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가 아니라 전쟁에서 이겨라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서 이겨라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승인 2016.08.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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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소포클레스 著, <아이아스>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 영웅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아티카 반도 건너 북서쪽에 있는 살라미스 섬의 영웅이다. 이 작품은 아이아스의 죽음의 비극을 그렸다. 전말은 이렇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쏜 화살에 ‘아킬레스 건(腱)’을 맞아 전사하자,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특별 주문하여 만들어준 ‘아킬레우스의 불멸의 무구’를 놓고 그리스 군 진영의 장수들 간에 누가 차지할 것인가 경쟁하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승전에서 자신의 지략이 크게 공헌했음을 앞세우고, 아이아스는 자신의 용맹이 더 큰 기여를 했다며 아킬레우스 무구가 서로 자신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맞선다. 난처해진 그리스 군 진영에서는 장수들의 투표로 결정하게 되고, 아이아스는 다수표를 얻은 오디세우스에 패한다.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장병들 앞에서 무공을 자랑하는 연설 장면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누구의 공로가 컸던가는 차치하고, 말 주변이 없는 아이아스는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오디세우스에게 비판받고 망신을 당한다. 

패배한 아이아스는 모멸감과 분노가 극에 달해 막사 밖의 가축 떼를 도륙하여 분풀이 한다. 한참 후 자신이 저지른 광기의 추태를 깨닫고 칼을 땅에 꽂고 뛰어들어 자결한다. 그 칼은 트로이의 맹장 헥토르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두 사람은 전투에서 맞대결하다가 아이아스는 자신의 혁대를 헥토르에게 주고, 헥토르는 자신의 칼을 아이아스에게 답례로 주었었다. 

서로의 선물은 상대에게 죽음의 선물이 되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해 자신의 혁대로 발목이 묶이고 아킬레우스의 전차에 매여 끌려 다녔다. 그 때 사용된 혁대가 바로 아이아스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헥토르의 칼은 아이아스의 분노의 몸을 향했다. 

아이아스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쟁이든 선거든 승리 이후에는 기여한 사람들의 공로를 따지게 되고, 그에 따라 전리품과 포상이 배분된다.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개별적인 전투에서는 용맹하고 뛰어난 무술로 자주 승리했지만 전쟁의 판세를 뒤집는 전략적 성취는 이루지 못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전사로서의 역량은 아이아스에 비해 떨어졌지만, 아킬레우스의 참전을 이끌어내고, 트로이 진영을 야습하거나, 트로이 목마 작전을 주도하는 등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지혜와 권모술수가 뛰어났다. 

동료 장수들은 우직한 독불장군 아이아스보다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준 꾀 많은 오디세우스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이 작품에서 충직하고 용맹하지만 지혜가 부족했던 아이아스의 죽음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반면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가 아이아스를 적대적으로 대해 죽음의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소포클레스는 이런 대립적 구도를 설정해서 죽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아이아스의 비극적 운명을 강조하고, 테우크로스의 항변과 오디세우스의 역성을 통해 장례를 치르게 함으로써 아이아스의 실추된 명예를 세워주려 했던 것 같다. 그가 즐겨 쓰던 ‘비극의 확대(parekstasis tragica)’ 기법의 일종 아닐까.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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