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쾌락은 마음의 평정
진정한 쾌락은 마음의 평정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승인 2016.09.06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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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에피쿠로스 著 <쾌락>

고대 그리스인들은 유달리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사색과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아테네 철학자들은 민주주의가 삶의 외형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토대였듯, 그에 상응하는 인간 내면의 행복한 조건에 대해서까지 궁구했다. 

자유를 존중했던 인간들이 행복의 원리를 찾으려 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행복의 조건과 원리는 시대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테네가 융성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자유정신 역시 퇴조했다. 공동체적 덕성과 탁월성(arete)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27년 동안 계속되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굴욕적으로 패해 항복하게 되자(BC 404), 아테네인들은 실의와 좌절에 빠진다. 

에피쿠로스(BC 341~270)가 ‘쾌락주의’를 주창하게 된 것도 이런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아테네의 정치가 마케도니아에 예속되면서 무력감에 빠진 아테네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주의가 대두하게 되었다. 에피쿠로스는 아테네인들의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무력감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쾌락’의 중요성을 설파하게 된다. 

에피쿠로스는 쾌락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쾌락을 가져다주는 수단이 쾌락보다는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여겼다. 무조건 고통스런 상황을 제거한다고 해서 쾌락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즐겁고 행복한 삶은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한 삶에서만 얻어질 수 있다. 순수한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의 조건과 한계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적이지도 않고 필연적이지도 않으며, 다만 헛된 생각에 의해 생겨난” 욕망들을 스스로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자연적 정의에 부합한 쾌락을 얻는 지름길이다.

“자연의 정의는, 사람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해침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려는, 상호 이득의 협정이다.” 이런 정의의 관점은 대인관계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에피쿠로스는 이런 한계 속에서 개인의 쾌락을 마음껏 추구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여긴 것 같다. 그의 주장은 ‘자유’를 ‘쾌락’으로 바꿔 말한다면, 존 스튜어트 밀이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자유를 무한히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맥락과 닿는 것 같다. 

물론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이 오로지 육체적 쾌락에만 초점이 맞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마음의 평정, 즉 아타락시아(ataraxia)를 통해 진정한 정신적 쾌락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과 진정한 쾌락은 일체의 미혹된 감정, 무지에 의한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나야 얻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학을 통해 우주의 본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천체 현상의 본성에 대해 관찰하고 이런 목적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획득하는 데 있고 이를 통해 절대적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의 본성과 진리의 이해를 통해 마음의 평정과 쾌락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개인과 개인,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 간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문제와 갈등 속에서 어떻게 쾌락을 얻어내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아테네가 쇠락하면서 개인주의로 흐르게 되는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신비주의적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아테네인들에게 개인이 어떻게 육체적, 정신적 안정과 쾌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적 해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사회 제반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의 행복론’을 정치철학과 윤리학적 관점으로까지 치밀하게 확장하여 궁구해 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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