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사람답게 사는 것을 고민하는 학문”
“인문학? 사람답게 사는 것을 고민하는 학문”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8.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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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터뷰] 배양숙 서울인문포럼 이사장

국내외 석학 28명과 800명 참가자들이 하루 종일 인문학을 논한다 

짧게 요약한 정보와 3분 영상에 열광하는 시대에 하루 12시간짜리 인문학 포럼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 사단법인 서울인문포럼 배양숙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하루 종일 인문학을 공부하면 지루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작년 1회 때 모두들 정말 즐거워했어요. 종일 인문학을 섭취하면서 오찬과 만찬을 나누고 마지막에 멋진 공연까지 보니 오히려 끝날 때 힘이 더 난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포럼을 개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억 원 정도. 연봉 10억 원이 넘는 삼성생명 재무설계사인 그녀는 현직에서 통 큰 사회 공헌을 하는 중이다. 배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는 인문학 르네상스 운동의 한 갈래를 주도하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인문포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인문학 전파 운동에 열심이었다. 2011년부터 CEO와 사회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교육과정 ‘수요포럼 인문의 숲’과 벤처기업가와 2세 기업인을 위한 인문학 토론모임 ‘예프(YEF)’를 운영해왔다. 

재무상담 일을 시작하면서 경제학 강의를 많이 들은 배 이사장은 세계지식포럼,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면서 점차 관심을 확장해나갔다. 결정적으로 서울대 미래지도자 인문학 과정과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수료하면서 인문학 확산에 나설 결심을 했다. 배양숙 이사장이 인문학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재무설계를 하면서 CEO들을 많이 만났는데 갑작스럽게 사업이 쇠락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준비를 제대로 못했거나 결정을 잘못 내려 벌어진 일이죠. 직원이 500명이라면 가족까지 합쳐 1500여 명이 힘들게 됩니다. 인문학은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경영자들이 결단을 할 때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배 이사장은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2세들을 훈련시킬 틈이 없다는 점을 특히 안타까워한다.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지기 때문에 정말 바쁘세요.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죠.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기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2세 경영인들이 미리 인문학을 통해 자기 성찰도 하고, 통찰력도 기르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서로 도움도 주고, 그런 장을 마련한 겁니다.” 

강사들을 초청해 1년 과정으로 진행하는 수요포럼 인문의 숲과 예프를 운영하는 데도 연간 2억여 원이 든다. 배 이사장이 회원들에게 수업료 대신 안기는 부담은 “고용을 늘리라”는 것이다. 

“6년 동안 몇 백 명이 인문학 과정을 거쳤는데 요즘 자주 전화가 옵니다. ‘오늘 몇 명 채용했습니다. 고용을 늘렸습니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기뻐요.”

▲ 배양숙 서울인문포럼 이사장은 제2회 서울인문포럼에 대해 “동료와 이웃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1년 전부터 해외 돌며 강사 섭외 

올해 9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인문포럼의 주제는 ‘인본주의와 과학’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밀려오고 있어 인문학과 과학을 접목한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은 신라호텔 내 네 군데서 열리는데 철학, 역사, 교육 세 분야로 나눠 세션별 강연과 토론이 이어진다. 다이너스티홀에서는 인본주의와 과학에 대한 패널 토의가 열리고, 에메랄드홀에서는 ‘로봇도 윤리적인가, 죽지 않는 사이보그도 인간인가, 인공지능로봇은 인격체가 될 수 있는가’ 등 과학적인 주제가 주로 논의된다.

루비홀에서는 동양학 관련 강연과 토론, 토파즈홀에서는 교육 패널 토의와 다양한 강의가 이어진다. 신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고 원하는 곳에 가서 강연과 토론을 들으면 된다. 

안드레아스 트람포타 독일 뮌헨철학대학 교수, 이안 밀러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진 블록 UCLA 총장,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조봉 중국인민대학 교수 등 해외 인사들과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국내 석학들이 참여한다. 

특강을 맡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수학교육 스타트업 ‘노리’의 김서준 부대표 등 젊은 인재들까지 총 28명의 강사가 나선다. 강연이 끝난 후 국악인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뮤지컬 배우 박소연·박완, 가수 장혜진의 공연이 열린다. 

“우리 사회가 지나친 경쟁으로 피로한 상태입니다. 젊은이들을 만나 꿈을 물어보면 ‘안정’과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업’만 얘기합니다. 동료와 이웃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어떤 가치관을 품고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배 이사장은 해외 연사들을 섭외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직접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았다.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도 만나 차후 서울인문포럼에 초청했다. 6년째 인문학 전파에 열심인 그녀에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왜 힘들게 번 돈을 남을 위해 쓰느냐”는 것이다. 

“어떤 게 좋으면 혼자가 아니라 주변 분들도 같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성격이에요. 8자매 가운데 둘째여서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돌보느라 그런 마음이 든 거 같아요. 제가 인문학 공부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다보니 다른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섯 명의 동생들 걱정에 대학 진학 대신 삼성그룹 고졸 공채로 삼성생명 직원이 되었다가 결혼 후 재무설계사로 변신했다. 2010년 삼성생명 전사 챔피언에 오른 그녀는 ‘함께 이롭게, 더불어 행복하게’라는 삶의 신조를 지금 실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서울인문포럼 참가비는 CEO와 일반인 500명은 30만 원, 스타트업 기업가 300명은 무료다. 단 예약 부도를 막기 위해 3만 원을 예치했다가 돌려준다. 9월 15일까지 (02)587-2708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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