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김정은은 인권 범죄자”
미국, “김정은은 인권 범죄자”
  • 홍관희 고려대 교수
  • 승인 2016.07.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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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단호한 미국의 對北 인권 정책

미국 정부, 북한 주민 인권 유린의 정점(頂點)에 김정은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제재 타깃으로 김정은을 정조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天賦的) 인권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북한 지역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게 유린되고 있고, 그 정도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과거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인류 보편적이 아닌 ‘북한의 내재적’ 문제로 간주하여, 이에 간섭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목소리가 꽤나 강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인권은 국가 주권의 영역을 벗어난 인류 보편 사안으로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수많은 탈북민들의 전언(傳言)을 통해 알 수 있듯, 북한인권 침해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참혹하다. 어떻게 이렇듯 잔인한 인권 침해가 21세기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다. 

히틀러 치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 인권 유린이 5년(1940~1945) 동안 행해진 데 비해, 북한의 인권 유린, 특히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탄압은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훨씬 더하다. 

다행히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대외정책의 기본 모토로 삼고 있는 미국이 일찍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에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미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전개해왔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올해 들어 비로소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오는 9월 발효하게 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과 동시에 자괴지심(自愧之心) 또한 갖게 한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력 증강에 대응하여 고강도 대북제재를 선도(先導)해 온 오바마 행정부는 인권 문제에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이번에 김정은을 ‘인권 유린 가해자’, 곧 인권 범죄자로 규정하고 2인자인 황병서 등 그 수하 일당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김정은이 인권유린 명령자 

미 국무부는 올 2월 발효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의거하여 7월 6일 <북한인권 유린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부가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유린 보고서>(Serious Human Rights Abuses or Censorship in North Korea)는 “김정은 지배하의 북한 정권이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에게 사법절차 없는 처형(extrajudicial killings)과 강제 노동(forced labor) 및 고문(torture)을 자행하는 등 가장 억압적 통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보위부, 인민보안부 등이 김정은의 지시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동(同) 보고서는 북한 주민 인권 유린의 정점(頂點)에 김정은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제재 타깃으로 김정은을 정조준했다. 

결국 미국은 수령 독재 하에서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의 최종 책임자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집권 이후 정치 엘리트의 이반(離反)을 막고 정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장성택과 현영철 등 권력 핵심을 잔인한 방식으로 처형한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직접적이고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을 전후한 시점이다. 김정은이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혹한 방법으로 공개 처형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인권 탄압이 ‘반(反)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동 보고서 내용을 적극 지지하면서 김정은을 “난폭하고 무자비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 정권을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정권의 하나로 지목했으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기괴한 잔인함(grotesque cruelty)”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의 핵과 인권을 불가분(不可分)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가 “북한 핵과 인권 문제는 상호 배타적이거나 모순된 정책 목표가 아니다”라고 언명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북핵 문제만큼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다루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문 2270호를 채택하면서,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깊이 우려한다”며 인권에 대한 우려를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미국은 북한 주민 인권 유린의 정점(頂點)에 김정은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제재 타깃으로 정조준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김정은이 평안남도 평성합성 가죽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황당무계한 북한의 인권관 

김정은에 대한 미국의 ‘인권 범죄자’ 규정에 대해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은 7월초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선전포고”라고 주장하고, “미국과의 모든 문제를 전시법(戰時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서 “도발적 언행을 삼가라”고 촉구하고 “인권 유린에 대한 환기를 계속할 것”을 천명했다.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주체사상과 결합되어 지극히 왜곡되고 비합리적인 논리로 포장돼 있다. 북한에서의 인권은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의 권리”로 정의(定義)된다. 이에 따라 ‘인민 대중’ 중심의 주체 사회주의인 북한에는 ‘사랑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구현되고 있어 아무런 인권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저들은 유일사상 10대 원칙에 따라 수령에 절대적으로 충성할 때, 사회정치적 생명을 획득하고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 결국 북한 사회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관이 적용될 수 없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인권 유린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계급성과 집단주의 원칙에 입각한 인권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신문 등은 “인권 문제에 있어 계급성을 숨기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은 북한 공민의 권리와 의무가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그 본성에 있어 집단적이며 사회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보편적이고 천부적인 불가양도(不可讓渡) 인권을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인권관과 정면 배치된다. 

북한 정권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촉구 운동에 대해 북한 수령 체제를 허물기 위한 정치 공세로 간주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오고 있다. 곧 자신들의 “자주적 발전을 저해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공세”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인권보다는 주권을 강조하고 인권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해 반발하는가 하면, 인권의 보편성보다는 나라별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른바 인권의 ‘상대주의적 시각’을 주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국제사회에서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의 대응 과제 

미국의 대북 인권 제재가 김정은을 타깃으로 설정한 데 대해 우리 사회 내에서 일치된 지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컨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 정부의 조치들이 미흡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지나치게 긴장이 최고조에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은 본말(本末)을 전도한 인식의 발로(發露)다.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미국의 김정은 제재 결정 때문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과 잇단 대남 도발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북한인권법이 한국에서도 제정되어 오는 9월 4일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된 북한인권법은 “국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제2조 2항)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서 동 법안은 우선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인권 실태 조사 ▲남북 인권 대화 및 인도적 지원 ▲북한인권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제10~12조). 아울러 통일부 산하에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과 인권 증진을 위한 자료 수집·연구·보존·발간 업무를 담당할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설치(제13~15조)를 명시했다.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이자 대한민국의 주요 국정 현안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에, 탈북자들은 입국하는 대로 국민적 지위를 획득한다. 아직도 국내 일부 세력이 북한의 왜곡 논리를 수용해 북한인권 개선에 소극적 내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같은 국민이자 동족으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초에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形象)’대로 창조되어 모두 함께 고귀하고 평등하기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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