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투자, 과정이 아니라 성과를 효율화 해야
연구개발 투자, 과정이 아니라 성과를 효율화 해야
  • 이장재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9.2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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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뉴노멀 시대’ 진입한 정부 연구개발 예산

안정적 연구 환경과 연구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가 될 2017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었다. 8월 30일 발표된 정부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를 돌파한 400조7000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전년도 대비 3.7%가 증가한 규모이다. 이중 연구개발 예산 규모는 전년도 대비 1.8%가 증가한 19조4371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 이장재 KISTEP 선임연구위원·미래한국 편집위원

지난 해 증가율 1.1%보다는 다소 증가하였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다. 아쉬운 점은 정부 예산(안)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언론에 나타난 연구개발 예산 편성에 대한 반응은 올해보다는 나아졌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늘어난 예산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중점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2년 연속 2% 이하의 증가율은 2015년까지 10년 간 연평균 증가율 9.3%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역대 정부 연구개발 예산 증가율로는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된다면 정부 총지출 대비 연구개발 예산의 비중은 올해 4.9%에서 4.8%로 낮아질 전망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켜 가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어려운 재정 사정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대폭 확장되어 왔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증가 추세를 유지한 것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다.

최근 2년 동안 턱없이 낮은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기간의 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92.1조 원으로 나타난다. 이는 이번 정부가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약속한 5년간 계획치인 92.4조 원에 3000억 원이 부족한 규모이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의 경우 국회를 통과할 때 다소의 증액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속한 92.4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구 예산 정체 상황 수용해야

지금의 경제 상황과 국제 환경 하에서는 현재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 증가율 수준이 한 두 해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한 세입 예상치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복지 수요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응, 그리고 북한 핵무기 위협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인한 남북 및 동북아시아의 군사 대립 등을 고려하는 세출 예상치를 고려한다면, 국가 재정을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제는 정부 예산 증가율을 하회하는 연구개발 예산 증가율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즉, 정부 연구개발 투자의 정체기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 기초연구와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 그리고 공공기술의 확보, 그리고 과학기술하부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해 왔던 시기가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병행해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확대된 결과, 우리의 총 연구개발 투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15년 현재 4.29%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현재 공공부문을 포함한 국내 연구개발 공동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비율에 상응하는 연구개발투자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이래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타나는 재정당국의 화두는 단연 연구개발 효율화이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과학기술자문회의를 두고도 대통령이 주관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정부가 올해 신설한 것도 효율화를 추구할 컨트롤 타워의 구축, 즉 통합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적정 정부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노력해 왔다. 총요소생산성(TFP)으로 나타나는 연구개발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 규모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세계는 미래기술 개발에 열중 

현재의 추이를 통해 재정당국이 찾은 해법, 즉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인식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 연구개발 투자의 한계효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DRAM과 CDMA와 같은 대박을 가져올 기술혁신 성과가 2000년 이후 공공부문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사실도 이러한 판단에 일익을 담당했을 것이다. 

또한 어려운 글로벌 경제와 국내에서 당면하고 있는 청년실업과 복지수요, 그리고 사회갈등 등의 문제는 재정당국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해법을 장기적 문제해결보다는 단기적 문제해결 쪽으로 시각의 변화를 가져다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필요한 대응 방안은 정책목표를 분명히 한 다음 정책수단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총체적 정책(holistic policy)과 정책혼합(policy mix)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 거버넌스를 제안한다면 현재 운영 중인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과 과학기술전략회의 아래에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두고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과학기술 없이는 논의가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200여개 기관들이 미래기술에 대한 예측에 열중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된 4차 산업혁명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과학기술과 사회경제 현상의 결합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통합·운영하는 자문회의에서는 미래전략을 제안하고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는 이를 구체화해 구현하는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가 바람직해 보인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증가폭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이를 사용해 왔던 연구기관과 연구주체들은 현재 상당한 애로를 경험하고 있다. 증가폭을 예상하고 기관과 연구를 설계하고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민간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조세감면 제도의 적절한 활용과 외국으로부터의 연구자금 유입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4년 조세감면 규모는 3조1000억 원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큰 조세감면 제도는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외국 연구개발 재원 유입 확대 노력은 매우 절실한 과제이다. 현재 외국의 연구개발 재원 국내 유입 규모는 2014년 현재 4500억 원 규모로 국내 총 연구개발 투자의 0.7%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비중이 가장 낮다. 지식 재산권 유출 등 문제점이 존재하나 국내 연구개발을 글로벌 표준 수준 이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관련 규제를 없애고 이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 투자 효율화의 목표는 성과 제고 

다음으로 정부 연구개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다. 우리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도 민수와 군수로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수의 경우 기초와 원천연구 비중을 높이고 개발연구 비중을 감소시켜 나가고 군수의 경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4년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서 민수 부문을 지향하는 개발 비중은 41.5% 수준으로 매우 높다. 

또한 산업계 연구자금을 우수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출연(연)과 대학 등 집단으로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2014년 민간 부문은 총 연구개발 투자 중 75.3%를 투입한 반면 78.2%를 사용했다. 우수한 전문 인력을 절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대학과 출연(연)의 산학연 협력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우선순위와 생산성이 낮은 연구개발 사업이나 과제는 과감하게 중단하고 연구 원가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사업 일몰제(sun set) 제도는 토대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정확한 분석의 결과와 미래를 고려한 제도의 정착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도입한 저예산 연구개발 방식 도입과 운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노력들은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화가 아닌 성과의 효율화 즉, 성과제고를 최종 목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연구개발 노력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적 노력의 결과이다. 

따라서 연구자의 사기 진작을 통한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연구개발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연구 환경과 조건, 연구 인센티브 제공 등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성과를 고려하지 않는 연구개발 효율화 노력은 연구개발 생태계를 더욱 황폐하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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