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은 중국의 대미 전략”
“북한 핵은 중국의 대미 전략”
  •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승인 2016.09.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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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미 협상 수단으로서의 북한 핵무기의 가치가 약화되기 때문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7월 13일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대한민국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자위(自衛)적 군사주권의 조치이다. 

▲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이런 한국의 정당한 자위적 주권 행사에 대해 중국 정부의 심술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8월 3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성명 채택을 무산시키면서 “사드 배치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 8월 21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하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종전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북한을 긴장 국면 조성의 당사자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관영․관변 언론을 총동원하여 경제보복조치를 시사하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중국은 건국 1년만인 1951년 약 115만 명의 병력을 6·25전쟁에 파병하여 패망 직전의 북한을 구해줌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방해했다. 또한 중국은 6·25전쟁 참여로 약 35만 명의 목숨을 잃었지만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의 지위를 얻었고, 1961년 7월 북한과 중국은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하 북·중 우호조약)을 체결했다. 북한의 요청에 의해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은 양국을 군사동맹으로 연결하는 근간이 되었다. 

동맹 구성원 간에 동맹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상호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감은 군사, 경제적 지원, 안보 공약의 지속적 확인 등 상대국으로부터 지원 가능성과 정도에 있고, 기대감의 수렴과 편차에 따라 동맹관계는 협력과 갈등이라는 정치적 과정을 수반한다.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완충 지대 

‘북·중 우호조약’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이 결성한 동맹이다. 북·중 동맹에서 북한이 중국에 거는 기대는 ‘미 제국주의와 투쟁’하는 북한에게 인적·물적·정치·외교적 지원을 조건 없이 제공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자국의 지정학적 위상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남북한 간 긴장 완화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화와 현상유지’를 선호하자 중국에 대한 과도한 군사적 의존보다는 천안함 폭침,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과 같은 모험주의적 돌출 행동을 통해 지정학적 위상을 높여왔다. 

한편 중국은 1350km에 이르는 북·중 국경선을 베이징을 보호하는 안보 1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 인접한 북한 지역이야말로 국가 안보라는 핵심 국가이익을 위한 튼튼한 보호막으로 인식하고 북한 지역을 완충 지역(buffer zone)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즉 중국은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면 나타날 부작용과 불이익, 미국의 대중 및 대한반도 전략에 대한 강한 의구심 때문에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물론 중국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지만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북한의 돌출 행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만난 윤병세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관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연합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근원(根源)은 북한 핵과 미사일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만 해결되면 사드는 배치할 필요가 전혀 없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만 해결되면 사드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사드는 공격무기가 아니라 방어무기라는 것도 자명하다. 

이런 전후의 사정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보위를 위한 정당한 군사주권 행사에 개입하는 내정 간섭임이 분명하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를 중국의 변방으로 생각하고 아직도 한중관계를 군신(君臣)관계로 인식하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사실 중국은 북한을 자국의 동맹국으로 간주하면서 냉전시대의 동맹외교를 북한의 핵 개발 방지라는 시대적 요청보다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비호정책(庇護政策)이 없었다면 북한은 핵을 이미 포기했을 것이다. 바로 비호정책이 북한이 지연전술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점에서 북한과 중국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북핵 상황의 안정적 관리’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 비호정책은 결국 4차 핵실험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북한 핵문제는 더욱 풀 수 없는 난제가 되었다. 4차 핵실험까지 한 시점에서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비호정책이 오늘의 결과물이다. 

한편 중국은 북한 핵개발을 대미 전략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미 전략적 협상 수단으로서의 북핵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아 지역의 상황에 따라 ‘소극적 관리자의 역할’과 ‘적극적 해결자의 역할’을 선택하면서 중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는 자위적 방위 능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동북아 지역에 사드보다 강력한 레이더망을 구축해 놓고, 사드 배치를 ‘모기 잡는 데 대포 쏘는 격’이라면서 북한 핵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 핵 위협이 ‘모기’ 정도일지 몰라도 한국은 국가 존망과 직결된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이 북핵 위협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두 사안을 분리하여 한국에 압박하는 행태는 2008년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가 허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한중관계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입장 선회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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