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친중을 택했나?
그들은 왜 친중을 택했나?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
  • 승인 2016.09.07 12: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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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친중 사대주의의 연원과 문제점

한미동맹의 종료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친중주의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국력 현실에 대해 보다 자세한 연구를 해야

한국 정부가 순수 방어 미사일 체계인 사드(THAAD) 미사일 배치를 결정한 후 중국이 펄쩍 뛰고 있다. 중국이 펄쩍 뛰니 우리나라 국민의 일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국가 안보에 손해가 되는 일을 했다며 한번 손을 봐 주고야 말겠다고 저러고 있으며, 한국의 일부 세력들은 미국이 미사일을 가져다 놓는 바람에 큰일 나게 생겼다며 중국의 주장에 동조 혹은 굴종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드 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일반 국민들과는 발상의 방향이 정반대인 사람들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보호 장비'를 갖추자는데 왜 그게 안 된다는 말인가? 

이번 사드 사태를 통해 한국 국민들의 대부분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반면 일부 세력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중국에 더욱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동안 한국 국민들은 물론 정치가, 전문가들조차도 중국에 대한 심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심각한 환상이란 중국은 우리나라의 좋은 친구라는 환상, 중국은 결코 우리나라의 위협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그리고 중국은 곧 미국을 앞설 세계 최고의 경제·군사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환상이었다. 

중국에 관한 소설로 인세를 두둑하게 챙겼을 한 소설가는 몇 년 전 “이제 곧 중국이 G1 이 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정부는 “중국에 너무 경사(傾斜)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을 정도로 친중적인 외교를 전개했다.

2015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그 의미가 솔직히 의심스러운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 중국군의 열병 분열을 받는 순간 한중 관계는 최고의 수준에 오른 것처럼 보였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처럼 보는 사람도 생길 정도였다. 

▲ 미래한국 고재영

한·중 전략적 동반자라는 허구 

그러나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말았다. 원래 아니던 것을 그런 줄 알았다는 것은 불찰(不察)이지만 교훈을 통해서 배우면 될 일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날, 우리는 북한 아나운서 리춘희의 수소 폭탄 실험 성공 보도를 전율(戰慄)하며 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의 행동을 두둔하는 논평을 발했다. “칠순의 노장이 등장해 울림이 있고 힘찬 목소리로 적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원고를 읽을 때 북한의 전통복장을 한 리춘희의 말투와 얼굴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중국의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한국을 적으로 묘사했고 북한의 핵실험을 마치 북한의 자랑인 것처럼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황급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핫라인(Hot Line) 전화통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거부했다. 핫라인이란 위급한 상황에서 두 나라가 긴밀하게 협력하지고 만든 전화가 아닌가?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을 한 긴급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건 핫라인 전화를 받지 않은 중국이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라고? 원래 말이 되지 않는 소리들은 언젠가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마는 법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가장 소극적인 반응에 불과한 사드 배치를 중국이 앞서서 난리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은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국을 잘 공격할 수 있도록 가만히 발가 벗고 있으라는 말이 아닌가?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 행동에 대해 지금 한국을 대하는 것처럼 펄펄 뛴 적이 있었는가?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한국 국민들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전직 장관조차 있으니 중국의 행동을 뭐라 하기도 그렇다. 이들을 ‘점잖은’ 말로 통칭하면 ‘친중 사대주의자’ 라고 부를 수 있겠고, 보다 격하게 말하지만 조국을 배반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우리나라를 못나도 잘나도 내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본다.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 압도적인 대다수가 아무리 우리나라가 잘못했어도 그걸 비난하는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춰 덩달아 망동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한국의 친중주의 분류 

우리는 누구나 외국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이 친미주의 혹은 친중주의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체계적인 분석이 그런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친중 세력들은 분석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이다. 즉 한국의 친중주의는 국제정치 현상에 대한 현실주의적 분석에 입각한 것이기보다는 기분과 감정에 의한다고 보이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친중주의 세력 중에는 분석적인 사람들이 없는 바 아니다. 이들은 우선 중국이라는 나라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보고 중국이 곧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중국이 금명간 미국을 앞서 세계의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나는 그날부터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서서히 해체하고 중국과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국력 분석의 제반 이론들을 동원해 보면 중국이 미국을 앞설 나라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친중주의자가 많다는 것은 이들의 학문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친중주의자들의 자가당착 

한국의 친중주의는 압도적으로 ‘감정적’인 것이다.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압도적으로 좌파적이다.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반미주의적이며 또한 종북주의적이다. 우리나라 일각의 정치 세력이 친중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은 중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미국이 미워서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종북 세력은 모두 반미주의자들이며 동시에 모두 반일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압도적인 다수는 친중주의자다. 모든 친중주의자가 다 종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종북주의자들은 다 친중주의자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친중주의자들은 분석적인 사람들이거나 감정적인 사람들이거나 상당한 자가당착과 분석의 오류에 빠져 있다. 우선 친중주의자들은 미국을 싫어하며 미국을 호전주의적 깡패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이 앞으로 몇 년 후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할 때, 이들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상당히 평화적인 나라로 상정한다. 즉 미·중 패권 전이가 평화적으로 이뤄질 것처럼 말한다.

