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외교,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대일 외교,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6.10.1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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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전문가들이 본 한일관계

한일외교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평화공존과 통일에서 일본이 장애물이 되지 않고 협조하도록 하는 것 

권철현 전 주일대사 

▲ 권철현 전 주일대사

우리 외교 당국이 자숙하고 반성할 부분이 있다. 2008년 일본 대사 시절 자민당 정권이 조만간 무너지고 민주당이 집권한다는 걸 예측한 바 있다. 우리는 자민당과 50여 년 간 교류를 했기 때문에 민주당과는 대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NPNN, 즉 New Paradigm, New Network라는 단어를 만들고 오찬은 자민당과, 만찬은 야당 쪽과 했다.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20명을 한국에 초청해서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결국 진짜로 자민당이 무너졌는데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한일관계가 오히려 더 원만했다. 

우리 외교 당국에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민주당 정권도 계속 몰락했고 다시 자민당이 집권하는 과정까지 다 눈에 보였다는 점이다. 자민당 첫 총리로 아베가 될 가능성도 보였다. 그렇다면 미리 작전을 썼어야 했다. 한일관계를 해칠 발언들을 좀 자제하도록 사전에 만나서 설득을 했어야 했다.

대통령을 최후의 외교관이라고도 한다. 마지막 외교관이 실패하면 다른 카드가 사라지고 모든 게 무너진다. 이럴 땐 다른 영역에서 접근할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전쟁 중에도 협상은 하지 않는가. 냉각 기류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밀사가 오고가고, 노련한 은퇴 외교관들이 만나서 협의를 한다든지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의 대일강경책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안타깝게 볼지도 모른다. 중국이 대국으로 커가고 있고 아시아 전체를 위협할 정도가 됐다. 과연 한국과 일본이 이렇게 가는 게 양국에 바람직할까? 그걸 외국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게 볼 것이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말이다. 

결국 한국이 일본을 일대일로 상대하긴 어렵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일본을 함께 상대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외교 능력과 수완이 뛰어나야 한다.

일본의 잘못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일관계가 좋아질까? 그걸 절대적인 전제로 놓고서 접근하면 양국 관계는 영원히 나빠진다.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의 잘못도 줄어들고 반성도 가능해질 수 있다. 

더 명심할 부분은 세계는 우리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오염수를 유출시키고 진실을 왜곡한 건 대단히 나쁜 짓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번에 올림픽을 유치했다.

또한 침략 행위와 위안부 납치를 부정한 나라에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됐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욕적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가 역사문제를 가지고 일본을 공격하는 걸 해외에선 그리 대단하게 보지 않다는 결론도 나온다. 거기에만 모든 걸 걸고 매달릴 수는 없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군이 침략을 받으면 바로 파병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 유사 상황에 일본의 파병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집단적 자위권의 큰 문제는 핵을 가진 북한을 일본이 이길 정도로 군사력이 향상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다른 나라에까지 파병을 해서 이기려면 평화헌법 폐지는 상식이고, 핵무장까지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중국 북한 일본이 모두 핵 강대국이 되고, 우리의 안보는 더 위험해진다. 

양국 정치인들이 한일관계를 정권 차원에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정권의 도구로 외교관계를 악용하는 데서 항상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한일외교의 키포인트가 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외교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고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의 평화공존과 통일에 있어서 일본이 장애물이 되지 않고 협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호섭 중앙대 교수 

▲ 김호섭 중앙대 교수

한일관계가 냉랭해진 배경을 진단해보면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발단이었다. 거기서 일본이 강경 대응을 했고 우리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자민당이 집권했다. 국내 정치를 의식한 아베의 제스처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역사관 피력 등으로 나타나자 우린 거세게 반발했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그 상태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외교 행태를 보면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를 국제화시키려는 모습이다. 취임 이후 미국 방문 당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아시안 패러독스’를 언급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는 상호 의존이 깊지만 안보나 정치면에서는 협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눈감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면서 일본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역사 문제가 한일 양국 문제로만 존재했는데 이젠 미국에까지 얘기가 된 것이다. 

특히 아베가 취임 이전부터 역사관에 있어서 우익적인 역사 인식을 표시했는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불만을 토로하니 아베 내각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적어진 면이 있다. 현재 외교 실무당국이 움직일 여지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실은 정부 간에 냉랭한 것이고 양국 국민들 간 관계는 나쁘지 않다. 우리 국민 전체가 반일이라면 일본 방문도 꺼려야 하는데 2012년 일본 방문 외국인 통계를 보면 200만 명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았고 기업 간 교류도 여전히 많다. 일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테러를 당하고 불이익을 당했다거나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하는 데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이다. 미국은 이해하고 있고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전달되고 있다. 유엔에서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인권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국제사회의 동의가 있어서다. 중국 국력의 부상과 군사력 증강이 우리 국익에 플러스는 아니다. 그런데 역사관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측면이 많다.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도 확정된 게 아니다. 아베는 그걸 원하지만 헌법 개정 또는 헌법해석을 변경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정 상태이다. 아베 정권이 몇 년 후에 바뀔 때 내각에서 해석을 변경할 수도 있다. 현행 평화헌법이 전쟁을 금지하고 군사력을 국제분쟁의 수단으로서 쓰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행사를 못한다.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다소 과도하게 해석한 부분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예산문제도 있고 군사비를 줄이려고 하는데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마당에 일본이 그 부담 덜어주면 미국으로선 당연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이 공격을 받으면 자신이 공격받은 것처럼 군사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인데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동맹을 맺은 건 미국과 한국뿐이므로 결국 미일동맹의 한계 내에서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도 사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 재정적자 누적이 GDP의 240%까지 달했다. 현재 예산에서 GDP의 0.9%인 군사비를 늘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는 해야 하지만 현실화까지는 여러 가지 벽을 넘어야 하므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글은 건강한 한일관계의 방향성을 꾸준히 모색해 온 본지가 2013년 11월 진행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김호섭 중앙대 교수 간 좌담을 기고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당시 악화일로였던 한일관계가 최근에는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한일관계 주요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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