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패망의 원인
국가 패망의 원인
  • 선영제 예비역 육군 중장
  • 승인 2016.07.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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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가안보

첫째, 권력층이 독재를 할 경우, 둘째, 국민 다수가 애국심이 없을 때, 셋째, 사회가 분열되어 서로 다툴 때(아놀드 토인비) 

오랜 역사 동안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들의 정세와 판도에 따라 언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운명처럼 안고 살아왔으며, 최근 다시 그 격동적인 파고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을 순방하며, 중국에 압박을 가했다. 

▲ 선영제 전 전쟁기념사업회장·예비역 육군 중장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얼마 전까지도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다짐해왔으나, 최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듯 국제 정세는 자국의 이익과 관련하여 수시로 변하며,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현실이다. 북한은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더욱 확고히 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 평화조약’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한편, 향후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그들의 적화통일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공포한 격이 되었다. 

나라를 잃으면 

국가의 존재 목적은 생존과 번영에 있다. 생존은 안보를 말하고, 번영은 경제를 말한다. 경제는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이나,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그런 사항에 대해 관심도 적고 잘 모른다. 여기에서는 생존에 관한 부분만 살펴보기로 한다. 

나라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필자가 현역 시절 평화유지군(PKO, Peace Keeping Operation) 업무 차 소말리아 모가디슈 공항에서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으로 특별기를 이용하여 이동할 때의 일이다. 우리 한국군 일행과 같이 탑승했던 전(前) 소말리아 정부 각료들이 나이로비 공항에서 여권 이슈로 강제 추방당하는 모습을 보며, 나라 잃은 자들의 비극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적이 있었다. 

나라 잃은 설움과 전쟁의 고통을 가장 뼈저리게 체험하고 그 시간들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오신 위안부 할머니들, 그 중에서도 고(故) 김정순 할머니의 “나는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빼앗기고 짓밟힌 게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라는 절규에 나라를 똑바로 지켜야겠다는 각오를 다짐한 바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읍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들은 얘기로 지금도 그 할머니들은 누구도 믿지 않고 의심이 많아 반드시 독방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컸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1866년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에 의해 강탈 당한 의궤를 포함한 문화재들이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145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그 의궤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다. 의궤를 보면서 섬세함과 오묘함에 감탄하면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사실만 강조할 뿐, 어느 곳에서도 문화재를 왜 빼앗겼는지에 대한 설명과, 다시는 빼앗기지 않기 위한 각오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찬란한 문화재도 우리가 지킬 힘이 없으면 빼앗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비극들을 값 비싸게 경험한 역사적 교훈을 등한시 하고 나라를 지킬 준비에 소홀해 힘이 없어지면 우리가 그 동안 겪었던 치욕의 역사가 반드시 되풀이 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국가 안보 문제를 놓고 이념이나 권력 투쟁을 한다면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사진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대북 적대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개최한 민족통일대회 모습. / 연합

국가 패망의 원인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국가 패망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권력층이 독재를 할 경우, 둘째, 국민 다수가 애국심이 없을 때, 셋째, 사회가 분열되어 서로 다툴 때라고 했다. 

우리나라에 독재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애국심이란 자기가 속한 나라를 사랑하고 거기에 헌신하려는 의식과 태도다. 애국심 없는 국가 발전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국민 다수가 현대사에 대해 깜깜하거나, 왜곡되고 부정적인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관과 애국심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애국심, 그리고 우리가 하나라는 걸 느낄 때, 국가는 생존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거행되는 동·하계 올림픽 대회에서 우승하여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왠지 눈에 눈물이 나는 것도 애국심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가, 민족, 동포에 대한 사랑 없이 국가 번영이란 있을 수 없다. 

다음은 사회 분열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가 조선 왕조의 사색당쟁처럼 사회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면, 거대한 태풍처럼 몰려오는 세계적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또 내부적인 여론의 통일도 못 이룬다면 남북통일을 주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100여 년 전 국권침탈의 직접적인 원인 역시 내부 분열과 혼란이었음을 우리 역사가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겨줬다. 8·15 해방 이후 미국의 군정시대 역시 국론이 분열되고, 좌파와 남로당 활동이 활발해 정세를 오판케 함으로써 민족상잔의 비극을 자초했다. 사회가 분열되는 모습은 그 당시와 오늘의 우리 상황에서 많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역사는 단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인 동시에 미래의 거울이란 말처럼 오늘의 현실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대책을 강구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국가가 생존하려면 

힘의 논리,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남고 번영하려면 우선 사회 갈등과 분열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절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이 땅 우리 선조들의 시대적 사건에 담긴 의미와 교훈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를 경계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국가가 생존하는 길은 무엇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국방력과 경제력이다.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대한민국 자체의 강한 군사력과 한미 동맹을 확고히 하는 길이다. 

둘째,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역사관에 바탕을 두고 전 국민의 애국심이 고양되어야 한다.  국가관과 역사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체제 이념 교육으로 남북 분단과 대결, 대한민국의 성공적 발전 그리고 자유 민주 체제의 우월성을 전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호국정신과 애국심이 충만할 때 국가 생존은 가능해진다. 

셋째,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부패한 정부에서 국민의 단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정하고 부패한 지휘관이 이끄는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는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 부패, 부조리를 발본색원해서 국민이나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 없는 법치(法治)가 중요하다. 

넷째, 안보 문제에 관한 국론이 통일되어야 한다. 세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외부 침략 보다 내부 갈등과 분열로 멸망하는 국가의 사례를 많이 봤다. 국가 안보 문제를 놓고 이념 투쟁이나 권력 투쟁을 한다면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위스를 배우자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에 대한 대응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북은 아직도 남한 내 북한 추종세력을 ‘우군(友軍)’으로 삼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가 안위와 국가 이익 앞에서는 국민도 여야도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국가 멸망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유민주체제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회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근절 되어야 한다. 

스위스는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침탈을 피하기 힘든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어 수시로 어려움을 당해 왔다. 스위스는 자국을 침략한 외세에 끝까지 저항했고, 대부분 승리를 거둬 스위스의 무장 중립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피의 투쟁을 벌여 왔고, 지금도 그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는 인구 800만 명, 국토는 한국의 절반 정도, 현재는 주변에 위협을 줄 만한 잠재 적국도 많지 않은 나라다. 그럼에도 스위스군의 총병력은 12만여 명이며, 여기에 즉시 동원이 가능한 예비군이 약 10만여 명이다. 영세 중립국도 아무리 국제조약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지킬 힘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위스가 바로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를 잊고 사는 민족에게, 역사는 비극의 반복이라는 벌(罰)을 내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행복은 그것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으로 누릴 수 있고, ‘스스로 지키고자 하지 않는 나라는 아무도 결코 지켜주지 않는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는 결코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고려에 대한 거란의 침략 야욕을 결정적으로 포기하게 만든 것은 서희의 ‘입’이 아니라 강감찬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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