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 세계 2위, 이대로 괜찮은가?
소득 불평등 세계 2위, 이대로 괜찮은가?
  •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7.26 0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격분석]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이중적 노동시장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공무원들이 소득 상위 10%의 대부분 차지.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 

청년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담론이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 헬조선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허구적, 선동적 담론인가? 아니다. 

▲ 뉴욕주립대 스토니 브룩 정치학 박사·고려대 연구교수·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헬조선 담론의 핵심은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과 이의 세습 가능성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도 문제지만, 이것이 자신의 노력 여하보다는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저론과 결합하여 대한민국 사회가 자신이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신분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냉소와 불만이 헬조선 담론으로 응축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 근거가 되는 소득 불평등 문제부터 따져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OECD 국가들 중에서 대한민국은 가장 소득 불평등이 심한 국가군에 속한다. 불평등의 정도도 그러하지만 그 내용은 더욱 악성이다. 

대한민국의 소득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다는 주장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이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2012년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니계수가 0.307로 중간 정도 그룹에 속해 있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평등도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심하지 않다는 인식의 근거다. 

문제는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맞는 것인가의 여부다. 소득 불평등과 같이 추상적이거나 여러 측면을 포함하는 다층적 개념들을 수치로 계량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개념 규정과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주장 자체도 지니계수 방식을 통해 도출된 수치에 기반 한 결론에 불과한 것이다. 

전통적인 소득 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는 수학적 수식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으나 원자료를 얻는 과정에서 각국의 문화적 속성이 반영되고, 그에 따라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지니계수 측정을 위한 원자료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이용하는데, 이 자료는 전국적으로 1만 가구를 샘플로 추출한 후 면접원이 각 가구를 방문하여 가구소득을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얻어진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소득자는 소득을 줄여 보고하고 저소득자는 부풀려 보고함에 따라 적지 않은 왜곡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즉 평균 수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구 소득을 낮춰 말하고, 역으로 실제 소득이 매우 낮은 사람들은 이를 평균 수준과 유사하게 높여서 응답하는 체계적 편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이 반영되어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대한민국 

계량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지니계수 방식에 대한 대안을 파리경제대학의 토마 피케티 교수가 제시했다. 피케티 교수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국가는 28개국에 이르고 있는데, 그중 OECD 회원국들만도 19개 국가다. 

우리나라는 상위 1%와 10%의 점유율이 각각 12.23%, 44.87%로 상위 1%는 소득 불평등 정도가 미국, 영국에 이어 3위, 상위 10%는 미국에 이어 2위인 것으로 나타난다(2012년 기준). 

덴마크는 소득이 가장 균등하게 배분되는 국가인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26.88%다. 이는 모든 국민이 소득을 똑같이 나눈다고 할 때 각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에 비해 상위 10%에게는 2.7배 정도, 나머지 90% 국민에게는 평균적으로 0.81배 정도가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피케티 방법론을 2010년 국세청 자료에 적용한 동국대 김낙년 교수팀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소득 중 상위 1%가 점유한 비율이 12.97%, 상위 10%가 48.05%에 달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19개 국가 중 상위 1%와 상위 10%가 각각 19.34%, 48.16%를 점한 미국 다음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한 수준이다. 

상위 10%가 국민 평균소득의 4.8배, 그 다음 상위 11~20%는 국민 평균소득의 2배인 전체 소득의 20%, 그 다음 상위 21~30%는 국민 평균소득의 1.3배인 전체 소득의 13%를 가져간다는 연구결과다. 

이렇듯 상위 30%가 전체 소득의 81%를 가져가고, 남은 소득인 19%를 소득 하위 70%가 나눠 가져야 하므로, 하위 70%에 속하는 평균적인 대한민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407만 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1인 가구 평균소득을 4인 가구의 경우로 확대하면 하위 90%의 가구 소득은 3400만 원에 불과하다. 

