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군대’를 양성한다
‘믿음의 군대’를 양성한다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9.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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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1년 17만명 세례 ‘軍 초코파이 신자’ 다음 한국교회의 중심 세대 될 것

화합과 청년선교, 좀처럼 이뤄지기 힘든 이 일을 원활하게 해내는 곳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10개 교단과 교회가 힘을 합쳐 만든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하 군선교연합회)가 대한민국 20대 초반 장병들의 선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약 27만 명의 입대 병사 가운데 약 17만 명이 군복무 기간에 세례를 받는다.  

현재 군대에서 군종병과로 활동하는 공식 종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이다. 2012년 11월 국방부 전수조사 통계를 보면 전체 63만 명의 장병 가운데 종교 장병은 32만5808명, 무종교 장병은 30만4192명이다. 종교를 가진 장병의 분포는 기독교 55.4%(18만497명), 불교 25.8%(8만4,215명), 천주교 18%(5만8,754명), 원불교 0.5%(1,620명) 기타 0.2%(722명) 순이다. 

장로교(고신, 기장, 대신, 통합, 합동), 성결교(기성, 예성), 침례교, 기감, 기하성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장병들의 신앙전력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 군선교 사역은 여러 사역 가운데 가장 연합이 잘 되고 협력이 잘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군 최초의 군종활동은 1948년 9월 해군 창설과 함께 시작되었다. 육군은 1951년 2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공식적인 군종제도가 창설되었다. 카추샤 병사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성직자가 군에 들어와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가슴에 신앙의 철판으로 무장시키고 기도로 죽음의 두려움을 없게 하여 주옵소서’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매주 육군본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공군 군종제도는 1952년 2월에 출발했다. 

1969년에 전군 신자화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높았던 북한이 1968년 1월 21일 무장간첩을 청와대 뒷산까지 내려 보내고 삼척, 울진, 강릉으로 연이어 무장공비가 침투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당시 육군 1군사령관 한신 장군이 적과 싸워서 이기려면 사생관(死生觀)을 확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종교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1인 1종교 갖기 운동’을 주창한 것이다. 

1971년 9월 육군 21사단에서 153명, 이듬해 육군 20사단에서 3398명이 세례를 받는 등 기독교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종단 대표가 있는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대표기관이 없는 기독교에 대해 “창구를 일원화해 달라”는 군의 요청이 있었다. 1972년 5월 29일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당시 전군신자화후원회)가 출발한 계기이다. 

목사, 신부, 법사가 모여 군종병과의 이념을 ‘신앙전력화’로 정하고 1976년에 국군통수권자인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받았다. 특별히 기독교가 장병들의 신앙전력화에 앞장서 진중세례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1980년 외압에 의해 중단되었다.

▲ 군선교연합회 덕분에 매년 약27만 명의 입대 병사 가운데 약 17만 명이 군 복무 기간에 기독교 세례를 받고 있다.

제2의 신앙전력화 운동 

군대 내에서 종교를 강조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군선교연합회 활동도 위축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군선교연합회는 군복음화운동을 계속하면서 진중 교회당 건축에 힘을 쏟았다. 1984년에는 세계기독장교대회를 열고 1986년에는 한국군종목사단을 설립했다. 

1990년, 육군 교육사 사령관으로 김진영 중장이 부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였던 김 사령관이 오면서 군대에 새로운 전도 물결이 일어났다. 육군 교육사 직속 예하부대인 육군훈련소로 1년에 약 12만 명이 입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사령관은 소속 군종 목사를 모두 초청하여 모임을 가졌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 국가를 위한 좋은 일을 하자. 군인들의 심장에 예수그리스도를 심어주자”고 말하며 김 사령관이 개인적으로 1000만 원을 헌금해 ‘십자가 달아주기 전도세례운동’이 전개되었다. 사령관이 대단한 금액을 헌금하며 솔선수범하자 다시 힘을 모았다. 

첫 달에 86명이 세례를 받았으나 1991년부터 한국교회 연합으로 군 세례운동이 확산되면서  세례 받는 인원이 점점 늘어났다. 1997년 4월 19일 7200명이 세례를 받았고, 매년 약 20만 명이 세례를 받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2012년 5월 19일 육군훈련소에서 9519명(수세 8506명, 축복기도 1013명)이 모인 가운데 세례식이 열려 ‘세계 최대 규모 단회 진중세례 결실’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약 400만 명의 장병이 세례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침례식은 극동방송이 설립 60주년을 맞아 주관했는데 미국 침례교 대표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4461명의 장병이 침례를 받았다. 

