니어, 테크노크라트들의 원대한 꿈을 입법 지연과 국정감사와 청문회로 윽박지르고, 훼방 놓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이명박 정부의 핵심 화두 중 하나였던 ‘녹색성장’을 기억이나 하십니까? 해외자원개발, 해외농업기지 확보는 또 어떤 꼴이 되었는지요.
박근혜 정부 들어오자마자 국가의 핵심 아젠다가 녹색성장에서 창조경제로 돌변했습니다. 이제, 2년 후 들어설 차기 정부는 또 무슨 주제로 바뀔지 감을 잡은 약삭빠른 관료사회는 일제히 복지부동(伏地不動) 모드로 전환되었음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장기 계획이 실종된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5년 단임 정권 하에서 단말마적인 정책을 남발하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원천무효가 되고,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깜짝 쇼 정책을 드라이브 겁니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주요 정책이 뒤바뀌는 난맥상은 버라이어티 쇼를 방불케 하는 나머지 관전하는 사람들조차 스릴을 느끼게 합니다.
사회분열과 갈등을 추스르고 새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리더십의 부재, 그리고 통일에 대한 참혹할 정도의 준비 부족 등 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각자 저마다 소속 집단의 이해관계와 논리, 주장을 앞세워 가진 것 나눠먹기로 일관해 온 것이 1987년 이후 우리의 30년 세월 자화상입니다.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의 밑도 끝도 없는 치부 행위,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 등 연이어 터져 나오는 대기업 및 권력 관련 범법행위 보도를 접하며 소위 가진 자, 권력자들에 대한 반(反)권력·반(反)기업 정서는 압력 측정 게이지가 고장 난 압력밥솥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일들이 윤회처럼 반복되는 사이, 시스템의 한계는 더더욱 넘어설 수 없는 절벽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좌파가 집권하면 빨리 망하고, 우파가 집권하면 조금 천천히 망하는” 절박한 국면에 처하고야 말았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은 현상 유지는 고사하고 언제 또 다시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 버블이 폭발하여 자신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인지 카운트를 세고 있는, 희망 잃은 사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107조원 때려 박은 세종시의 비극
앞서 소개한 신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테마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런 현실 앞에서 개헌 타령, 광주 5·18 타령을 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내놓는 20대 국회의원 여러분의 천진난만한 만용에 합리적 이성을 가진 납세자와 유권자들은 분노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인 여러분이 저지른 이른바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논란으로 인해 머리는 사자, 몸뚱이는 양, 꼬리는 용 모양을 한 괴물 키메라 같은 세종시가 탄생했습니다.
행복도시 건설청의 발표에 의하면 정부 청사 이전을 위해 시작된 세종시 건설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07조 원을 때려 박아야 한답니다. 107조 원을 때려 박고 세종시가 말끔하게 성공을 거둬 국가 행정의 수준이 괄목할 만한 진보를 했다면 일면 수긍이 가는 점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세종시는 그나마 약과입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앞세워 전남 나주로, 부산으로, 진주로, 전라북도 완주로 이전해 간 수많은 정부 관련 조직과 단체들의 근무여건이나 상태는 합리적 이성으로는 측정 불가 수준입니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근로의욕과 사기는 이제 불만 수준을 넘어 체념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KTX 인생’으로 전락한 수많은 공무원들이 길거리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국가 행정의 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이 흉악한 국가범죄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면책될 수 없음을 역사는 확실히 기록해 둘 것입니다.
2002년부터 행복도시를 위해 투자되고 있는 107조 원을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입했다면 지금쯤 어떤 결과들이 야기되고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세종시가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 운운하며 지역 이기주의에 불을 지른 정치인들을 몽둥이로 때려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세종시 공무원뿐인 줄 아십니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현실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을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한 디지털 혁명(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공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시대’라고 정의합니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IT와 로봇, 3D 프린터의 고도화 등으로 산업구조가 혁신되면서 인류는 점점 더 충격과 경악의 고용 악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처절하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전기로 가는 무인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살기 편해질 것이라고 환호하기 전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봅시다. 무인 자율 주행차의 등장은 운전기사라는 직업의 소멸을 알리는 조종(弔鐘)입니다. 3D 프린터로 시각을 옮겨보면 더욱 충격적인 일들이 우리의 이성을 흥분시킵니다. 제조업도, 유통업도 사라지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3D 프린터가 한 단계 더 기술적 진화를 이루는 순간, 제조업으로 먹고 살던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생존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으십니까.
미래학자들은 현존하는 전 세계 일자리의 80%가 소멸 혹은 변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가혹한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일자리를 얻는 것은 이제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될 것입니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30대 그룹은 2020년 이후에는 현재의 주력사업 대부분을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한국의 기존 시스템을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성장 시스템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제2, 제3의 외환위기를 반복하며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핀란드는 총 국가 세수의 23%, 국가 전체 투자의 30%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위기에 처하기 전부터 언젠가 닥칠 위기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했습니다. 노키아에서 구조 조정되어 나온 인재들이 새로운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경제위기와 실업 극복을 위해 ‘안식년’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직원의 1년 치 급여를 정부와 기업이 반반씩 나눠 제공하여 새로운 회사의 창업을 도운 것입니다.
또 오래 전부터 정보화 시대의 폭발성을 예측하여 정부와 대학이 적극 협력하여 정보통신 전문 인력을 대거 양성했습니다. 2010년에는 헬싱키기술대학, 헬싱키경제대학, 헬싱키디자인대학을 합병하여 알토대학을 만들어 정보통신 인력을 배출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했습니다.
노키아도 ‘이노베이션 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한 결과, 노키아의 지원으로 탄생된 신생 기업이 300개가 넘습니다. 그 결과 경쟁력을 상실한 노키아는 비록 몰락했지만, 그것이 핀란드 경제에 해가되기는커녕 오히려 이익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망치는 범죄행위
의원 여러분. 대한민국 국회는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혹은 현대·기아차나 삼성전자가 몰락할 경우를 대비하여 네 탓, 내 탓 삿대질하며 물고 뜯고, 청문회 열고,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목청 가다듬기 외에 어떤 프로그램, 어떤 계획들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미래산업으로 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핀란드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성장 동력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속히 갖춰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말씀은 제가 드리지 않아도 영민하신 의원님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원 여러분께서 하실 일 뒷전에 미루고 개헌 타령, 광주 모욕 금지법을 만드는 데 당력을 총력 경주하는 일에 앞장서신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범죄행위임을 유권자들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