4인 가구 평균 소득이 3000만 원 정도라는 것이 일견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50대가 가장(家長)인 4인 가구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가장이 자영업으로 1000만 원, 부인이 파출부 등 허드렛일로 1000만 원, 20대인 아들이나 딸 중 하나가 편의점 알바로 1000만 원을 벌어온다면 이 가구의 연소득은 3000만 원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 달 88만 원, 연소득으로는 1000만 원 남짓 버는 88만 원 알바세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기 힘들다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예외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하위 90%에 속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보통 국민, 평균적인 국민들이 실제 살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표 2>는 앞서 소개된 OECD 19개국의 소득점유율 그래프를 국가별로 통합하여 상위 1%, 상위 2~10%, 하위 90%의 3개 구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위 1%의 점유율은 대체로 영미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절대치에 있어 독일, 스위스와 같은 유럽국가와도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위 2~10%의 소득 점유율은 영미계 국가는 물론 모든 유럽 국가들과도 큰 격차를 보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나라가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국가가 된 데는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높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2~10%의 차상위 계층의 소득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군에 속하고, 이는 상위 1%뿐만 아니라 상위 10% 차상위 집단이 전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들이 누구인가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2010년 국세청 소득 자료를 분석한 김낙년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되기 위해서는 연소득이 4400만 원이 넘어야 하는 데, 2010년과 현재 시점의 임금 수준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상위 10%가 되기 위해서는 연소득 500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이들이 누구인가를 밝히기 위해 연소득 5000만 원이 넘는 집단을 소득 수준이 낮은 순부터 차례대로 밝히면 가장 먼저 2014년 기준 평균소득 5400만 원의 100만 공무원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100만 공무원의 평균소득이 5400만 원이므로 공무원 집단 모두가 상위 10%에 속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표 2>는 집단 전체의 평균소득이 6000만 원을 넘는 25만 명의 공기업 집단이 여기에 속한다. 법률적인 개념에서 중앙정부에 속한 공기업 소속으로 분류되는 집단만 25만 명이고, 지방 공기업, 중앙과 지방정부 등 공공부문 종사자로 넓게 잡으면 그 수는 40만 명에 달한다. 

임금 소득만으로 따지면 공무원, 공기업 정규직보다 더 받는 직업군은 민간부문에 속한 재벌 대기업 정규직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의 분류방법에 따르면 재벌 대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재벌그룹은 43개이고, 이들의 계열사에 근무하는 전체 임직원 수는 121만 명이다. 

공무원 100만, 공기업 40만, 43개 재벌 대기업 120만, 도합 260만 명은 평균 임금이 상위 10% 안에 속하므로, 이들 집단에 속하면서도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급여를 받아 상위 10%에 속하지 않는 집단은 그 다음 상위 15%, 적어도 상위 20% 집단의 주축을 형성할 것이다. 

대한민국 소득불평등과 이중적 노동시장 

요약하면,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국가로 된 데는 상위 2~10%에 속하는 차상위 집단의 소득점유율이 과도한 것이 주요 원인인데, 이들 집단은 재벌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대부분은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피케티가 제시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각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한 OECD 19개 국가 중 미국, 영국과 함께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군에 속한다. 

둘째, 한국을 가장 불평등이 심한 국가로 만드는 것은 상위 1%라기 보다는 그 다음 2~10%까지의 차상위 9% 집단이다. 

셋째, 이들은 주로 민주노총에 소속된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그리고 공무원들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소득 불평등 문제의 또 다른 측면이 드러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소위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이 두 국가에서의 소득 불평등은 시장 경제에서의 경쟁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 국가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는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또는 공무원들이 소득 불평등의 주요 수혜자들인데, 소득 상위 10%의 대부분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또는 이중적 노동시장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이중적 노동시장은 고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된 상층 시장과 그렇지 못한 하층 시장의 격차가 심각하고, 이 두 시장 간의 이동성이 극히 제한된 경우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극단적인 고용 안정성과 상대적인 고임금이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그리고 공무원들이 속한 상층 노동시장의 기본 특징이다. 

상층과 하층 노동시장 간의 임금격차가 극심한 이중적 노동시장의 폐해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 전체, 특히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기아차의 사례에서와 같이 본사 정규직을 고용하려면 연봉 1억 원이 드는 반면, 하청업체를 통해 해결할 경우 연봉 5000만 원이면 충분하다면 본사 정규직 채용보다는, 같은 일을 절반의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하청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의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극심한 국제 경쟁에 처한 기업가 입장에서는 한 번 고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고,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 정규직보다는 언제든지 하청 계약 해지를 통한 비용절감이 가능한 하청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이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 유연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제로 우리 경제 생태계에서 기업가들이 본사 정규직 채용보다는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 이도 여의치 않으면 해외공장 신설로 대응하여 온 것이 고용문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만 해도 광주공장 이후 15개 공장이 해외에 신설되는 동안 본사가 운영하는 대규모 공장이 국내에 신설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정규직이 속한 상층시장과 비정규직 또는 하청업체가 속한 하층 노동시장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상층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비정규직 채용으로 대응하려는 기업가들의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본사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상대적 고임금도 문제지만 기업 입장에서 더욱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고용의 경직성에 있다. 기술과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한 번 고용하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 고용 체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중적 노동시장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신규 채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인지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여 왔다. 선진 유럽국가에서는 정년보장 체제가 기업의 경쟁력과 신규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과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전체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인다는 점을 깨닫고, 노동계가 이러한 개혁을 주도하여 왔다. 

전체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고용 유연화와 함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더 빨리 더 많이 생기게 하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피케티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고한 OECD 19개 국가 중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낮은 순위로 각각 1위, 2위, 3위, 5위를 점한다는 사실은 이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고용 유연화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천하여 이중적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했고, 그 결과 소득 불평등 문제도 해결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러한 노동개혁의 성과를 도출했으며, 그 결과 이들 국가들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도 높이고, 소득불평등도 심하지 않은 복지 선진국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