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지원은 준 공기업 양산일 뿐
사회적 기업 지원은 준 공기업 양산일 뿐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승인 2016.09.16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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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세미나] ‘사회적경제 3대 법안’ 발의 논란

의무구매법안은 중소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은 물론이고 골목상권마저 준공기업인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지배할 가능성을 높게 한다 

지난 8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의 서형수 의원을 비롯한 22인의 국회의원들이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의무구매법)’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윤호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의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률안이 의결되지 아니하거나 수정의결 되는 경우에는 이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법학박사·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결국 이 법안은 사회적경제기본법과 한 세트로 제출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반시장적 법률안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시장 배분적 규제를 통한 경쟁 제한 행위를 법으로 보장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 법안은 2013년 12월 19일 신계륜 의원 등 30인의 의원이 19대 국회에 제출했다가 무산되었던 것으로 20대 국회에서 여소야대의 상태를 기회로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목적으로 다시 제출된 법안으로 이해된다. 

이 법안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률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의 경쟁과 자율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에 대한 소득의 적정한 분배를 동시에 실현해야 할 헌법적 가치로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명문화함으로써 경제적 경쟁과 분배를 동시에 헌법적 가치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질서 내에서는 사회적 경제기업 관련 입법이 반헌법적 가치를 갖는 법률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의무구매법안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의무구매법안의 주요 내용 

이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경제적 양극화를 주된 이유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극소수의 이윤 과점을 위하여 사회 구성원 다수가 희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노동임금의 착취와 그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가치로 생산수단의 공동소유와 관리, 계획적인 생산과 평등한 분배를 주장했던 1872년 영국 오언파(派)의 사회주의 정신과 동일한 기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의무구매법안의 제안 이유는 현재의 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이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 소유 및 자유경쟁에서 찾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 공동체’ 구현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데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경제 기업의 주체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확산을 유도하여, 이들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을 보면 우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의 구매 촉진을 주도하고, 공공기관의 장이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안 제18조 및 제19조), 공공기관의 소관 사무를 민간 위탁할 경우 사회적 경제 기업을 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20조) 

그리고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의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을 위해 전자정보관리체계 구축, 구매 담당자 및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교육, 재정지원, 국·공유재산의 무상 대부, 사회적 경제 기업 판매장 설치, 사회적 경제 기업 구매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안 제25조부터 제31조까지), 정부가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의 구매 실적이 우수한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를 포상하고, 구매 실적을 공공기관의 평가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안 제32조부터 제34조까지) 

▲ 추석을 맞아 굴비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위적 지원은 골목상권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헌법적 해석상 문제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거리낌 없이 사회적 경제 질서 등을 운운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헌법학자들의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대한민국 헌법학자들의 상당수는 우리 헌법 제119조가 수정자본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우리 경제 헌법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독일헌법 제20조 제1항에서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이고 사회적 연방 국가이다”라고 명문화하고 독일 헌법 제28조 제1항에서 “각 주의 헌법질서는 기본법상의 공화주의적,민주적,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 정서적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질서를 사회적 경제 질서라고 부르는 것은 독일과는 달리 헌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의 경제 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라고 부르는 것은 부정확하며 혼합 경제 체제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학설상으로 다수견해가 헌법 제119조가 수정 자본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우리 경제 헌법의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로운 강학상의 해석론에 비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정신을 고려한 해석을 해 왔다. 즉,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이와 같이 근로 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이라고 하여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경쟁주의와 양극화를 강조한 의무구매법안의 취지를 보면, 사회적 경제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경제가 대한민국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의 통합 생태계를 조성하고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과의 가치 충돌 

이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경제 조직들이 생산한 제품을 공공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실현하는 제도가 의무구매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과거 중소기업보호정책과 그 취지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과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고 대기업에 대하여는 규제를 가하고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제도를 두는 것과 그 취지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관련법들에서는 사회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보다 헌법적 정신에 입각한 입법적 노력들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 헌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나 “사회적 경제” 등과 같은 반헌법적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회적 기업 등이 생산한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123조 제5항이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라고 하는 내용을 왜곡하는 법률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 의한 중소기업 및 골목상권 잠식 