미국을 깡패라고 보는 친중주의자들이 중국이 평화적으로 미국을 앞서 패권국이 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자가당착이다. 미국이 그토록 호전적인 나라라면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한참 전에 중국을 붕괴시키려 하지 않겠나? 

친중주의자들은 대체로 좌파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나라한 자본주의가 횡행하고 있는 중국을 동경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누구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먼저 부자가 되라’는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 같은 자본주의는 이들이 가장 앞서서 비난하는 자본주의의 악한 요인이다.

중국처럼 빈부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나라도 없다. 사회주의를 동경한다는 우리나라의 좌파 세력들이 중국의 처절한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거나 좋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친중주의자들은 대체로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이들은 민족의 논리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중국을 좋아하고 친중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논리인가?

외세를 배격해야 한다고 외치던 사람들의 친중주의는 무엇인가? 이들에게 미국은 외세이고 중국은 외세가 아닌가? 미국이 우리를 버리면 중국에게 붙어먹고 살 수 있다는 투로 말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는 동조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이 한국을 윽박지르고 있다. 그래서 놀라는 사람들도 많고 이제 중국의 본질을 다시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발발된 사태가 한국 국민들에게 가져다 준 뜻밖의 좋은 가르침이다. 

필자는 중국을 오랑캐로 보지 않는다. 한국보다 더 길고 찬란한 문명을 가진 나라를 오랑캐라고 부르는 것은 오히려 열등감의 발로일 뿐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저러는 것은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힘이 갑자기 늘어난 나라는 그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공격적 외교 행태를 ‘Teenage Testosterone’, 즉 10대의 청소년이 늘어난 남성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웃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에 비유했다. 

국제정치 그 자체가 그런 것이다. 나라들의 관계는 개인들의 관계와 다르다. 중국 사람들 개인 하나 하나는 모두 우리와 친구가 된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이 중국 국민, 일본 국민으로 인식되는 경우 이들은 우리와 전쟁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 경제력이든, 군사력이든 조만간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친중주의자들의 판단은 잘못됐다. 사진은 유사시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미국의 항공모함 레이건호. / 연합

중국과 국제정치의 현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급성장했다. 그래서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GDP 대국이 되었고 늘어난 힘을 이웃의 약소국들을 향해 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친중주의자들은 중국이 앞으로 수 십 년 동안도 지난 30년처럼 급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계산해 보니 곧 미국의 GDP도 앞설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어느 나라도 60년 고도성장을 한 경우란 없었다. 중국도 이제 고도성장이 꺾이고 있으며 고도성장 과정에서 야기되었던 각종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은 본시 미국에 근접하는 강대국을 방치해 둔 적이 없는 나라다. 에드워드 럿왁(Edward Luttwak) 박사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전략의 논리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이며 이 세상 어떤 패권국도 도전국의 도전에 평화적으로 양보한 적은 없었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 평화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는 친중주의자들에게는 불쾌한 자료일지 모르겠지만 마이클 오핸론(Michael O'Hanlon) 박사에 의하면 미국의 군사력은 동맹국의 군사력 지원을 모두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중국보다 10배 강하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게 된다면 필경 바다에서 일어날 터이니 양국의 해군력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셉 나이(Joseph Nye. Jr) 교수는 미국의 해군력은 미국 다음 17개국 해군력을 모두 합친 것(Next 17 navies combined)만큼 강하다고 분석한다. 2등부터 18등 해군 중에서 미국에 대드는 해군은 현재 중국 해군 뿐 아닌가? 세계 2위의 해군력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일본의 해상 자위대,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인도 해군이 모두 미국 편이다. 

최근 미국 해군은 차세대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 급(Gerald R. Ford Class) 항모를 실전 배치할 단계에 이르렀다. 포드 대통령 이름을 딴 이 항공모함은 기존 니미츠 클래스(Nimitz Class) 보다 전투기 출격 비율이 25% 이상 높다. 그런데 운영 유지비는 훨씬 적게 들기 때문에 수명 연한인 50년을 사용할 경우 기왕의 항모보다 40억 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지금 적국의 비행기, 군함을 공격하는 대포를 레이저 건(Laser Gun)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미국은 적국의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한발에 100만 달러 짜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레이저 건 한방으로 적국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데 필요한 돈은 59센트(700원도 안 된다)라 한다. 

국제정치는 변하는 것이니 언젠가 한미동맹도 종료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친중주의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국력 현실에 대해 보다 자세한 연구를 더 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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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2016-09-07 13:55:29
참으로 옳은 지적입니다. 정부는 초기에 친중 혹은 등거리외교에 기웃거린 것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한미일동맹으로의 확장에 올인해야 합니다.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미-중 패권경쟁에서의 빠지기론" 또한 가당찮은 주장이니 물리쳐야 할 것입니다. 국제정치에서 힘없는 중립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최강국+최대한의 선의국”에 빠짝 붙는 길이 살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겐 친미와 용미가 살 길입니다. 이승만 건국대통령 같은 지혜와 용기를 가진 박대통령과 후임 대통령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