현재 군종 목사는 약 260명이고 군선교연합회에서 파견한 군선교 교역자는 전담자와 비전담자를 합쳐 약 650명에 이른다. 한국교회는 연간 약 120억 원을 군선교비로 사용하고 있다. 

신앙 강조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관과 신앙관에 따라 군선교 현장이 요동쳤다. 장로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군종제도를 창설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전군 신자화 운동에 따라 1인1종교 갖기 운동을 적극 권장했다.

아울러 신앙전력화 휘호를 전군에 하달했고 육군 1군지역 대대급까지 현역 군종목사 부임을 허락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 일방적 종교편향 주장이 일자 군종목사는 감소하고 군종법사는 증원했다. 그런데도 이 시기에 진중세례식이 더욱 활성화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관계를 최우선으로 삼아 1995년부터 시작한 대북종교방송을 중지시켰다. 북한 측의 십자탑 야간점등 중지 요청을 수용했고 소수 종교의 군종장교 편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소수인권 중시 정책을 펼쳐 원불교 군종장교가 임관했다. ‘무종교도 종교’라는 정책을 구현했으며 병역대체법과 군종감실 폐지를 추진했다.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 교계에서 기대를 갖고 군종병과 발전을 위해 여러 건의를 했으나 특별히 추진된 내용은 없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초대 백낙준 목사, 2대 한경직 목사가 회장을 맡았다. 1988년에 군선교연합회가 법인기관으로 바뀌면서 곽선희 목사가 초대 이사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재임하고 있다.

눈앞에서 결실을 볼 수 있는 진중 세례식 후원 교회는 많지만 소망교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잡다한 일을 담당하려는 교회는 많지 않다. 소망교회는 교육프로그램 만드는 일, 군 세례자들 명단을 전산처리 하는 일 등 실무를 담당했고, 곽선희 목사가 소망교회를 담임하는 동안 연간 10억 원 씩 군선교 활동을 위해 헌신했다. 

▲ 군 선교는 2020년까지 국민의 75%인 3700만명을 기독교 신자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건강하고 밝은 나라로 만든다는 ‘비전 2020’의 핵심이다.

국민 75% 신자화 목표, 비전 2020 

1990년대에 한국 기독교는 침체기에 들어갔으나 군대에서 세례 받는 장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군선교연합회는 이종윤 목사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부흥과 세례운동을 연결시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96년 2월 ‘국가는 애국애족 운동, 군은 신앙전력화운동, 교회는 21세기 기독교운동’을 하자는 ‘비전 2020 실천운동’이다. 

군선교연합회는 군상담심리코칭학회, 한국군선교교육원, 한국군선교신학회, 비전2020실천본부, 한국군선교연구소로 조직되어 있다. 이 5개 부서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선교팀, 기획·행정팀, 홍보미디어팀, 후원·재정팀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가장 많은 인원이 배정된 조직이 바로 비전2020실천본부이다. 본부장은 1993년에 육군참모총장으로 예편한 김진영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이다. 

1996년에 한국 기독교인은 1200만 명이었으며 매년 20만 명의 장병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미 세례를 받고 입대한 5만 명을 합쳐 매년 25만 명의 크리스천 장병이 입대를 하는 셈이었다. 이들이 결혼을 하여 아내와 자녀 두 명까지 연간 100만 명이 교회에 다닌다고 가정했을 때 2020년이 되면 2500만 명이 기독교인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의 1200만 명을 합치면 2020년에 우리나라 기독교인 숫자는 국민의 75%인 3700만 명이 된다. 기독교 신자가 정치·경제·사회·교육·언론 문화를 이끌어 건강하고 밝고 활기찬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비전 2020 실천운동이다. 

군선교회연합회는 군대가 ‘심는 일’을 담당하면 전국의 교회가 ‘물주는 일’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4000여 교회가 비전 2020 실천운동에 참여했다. 비신자가 군대에 입대하여 세례를 받으면 군선교연합회가 명단을 수집하고 전산입력을 하여 회원교회와 연결을 한다. 회원교회는 세례 받은 장병을 미래출석교인으로 등록한 뒤 생일과 진급 때 면회를 가고 휴가 때 가족들까지 교회로 VIP 초대를 한다. 

초창기에는 우리 교회에 안 와도 천국백성이 늘어나는 중요한 일이라며 모두들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기성교인들 보살피기에 바빠 점차 미래교인에 대한 전도 열의가 식었다. 결국 2020년이 4년 남은 지금, 1996년보다 기독교인이 줄어든 상황이다. 

