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그날의 감격이 살아났다”
“영화를 보며 그날의 감격이 살아났다”
  • 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08.22 0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인터뷰] 맥아더와 한 배로 인천에 상륙한 이종연 변호사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을 때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환호. 지금 영화를 보고 폄훼하는 여론 이해 못 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전부터 쏟아진 좌파 영화평론가들의 맹목적인 혹평 세례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정상권을 질주하며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자·평론가들이 내린 평점은 10점 만점에 3점대에 불과하지만, 관객 평점은 8.5점을 우회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개봉 당시에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혹평은 곧 흥행 대박’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성립되는 듯하다. 

한편 영화가 6·25전쟁 당시 펼쳐진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만큼 실제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와 실제 군사작전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고, 실제 전쟁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 당시 22세의 나이로 학도병으로 참전한 이종연 미국변호사는 통역병으로 자원입대해 미 해병 1사단 G-2에서 복무했다.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는 맥아더 장군과 같은 배를 타고 인천에 상륙했으며, 미국 전사(戰史)에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되고 있는 ‘장진호 전투’에도 참전했던 6·25전쟁의 산 증인이다. 

이종연 미국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소회와 함께 실제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 통역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통역은 물론 포로 심문 및 인민군의 작전 명령을 번역해 보고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던 이종연 변호사.

팔미도 등불 밝힌 첩보부대 전투는 안 했다 

- 영화가 개봉하면서 6·25전쟁 당시 펼쳐진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영화를 보면서 느낀 요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의 영화이다보니 전적으로 사실에 입각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민군과 전투를 벌이는 정신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매우 잘 담아냈습니다. 영화라는 특성상 픽션의 요소가 존재하면서도 실제 전투의 정신적인 부분은 잘 표현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릅니까? 

인천상륙작전 당시 맥아더 사령부 정보국의 크라크(Eugene Clark) 미 해군 대위와 한국군 해군의 연정 소령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먼저는 영흥도에 상륙을 했고, 그 이후에 팔미도에 상륙을 하여 팔미도 등대의 등불을 밝힘으로써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첩보부대이기 때문에 첩보활동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지만 전투부대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록상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바와 같이 첩보부대가 가서 커다란 작전을 수행하는 요소는 픽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미 해병대 소속으로 배속이 되어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맥아더 장군과 함께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도병 신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저는 고려대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전쟁이 나서 대구로 피난을 갔는데 통역병을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군에서는 영어를 할 수 있는 한국군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국군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뽑았습니다. 그리하여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 중 9명을 통역병으로 선발했는데, 저는 미국 해병대 소속 육군 중위로 배속이 되어 참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종연 변호사님을 비롯하여 선발된 통역병들은 전쟁에서 어떠한 역할을 주로 수행했습니까? 

연락장교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그 역할이 아주 막중했습니다. 통역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리와 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포로를 잡았을 때는 포로를 심문하고, 인민군의 작전 명령을 그 자리에서 번역해서 대대장에게 주는 등 영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아주 많았다고 상기합니다.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는 미 해병 1연대가 지금의 송도 지역에 상륙을 했습니다. 1연대의 연대장은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풀러(Chesty Puller) 대령이었는데, 저는 미 해병대 1사단 연락장교로 G2에 배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1연대와 함께 상륙을 했습니다.” 

- 실제 인천상륙작전은 어떻게 진행이 결정되었습니까? 

맥아더는 크로마이트 작전(Operation Chromite)을 일찌감치 머릿속에 구상하고, 워싱턴의 합참의장을 비롯해서 각 참모장들이 반대하는 것을 설득했습니다. 이것은 맥아더의 아주 영웅적인 결정입니다. 

그 후 상륙 과정에는 맥아더의 공이 절대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미 해군과 해병대의 활약이 아주 컸습니다. 미 해군과 해병대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4년 간 태평양에서 일본군의 섬들을 하나하나 상륙하고 점령해나간 경험이 있습니다. 맥아더는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미 해군과 해병대에게 인천상륙작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한 겁니다. 실제로 미 해병과 해군은 상륙의 귀신들이었습니다. 

- 전쟁에 참여하며 직접 본 맥아더 장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맥아더는 제가 보기에 군의 정책을 지휘하는 측면에서는 천재에 가까운 지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략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직접 수행을 하지 않고 일선에 가서 직접 보지 않고 참모들이 수집한 정보를 듣는 방식으로 지휘를 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어떠한 부분에서의 과(過)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앞서 언급한 맥아더의 결정 방식으로 인해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진 과정에서 아주 치명적인 실수가 벌어졌다고 봅니다. 당시 중공군이 30만 명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참모들은 중공군은 김일성한테 명의상으로 보낸 사람들일뿐이라고 하면서 보고를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맥아더는 압록강으로 진격을 결정했죠. 참모들은 ‘예스맨’들이라 맥아더가 듣고 싶어 하는 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공군 30만 명을 간과하고, 압록강으로 진격을 한 것은 맥아더의 한국전쟁의 커다란 오판이죠. 결국 맥아더가 해임을 당한 배경에도 이 사건이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 미군과 함께 실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이종연 변호사는 당시 미 해군과 해병대는 상륙작전의 귀신들이었다고 평했다.

인천상륙은 영웅적, 중공군 오판은 치명적 실수 

- 영화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영화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는 좌파세력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지고, 미군과 한국군이 인천에 상륙을 했을 때 인천 시민들은 대단히 환영을 했습니다. 서울을 수복했을 때 서울 시민들이 반긴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소위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지만, 당시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공산치하와 공산주의를 나쁘게 생각을 했고, 공산 세력을 퇴출시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즐거워하고 환영을 했습니다.

저는 당시 민간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영할 때 아주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당시 대한민국 사람들 대다수의 의견이자 감정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현재 젊은 세대들은 6·25전쟁이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보니 전쟁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리기도 쉽습니다. 반공이라는 단어를 구시대적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이 어떤 안보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공산 치하에서 나의 사상이 독재자를 섬기고, 나의 일생도 독재자를 위해서 바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비록 여러 가지 불평과 고난과 역경은 있지만, 공산 치하의 삶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몫과 주어진 일이 있는 것이죠. 저도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참전해서 싸웠던 겁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제가 해야 할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