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소년들의 북한인권운동
한인 청소년들의 북한인권운동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08.08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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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워싱턴에 울려퍼진 북한인권 구호

방학이 되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원 다니느라 정신없고, 미국의 한인 청소년들은 북한인권 개선 위해 연방의원들 찾아가 호소하느라 바쁘다 

워싱턴=지난 7월 11일 오후 미국 워싱턴 DC 덜레스 공항 근처에 위치한 한 호텔에 100여 명의 한인 청소년들이 도착했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온 이 청소년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행사장에 모여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엇을 하나 보았더니 피켓을 만들고 있었다.

피켓에는 “BE THERE VOICE for our brothers, sisters and orphans in North Korea” 등 북한인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다음날부터 백악관, 연방의회의사당 등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사용할 피켓들이었다. 

이 청소년들은 2007년, 그리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북한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Korean Church Coalition for North Korean Freedom, KCC)의 여름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매년 여름 워싱턴 DC에 와서 북한 주민들과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집회, 가두평화행진, 상하원 의원 방문 등을 하고 있다. 

2004년 미주 한인교회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통일과 북한 동포 구출을 위해 하나님께 통곡기도를 하자며 결성된 미주한인교회연합(KCC)이 한인 1세를 너머 2·3세 한인 청소년들과 함께 북한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주한인교회연합 대표인 손인식 목사(베델한인교회 원로목사)는 “12년 전 KCC를 결성한 후 이날까지 일관되게 달려온 것은 역사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 우리 민족의 통일과 북한 동족의 구출을 위해 통곡기도 해온 것”이라며 “많은 교회들이 2400만 북한 동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라며 같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KCC는 남북한이 자유통일 되어 북한 동족이 구출되는 그날까지 기도한다며 이름을 UTD(Until The Day)-KCC(그날까지 선교연합)으로 하고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덴버, 시애틀, 오리건, 밴쿠버, 워싱턴, 메릴랜드, 대구, 대전, 서울 등 미국과 한국 주요 도시에서 통곡기도회를 진행해 왔다.

▲ 미국의 한인 청소년들이 지난 7월 11일 워싱턴DC에서 북한인권운동 집회를 가졌다.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Be Their Voice) 

2007년부터 한인 2·3세가 KCC 북한인권 기도운동에 참여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당시 KC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내 20만 명의 탈북자들을 보내달라는 ‘Let my people go’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워싱턴 DC 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하원 의원들을 방문했다. 이 때 한인 1세 목사들과 한인 2세 12명이 함께 방문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영어가 자유로운 한인 2세들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한인 2세들이 앞장서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잡혔다. 준비 끝에 2010년부터 한인 2세 청소년 60명이 참여하면서 KCC 북한인권 기도운동은 한인 1세와 2세가 함께 하게 되었다. 

지난 7월 13일 정오 한인 학생들은 전날 백악관 앞 집회 때처럼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Be Their Voice)라는 노란색 셔츠와 피켓을 들고 연방의사당 서쪽 잔디밭에 모였다. 한 여름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북한인권 개선에 앞장서온 사람들과 탈북민의 연설을 들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함께 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곳에 매일 와서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되어달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는 에드 로이스 미 하원외교위원장이 참석해 큰 호응을 받았다. 로이스 위원장은 7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KCC가 하는 북한인권 개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내줘 우리가 북한인권 개선과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법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스 의원은 지난 2월 현금이 북한 정권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북한제재 이행법안(HR 757)을 발의했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외국에 거주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복지와 인권을 촉진하는 내용의 ‘2012년 북한 어린이 복지법’을 발의하는 등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주요 연사들의 순서가 끝난 후 한인 청소년들이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온 소니아 김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을 대신한다며 이들의 석방을 북한 정부에 촉구했다. 

뉴욕에서 온 지나 정은 중국과 북한에 있는 북한 고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북한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한인 청소년들은 집회를 마치고 연방의사당 내 상하원 의원 사무실로 찾아가 의원들에게 노란색 단체복을 증정하며 북한인권 개선에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선후배가 함께 하는 행사 

7년 동안 한인 청소년들의 KCC 북한인권 기도운동을 이끌어온 샘 김 KCC 사무총장은 “아이들 스스로 피켓 만들고, 북한인권 연설을 하고, 상하원 의원 사무실에 찾아가 의원들을 만나 떨리는 목소리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얘기하고, 명사를 만나 조언을 들으면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올해 청소년들은 한인 최초로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성 김 필리핀 대사 내정자와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를 만나 북한인권, 북핵, 삶의 진로 등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이 함께 참여해 후배들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프린스턴대 4학년인 민경찬 씨는 5년 전 고등학생 때 처음 참석했다가 대학생이 된 후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그의 소감이다.

“당시 탈북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미국에서 편하게 살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뒤 북한인권 이슈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했고 계속 참석하고 있다. 지금은 후배들을 안내하고 있다.” 

터프대 2학년 이건우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행사에 참여한 이래 4년째 계속 참석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요청한 탈북민들을 돕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보람이 컸다. 학생들이 꾸준하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1학년인 임수정 양은 이번에 처음 KCC 여름 인턴십에 참석했다. 임 양은 “하원 의원들을 만났을 때 떨렸는데 그래도 북한인권에 대해 말했다. 또 오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 영화 ‘철가방 우수씨’의 연출자 윤학렬 감독은 “한국에서 청소년들은 방학 동안 여러 개의 학원을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미국의 한인 청소년들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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