사회적 경제기본법안을 비롯한 의무구매법안의 핵심 내용은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시장을 대기업 시장과 중소기업시장, 그리고 사회적 경제조직 시장으로 3분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더욱이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치하는 경우 우리 경제시장은 대기업 시장과 중소기업 시장, 사회적 기업 시장으로 3분되어 규제를 받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준공기업인 사회적 기업들에 의하여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경제 공동체를 경제적 조직으로 인정하여 경제정책의 한 대상으로 인정하여 온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정부가 인위적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을 설치하여 지원하는 법제도를 운영해 오지 않았다. 참고로 독일은 전통적으로 조합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하여 운영하는 소비자협동조합법을 1889년 제정한 이래 민간기업 중의 한 유형으로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킨 바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인 ICA가 1995년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선언에 따라 내린 정의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나 개인기업, 행정기관과는 다른 조직으로, 동일한 필요를 지닌 조합원이 스스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자발적인 사업체이자 운동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경제조직인 협동조합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첫째, 협동조합은 정부 및 사기업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다. 둘째, 협동조합은 사람들이 결성한 조직으로서, 자발적으로 조직되어야 하고 조합원의 가입이 강제되지 않는 자율적 사업자단체이다. 셋째,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직한 것이다. 

넷째,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사업체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소유권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합원에게 배분되며, 이것이 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사기업이나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공기업 등과 같은 조직체와 협동조합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사회적 경제관련 법률안들의 이념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협동조합법은 개별 협동조합이 하나의 조직체로서 시장경제에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조합원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준 공기업의 양산 

의무구매법안에서는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의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을 위해 전자정보관리체계 구축, 구매 담당자 및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교육, 재정 지원, 국·공유재산의 무상 대부, 사회적 경제 기업 판매장 설치, 사회적 경제 기업 구매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25조부터 제31조까지). 

결국, 정부 주도로 사회적 경제조직을 설치하고 이들을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도화하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복지효과 등을 기대하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조직되지 않는 한 경제시장을 확대하고 이윤을 창출해 내는 경제 주체로서 정부가 기대하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등의 효과를 창출해 내는 주체로 입법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참고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의 협동조합법의 경우 정부 주도로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주도하는 것은 자칫하면 소규모 공기업을 대량 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들이 시장을 창출하고 경제시장의 중요한 경제 주체로서의 한 축을 차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관합동기구나 민간경제단체가 이를 주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사회적 기업을 공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냐, 아니면 민간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냐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며,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사회적 기업을 공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의 협동조합법은 자생적 생활공동체에 대하여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생활공동체들이 자생적으로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자생적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으로 전환 필요 

미국에서 협동조합법의 권리장전이라고 불리는 1922년 캐퍼볼스테드법은 독점과 카르텔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는 셔먼법을 농업협동조합에는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법률이다. 그 이후 협동조합들에 대하여는 광범위하게 독점금지법이 적용되는 것을 면제해 줌으로써 자생적인 생활공동체들이 민간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약 4만8000개의 협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으며, 조합원도 전체 인구의 40%인 약 1억2000만 명에 달하는 등 ‘협동조합 중심국가’로 성장한 바 있다. 대표적인 협동조합기업으로는 썬키스트 그로워즈, 썬메이드(건포도), 웰치스(포도 음료), 블루 다이아몬드(아몬드 제과) 등이 있다. 즉, 미국의 협동조합도 정부 주도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성된 경제조직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무구매법안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적 사회적 경제조직의 생성 및 지원보다는 자생적으로 생성된 사회적 경제 조직들에 대하여만 정부 지원이나 제도적 특례를 인정하는 입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8월 현재 국회에 상정된 의무구매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경우 중소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은 물론이고 골목상권마저 준공기업인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의무구매법안은 옥상옥만 만들 뿐 

이는 각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건대 오히려 옥상옥, 또는 관피아 확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는 한 경제권으로 무한 경쟁 체제로 진입한 지 오래되었다. 즉, 어떠한 경제조직이든 자생적으로 조직되고 자생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국민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의무구매법안은 그 취지 역시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이념에 기반을 둔 반 헌법적인 정신을 추구하는 이념적 입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번 의무구매법안은 그 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억제 요인으로 인식되어 온 경제 민주화 이념보다 더 진일보한 사회주의적 성격의 입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1991년 구 소련 붕괴를 시작으로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사회주의 이념이 2016년에 다시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기업들을 등에 업고 법률로 재탄생하는 일이 없기를 고대해 본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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