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역사 상륙’에 성공하다
‘긍정적 역사 상륙’에 성공하다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8.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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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인천상륙작전>

분단의 국가 책임, 양민 학살, 미군 참전 부당 강조한

‘태극기 휘날리며’ ‘작은연못’ ‘지슬’과 현격한 시각차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화제다. 흥행 성과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6·25전쟁 당시 헌신적인 희생을 한 해군 첩보부대나 적 치하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한 켈로(KLO) 부대의 숨은 활약을 발굴하는 효과 때문이다. 

▲ 조희문 영화평론가·미래한국 편집위원

북한군의 남침으로 극도의 수세에 몰렸던 국군과 국제연합(UN)의 연합군이 일거에 전황을 뒤집으며 적군에 타격을 가한 전술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이 직접 해안에 상륙하는 사진은 한국 현대사의 한고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일과적인 사건으로 보고 결과만을 기억한다면 전쟁 중의 극적인 한 장면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며 결정적인 승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논란과 위태로운 고비가 지뢰처럼 깔려 있다.

작전을 시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 상륙 지점을 선택하는 일, 실행을 향한 예비 작업, 무엇보다도 큰 영향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고려와 판단. 어느 하나 쉽거나 편한 일이 아니다. 유별나게 심한 조수간만의 격차, 좁은 수로에 부설된 기뢰 같은 것들이 작전을 어렵게 한다.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회의론이 자욱하게 퍼진다.

맥아더 장군만이 작전을 밀어붙인다. 1950년 9월 15일, 마침내 작전은 실행되고, 연합군은 인천에 상륙한다. 대작전의 기적 같은 성공.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의 전황을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할 만한 사건이다. 

리얼리티와 긴박한 액션으로 영화적 흥미 유지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작전을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의 기간 동안에 벌어진 비밀부대의 활약에 시선을 맞춘다.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이기도 하다. 

영화적 시선은 작전의 실행이나 그 일에 참가한 사람들의 입장을 인정하고 지지한다. 작전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뤄진 결과로 보는 것이다. 상황의 전개와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은 영화 구성의 필요에 따라 가감되거나 선택적으로 강조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역사에 대한 긍정이다.

두 형제가 국군과 인민군으로 갈라져 대치하게 되는 상황이 마치 국가의 책임인 것처럼 묘사했던 <태극기 휘날리며>(2004), 피난민 속에 침투한 북한군을 폭격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피난민들까지 희생당한 충북 영동의 ‘노근리 사건’을 미군의 만행처럼 묘사하고, 6·25전쟁에 미군이 참전한 것은 부당한 것으로까지 주장하는 <작은 연못>(2007), 제주 4·3사태를 전후한 시기에 좌익 세력을 색출한다며 제주 산간지역 주민들을 제압한 사건을 경찰과 국군의 일방적 학살처럼 그린 <지슬>(2012) 등 6·25를 전후한 상황을 그린 영화들 중에서 이념적 바탕이 어디인가를 의심할 만한 영화들이 보여준 시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삼거나 배경으로 설정한 영화는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이미 1965년에 <인천상륙작전>이란 작품이 있었고, <특공결사대>(1968) <블루하트>(1987) 같은 영화들이 뒤를 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은 팔미도 등대를 장악하며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하는 과정을, 특공결사대는 비밀작전에 투입되는 요원들의 훈련 과정을, 블루하트는 상륙작전을 위한 정찰 임무에 투입되었다가 적군에게 나포된 미군 함정을 한 구출작전을 시도한다.

제목 블루하트는 작전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해외에서 제작된 경우로는 <오 인천>(Inchon, 1981) <인천상륙작전>(Operation Inchon, 1981) 등이 있지만 한국계 자본이 투입된 경우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영화에 가깝다. 국적은 다르지만 유전적 혈통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든 <인천상륙작전>은 세부적인 면에서 이전 영화들에 비해 구체적이며 사실에 가깝다. 리얼리티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강렬한 설득력의 중요한 배경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긴박한 액션은 영화적인 흥미를 유지한다. 

▲ <인천상륙작전>은 역사적 사건에 마주하는 개인이나 국가의 의지와 신념을 예찬하는 면에서 그전의 자학적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일부 평론가, 반공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우파 선동영화로 폄하 

<명량> <국제시장> <연평해전>처럼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을 영화의 소재로 설정하고 그것과 마주하는 개인이나 국가의 의지와 신념을 예찬하는 구성은 최근 한국 영화들이 보여주는 큰 변화처럼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를 자조하고 비관하는 자학적 표현들이 파도처럼 넘치고,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가치까지 부정하는 것을 시대적 유행인양 여겼던 것에 비하면 주류적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고 할 만하다. 썰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밀물이 새로 들어오는 것처럼 영화 표현의 흐름도 크게 자리바꿈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천상륙작전>을 감독한 이재한은 <포화속으로>(2010)라는 6·25 소재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학도병들이 전투에 참가해 사선을 넘나드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영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꽤 공들여 만든 영화였고, 완성도도 점수를 받을 만했지만 일부 평론가와 영화전문 매체들에서는 비난에 열을 올렸다. 

북한 공산군의 침략을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며 비록 군인은 아니지만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켜야한다고 다짐하는 학도병들의 행동을, 정세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동분자들의 만용쯤으로 치부하려고 했고, 감독의 영화적 인식을 반공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우파 선동영화로 몰아붙이려 했다. 

남북 분단을 더욱 고착화하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 극우의 시각을 반영하는 철지난 선전영화라고 매도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비난이었고, 인민재판식 선동이나 다름없었다. 제목처럼 영화는 비난 세력들의 조직적 집중 포화 속에서 수난을 겪었다. 

이번 영화도 비슷한 상황에 빠지는가 싶었다. 개봉 전부터 일부 평론가나 영화매체들에서 ‘철지난 반공영화’ ‘수구적 보수의 선전영화’인 것처럼 몰아대는 험담이 나왔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무슨 소리’냐는 듯 당당했다. 관객이 평론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은 예민한 논란과 부딪칠 때 숨은 의도를 숨기거나 회피하려는 명분으로 자주 인용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좌경적 선동을 겨냥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관련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등장하는 명분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거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액면대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면,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고 특정 영화를 향해 험담을 쏟아낼 이유도 없다. 영화 한 편을 두고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영화는 영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 시대의 관객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가 한국 현대사를 다룰 때 어떤 모습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호국적 사례로 꼽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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