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수백 수천 명이 모여서 진행하는 행사장에 북한사람보다 더 많이 가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태어나서 소년단에 입단식을 시작으로 참가한 수많은 행사들, 그리고 거기서 강요에 의해 불러야 했던 노래들과 환호성들 짜내야 했던 눈물들… 특히 김일성이 죽었을 때 뜨거운 태양 아래 거의 매일 열리는 추모행사, 참가하기 싫었지만 감시하는 눈이 두려워 참석할 수밖에 없었고 눈물을 짜내야 했습니다.
뇌리에 박힌 북한 군중대회의 기억
그 기억들 때문인지 저는 한국에 와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딱 한 곳 갈 반드시 가는 곳이 있다면 바로 투표소입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투표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출마자가 당선되고 말고를 떠나 나의 한 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보름 전쯤인가 새누리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4차 새누리당 전당대회 대의원’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에게 새로 선출되는 새누리당 호의 네 번째 선장과 장수들을 뽑는 투표권이 주어졌다는 이야기이죠.
흐르는 땀을 두 개의 손수건으로 받아내며 나는 전당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더위에 몇 명이나 오겠어’ 했던 나의 예상을 깨고 수천의 사람들이 대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지 않는다고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입장하였습니다. 조금 아쉬웠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면 박수도 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나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리고 잠시 후 본 행사가 시작되고 또 한 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행사의 시작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시간이 되자 탈북민 출신의 가수 명성희 씨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가수가 없는 것도 아닌데.
탈북민 출신 가수의 애국가 선창
명성희 씨의 선창으로 오랜만에 목이 터져라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부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관계자들의 연설이 이어졌고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께서 단상에 올랐습니다. 물론 언론을 통해 매일 보는 모습이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뵈니 느낌이 참 묘했습니다. 북한 같으면 저는 ‘접견자’가 된 것이니까요.
대통령님이 연설이 진행되기 시작하자 대회장에 모인 모든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그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의원들과 당원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왜 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들의 모습은 강요와 통제에 의한 열광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기대와 성원의 환호였습니다. 2016년 8월 9일은 저에게 정말 잊지 못할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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