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전술적 문화운동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전술적 문화운동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1.0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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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명단의 실체라는 것이 모호하고, 이름이 올라 있더라도 어떤 차별이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된 바가 없는 상태다. 악의적인 음모론으로 모는 액션 사이클은 문화예술을 운동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좌파문화운동의 전술전략과 그대로 겹친다.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는 사실일까? 전략일까? 

지난 10월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문화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 조희문 영화 평론가·중앙대 영화학 박사·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이후 ‘문화예술계’는 벌집을 건드린 듯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동안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에서 이유 없이 탈락했다”는 증언들이 줄을 잇듯 이어졌고 정부를 비난하는 주장들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문화부는 공식적으로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지만 행동에 나선 ‘문화예술인’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연대와 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작가회의 등 몇몇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책임자 처벌과 예술 검열반대 예술행동’이라는 임시 조직을 만들어 시위에 나서는 순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문화계블랙리스트’ 소동은 전략적으로 기획된 행동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든다. 누군가, 어디선가 일련의 사례들을 수집하고 정리해 특정한 자료로 만들고,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계기화하고 그것을 빌미로 행동에 나서는 과정이 이전의 여러 시위과정과 흡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 탈락했다며 명단 나돌아 

관련하여 누군가 발언하고 행동을 보이면 매체를 통해 뉴스로 포장되어 일반적인 여론인 것처럼 가공된다. 기사는 다시 SNS를 통해 여기저기로 퍼진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관련 내용들이 주루룩 뜬다. 대부분은 현 정부나 정권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벽보처럼 바뀌어 있다.

이런 내용들은 다시 자료화되거나 고발의 증거처럼 인용되어 또 다른 논란의 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 시비가 정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도종환 의원의 발언은 며칠 후 같은 당 소속 이훈 의원의 “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훈 의원은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블랙리스트는 청와대를 통해 작성되어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내진 문서라면 명백히 공권력을 이용한 문화계 탄압”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위원회가 직권조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직권조사는 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하는 대신 “실태 파악을 위한 기초조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위원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기초조사를 하겠다는 대답을 했으니 그 결과에 대한 보고는 해야 한다. 조사를 해서 사실이라고 밝혀지면 논란을 구체적인 사실로 확정하는 것이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보고하면 정부 편을 들어 숨기는 것이 아니냐며 다그치거나 무능하게 할 일을 못한다며 몰아댈 수도 있다. 엉뚱하게 인권위원회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래저래 논란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개인, 그들이 소속되거나 연결되어 있는 단체들이 주장하는 차별의 실체는 심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것도 이름과 숫자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누가 만든 것인지도 알 수 없고 더 근본적으로는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논란대로라면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 심사를 하는 곳에서는 명단을 열람하며 리스트에 있는지 없는지 일일이 대조하고 이름이 보이면 내용에 상관없이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어느 심사가 그렇게 진행될 수 있는가? 심사위원들은 아무런 판단력이나 양식이 없는 기계들인가? 만약 누군가를 리스트 여부에 따라 무조건 탈락시키는 경우라면 심사위원 개별의 의사가 아니라 그보다 더 윗선의 지시가 있어야 하고 심사위원들은 무조건 그 지시대로 따라야 가능한 일일터이지만 어느 누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심사위원 중 누군가가 그런 일을 거부하고, 대외적으로 밝힌다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원이 특정 분야에만 쏠리고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현상이 보이기만 하면 이전에 벌써 시비가 불거졌을 터이다.

자료 수집·정리 확산이 시위 과정과 흡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영화나 콘텐츠 분야를 제외한 예술분야 전반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장르별 사업 뿐만 아니라 단체, 창작공간 둥에 대해서도 지원사업을 한다. 

연극분야의 경우 일반과 어린이.청소년 부문으로 구분해 시범공연 지원, 우수작품 제작 지원, 우수작품 재공연 지원 등으로 다시 세분한다, 이런 방식은 무용, 음악, 오페라 등의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정 사업까지 합치면 45개 단위 부문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지원금이 활동의 실질적 자금 역할을 하는 현실에서 지원금의 향방은 대다수 예술인들에게는 중요한 관심사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지원금은 말 그대로 지원금 성격이기 때문에 일단 지원을 받고 적당히 내역을 맞춰 사용하면 그만이다. 상환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지원금은 소진성 일방통행을 한다. 

물론 이 같은 지원이라고 하여 무조건, 무제한으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원 자격과 선정기준 등을 가린다. 허위로 내용을 조작하거나 지원을 받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등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재나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력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충분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등에서 이미 지원을 받아 2중 지원이 되는 경우에도 제한될 수 있다. 

어떤 사유에 적용되는지는 위원회 사무국의 행정조사와 심사위원들의 판단 등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제출한 내용이 다른 대상들에 비해 현격하게 조악해 보인다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지원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지원에서 탈락했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여러 심사위원들이 종합한 판단으로 결정 되는 일이다. 대부분 여러 명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것은 특정심사위원의 정치적 성향의 편향을 조정하고 독단으로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단의 실체라는 것이 모호하고, 이름이 올라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떤 차별이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된 바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악의적인 음모론으로 몰아 정부와 정권을 비난하는 일련의 액션 사이클은 문화예술을 운동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좌파문화운동의 전술전략과 그대로 겹친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가 머지않은 시점에서 국정감사라는 합법적 공간을 통해 이슈로 떠올리고 ‘문화예술인’들이 되받아 여론몰이를 하는 과정은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현장을 보는 듯하다. 

문화예술은 미술 작품이나 음악의 선율 속에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치의 선봉에서도 전선을 이룬다.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 논란을 단순한 사건이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선의적 시도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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