청년선교가 힘들다고 아우성인 교회들에게 군선교연합회는 ‘세례 받은 장병을 보살피는 일이 최고의 청년선교’라는 것을 강조한다. 군선교연합회는 군선교 현장을 ‘황금어장, 가두리어장’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결혼식을 앞둔 신랑들에게 세례증명서 제출을 요청하면 ‘군대세례증명서’를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군선교연합회는 지역교회에 비전 2020 사역 참여를 간절히 요청했다. 

군선교연합회는 군선교 교역자를 훈련시켜 군대에 파견하는 일과 함께 입대하는 청년들도 교육시키고 있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군선교연합회 세미나실에서 입대 후 동료 장병들을 어떻게 전도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군선교연합회 총무 김대덕 목사는 ‘초코파이 신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한 가지 사례를 들려줬다. 

“불교 가정에서 자란 전자공학도 출신 장병이 초코파이도 먹고 자매들 찬양하는 것도 보기 위해 군대교회에 나갔답니다. 세례를 받고 자대에 배치되어 크리스천 김 상병의 도움을 받고 일대일 양육으로 이어졌지요. 제대 후 신학교에 진학했고 개인적으로 1000여 명 이상 전도했습니다. 자원해서 군목으로 다시 군대에 갔다가 5년 전에 전역한 일이 있습니다.” 

기독교 아성 넘보는 천주교 불교의 약진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군대에서 기독교의 교세는 막강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천주교와 불교가 약진하고 있다. 기독교 독점 선교시대에서 종교간 무한경쟁 시대로 바뀐 것이다. 천주교는 장병들의 미사 기피 원인을 파악해 미사 시간에 일어서는 횟수를 3회로 대폭 줄였다.

수녀들이 엄마와 누나처럼 장병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도 천주교로 장병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천주교는 2009년 육군훈련소에 120억 원을 들여 2500석 성당을 지었다. 2013년에는 불교에서 140억 원을 들여 400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법당을 건축했다. 

기독교는 그동안 1986년에 건축한 2200석 예배당에서 주일 낮예배 3회, 저녁예배 2회를 열었다. 2012년에 군종목사파송 60주년 기념사업으로 5000명이 동시에 예배드릴 수 있는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를 건립하기로 하고 2015년 4월 30일에 착공했다. 150억 원 예산의 50%만 확보된 상태에서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군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입대 장병이 연인원 32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줄었고 복무기간도 36개월에서 21개월로 짧아졌다. 타종교는 단일 종단의 장점을 살려 행정과 재정, 정책이 일사분란하게 집행된다. 물량 공세와 신선한 프로그램, 시설 확충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독교의 오랜 선교 노하우를 모방한 뒤 업그레이드하여 선교와 포교에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 교회는 교단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만 연합활동에 대한 책임의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각 교회는 세례식, 위문, 찬양집회 등 현장에 직접 후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10개 교단의 정기 지원 외에 군선교연합회에 다른 후원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지역과 경기지역에 2만2810개의 교회가 있으나 군 세례신자 명단을 받아 관리하는 교회는 2439개, 정기적으로 군선교연합회에 후원하는 교회는 167개 교회에 불과하다. 군선교연합회는 각 교회와 단체, 가족과 개인의 정기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군선교연합회는 앞으로도 비전 2020 실천운동을 통한 전도사업을 계속하면서 1004개 진중교회를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역교회와 진중교회를 1대1로 연결해 군대에서 천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군선교사와 입대 장병들을 훈련시켜 장병들을 돕는 선샤인(선한사마리아활동) 캠페인, ‘군대-대학-지역-직장’ 등 4대 영역을 벨트화 하는 청년사역 연합작전 ‘예스미션 운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재 청년층의 기독교인 분포도는 5% 정도이다. 그런데 입대만 하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교회로 몰려온다. 새로운 환경 앞에서 긴장된 마음이 쉽게 열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육군훈련소에서 매달 6000여 명이 세례를 받는다. 군대는 20대 청년 선교사역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일한 현장이다. 

유럽이나 미주교회처럼 문 닫는 한국 교회가 많아질 거라는 어두운 전망에 대해 김대덕 목사는 “유럽과 미주는 군선교 현장이 없습니다. 20대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한국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군에서 세례 받은 신자들이 언젠가는 돌아옵니다. ‘초코파이 군인신자’가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중심이 될 겁니다”라며 1004개 군인교회는 한국교회의 공동교구 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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