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피엔스의 미래
[신간] 사피엔스의 미래
  • 김상민 기자
  • 승인 2016.11.05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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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발판으로 사피엔스가 신의 자리를 넘보는 지금,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4인에게 물었다. 숨가쁘게 다가오는 미래, 인간은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인가?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은 ‘아니다’,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 리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수사학적 재치, 날선 공격과 응수로 가득한 세기의 토론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 우리 인간은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과거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풍요롭게 더 안전하게 살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자유의 확산으로 그 속도가 더해간다. 다른 한편으로 신기술은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전 국민을 감시하는 감시국가를 가능하게 하며,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과학 혁명이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인류가 스스로 신이 되려 하는 길목에 놓여 있으면서도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멍크 디베이트라는 행사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봄과 가을 연 2회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나 전문가가 국제적인 이슈를 놓고 벌이는 토론회다. 2인 1조를 이룬 참가자들은 ‘토론 배틀’을 벌인다. 토론 전후로 찬반 투표를 해서 어느 팀이 승리했는지 보는 재미를 준다. 30~95달러로 판매되는 티켓이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갈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국제적 이벤트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2015년 11월에 실시된 멍크 디베이트를 엮은 책이다. 이날 토론 주제는 인류의 미래.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찬성 팀에 선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와 세계적 과학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다. 여기에 맞서 반론을 펴는 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아웃라이어』등 다섯 권의 책을 써서 1,0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올린 독보적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다. 이들 4인이 한 무대에서 인류 최대의 논제를 두고 공개 논쟁을 벌인 것 자체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스티븐 핑커는 인류의 앞날이 밝다는 것을 ‘확신’시킬 것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그는 인간의 운명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과 수치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명, 건강, 물질적 번영, 평화, 안전, 자유, 지식, 인권, 성 평등, 지능 등 인류의 삶에 그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10가지 요소를 조목조목 짚었다. 

매트 리들리는 인구 폭발, 기근, 환경오염 등 10~20년 전에 했던 암울한 전망이 모두 거짓 경보였거나 과장됐다고 운을 뗐다. 인구 증가는 극적으로 느려지고 농장의 수확량이 대폭 늘고 있으며 환경운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숲과 야생동물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박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혁신이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동력이며 인터넷 같은 신기술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속도를 높여주었다고 역설했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태어난 난 스위스의 예를 들어 반박했다. 빈곤, 전쟁, 질병 같은 문제가 모두 해결된 나라라고 해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않으며, 전쟁이 사라졌다고 해도 폭력은 지속되며, 의료 수준이 높아져도 여전히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흥미롭게도 알랭 드 보통은 ‘일상의 철학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날 논쟁을 과학이 아닌 철학적 논쟁이라고 정의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논쟁이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까지 좋았다고 앞으로도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가 줄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핵전쟁은 단 한 차례만 벌어지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기술 발전에 상응해 취약성도 증대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총 90분간 진행된 토론은 모두 발언 각 8분, 상대편 발언에 대한 반박 각 3분에 이은 자유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과학, 인문학, 경영학, 저널리즘의 최전선에 선 토론자들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저마다 달랐다. 상대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하거나 응수하면서도 중간 중간 위트 있는 유모로 청중석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열띤 토론 뒤에도 청중들의 의견은 바뀌지 않았다. 토론 전 투표 결과 찬성 대 반대가 71% 대 29%에서 토론 후 73% 대 27%로 토론의 승리는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 팀에 돌아갔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이런 멍크 디베이트의 현장을 생생하게 되살린 책이다. 국내판에는 원서에 담긴 토론 전 인터뷰, 전문가 논평 외에도 북클럽 오리진의 지식 큐레이터가 ‘옮긴이의 말’을 통해 토론의 의미와 재미를 제대로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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