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법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본은 ‘법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 조희문/영화평론가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1.07 14: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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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문 영화 평론가·중앙대 영화학 박사·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그야말로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날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에 관한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탓이다. 길거리는 시위대로 덮이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는 무엇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런 보인다. 민심은 물결을 타버렸고, 모든 것을 기정사실화해버린다. 어떤 종류의 불씨로 시작되었던 간에 이미 거대한 산불로 번졌고, 다시 바람을 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을 때까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지, 불길을 잡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도 난감하다. 대책을 세운다면 누가 어떻게 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정치권은 입장에 따라 손익계산을 따져가며 중구난방이고, 여론은 시시각각 분노지수를 높이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제가 되어 버리는 순서를 밟고 있는 중이나 다름없다.

대통령도 사람인 한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주문과 기대는 일방적 요구일 뿐이다. 박근혜대통령의 부적절한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연설문을 발표 전에 외부에 유출한 것? 공식 라인에 없는 주변 인물이 부정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비호한 것? 대통령 권한을 사인에게 내어준 것?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근거가 없는 추정이거나 실제보다 부풀린 과장일수도 있다.

결국 언론이 제기하고, 여론이 분노하고 있는 여러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위임해준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비선의 측근을 통해 사사롭게 남용했다는 혐의는 분명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고, 책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사실을 규명하기도 전에 흥분하고 국민은 그보다 더 격하게 반응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 벌어졌던 ‘광우병 소동’은 실체가 없는 광란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핑계를 내걸며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 바람을 주도한 세력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음모적 전술로 시작했으니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정권의 근력이 가랑잎처럼 가볍고 미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성공이었고, 정당한 권한으로 국가를 보위해야할 정권의 책임자들은 엎드리기에 바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난 10월 달(1-20) 수입축산물 검역 실적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만551t으로 호주산(8382t)보다 2169t 많았다. 2003년 광우병 파동 때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는 2008년 6월부터 재개되었고 그때부터 소비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통계자료는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걱정없이 먹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그때 나라를 뒤집을 듯하던 시위인파는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도 미국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난다며 고기 먹기를 기피하고 있을까?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먹을까? 시장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그 많은 미국쇠고기는 누가 먹는 것일까?

광우병 과장 왜곡보도 행태를 보이는 최순실 보도

스크린쿼터 축소논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과 미국간 FTA 체결협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영화법에 따라 한국영화 보호 제도로 운영하고 있던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의무상영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축소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당시 기준(연간 146일)에서 하루도 줄일 수 없다며 격렬하게 스크린쿼터 지키기 시위를 벌였다. 보호를 줄이고 경쟁 구조를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영화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방론자들의 주장은 나라주권을 내놓으려는 매국적 행위로 몰렸다.

결국 FTA는 체결되었고, 스크린쿼터제는 2006년 7윌 1일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이후 한국영화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50-6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보호막을 걷어낸 개방이 성장으로 이어진 경우다.

그때도 시위는 연일 이어졌고 스크린쿼터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국영화를 보호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며 가세했다. 제도의 효율을 따져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꺼내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그때 스크린쿼터를 줄이거나 폐지하면 당장 한국영화가 고사하고 그 자리를 미국영화가 차지할 것이라며 결사저지에 나섰던 세력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동조하거나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일까?

개인적인 행위에 분노를 드러낸 경우도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의 ‘땅콩회항 사건’ 때도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그의 지시나 행동이 적절했는가의 여부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가리면 될 일이었다. 당사자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인데도 마녀 사냥하듯 이것저것 들추고 보태서 천인공노할 존재쯤으로 만들었다. 고개만 올려도 오만하다느니 건방지다느니, 아직도 반성을 하지 않느니 하면서 본질과는 관련 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여론은 재판관처럼 움직였지만 어디에도 침착하게 절차를 따라 사실 규명을 해야 한다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향의 박현정 대표 논란 때도 비슷했다. 박현정 대표가 인격을 무시하는 막말을 했고, 그것이 단원들의 인격과 근무의욕에 심각한 훼손이 되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만해도 일방적인 사실처럼 다가왔지만, 정명훈 지휘자와 그의 부인, 직원 등 여러 사람이 관련된 음해라고 주장하는 박 대표의 반론이나 해명은 빗발치는 비난 속에서 누구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동분서주 하며 관련 자료를 모으고, 반박 증거를 챙겨서 경찰에 제출하고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오히려 박대표가 조직적인 음해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돌아선 여론이 박대표를 응원하거나 잘못알고 흥분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마녀 사냥식 보도에 휘둘리는 사회, 법대로 하자

어느 경우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던지면 그만이고, 이후는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니 듣고 보는 것이 진정 사실인지 아닌지 분별할 여지도 없다.

일반인들이 정보를 얻는 수단은 대부분 언론이 전하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언론은 완전한 굿판처럼 보인다. 사실이건 추정이건 가리지 않고 속보경쟁을 쏟아낸다. 특히 종편 방송은 최순실씨가 사교의 교주인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도 있고, 대통령을 주술에 마법 걸린 사이비신도인 것처럼 몰아가기도 한다. 수사 받는 과정에서 곰탕 한 그릇을 다 먹었다는 내용을 뉴스속보라며 자막으로 띠우는 사례도 있었다. 그것도 거듭거듭 반복해서.

언론이 사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내용을 조절하거나 이념적 지형에 따른 진영논리에 갇혀 있거나, 시청률(구독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논리에 내몰려 여과없는(또는 계산된) 주장을 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언론이나 여론은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모순은 세월이 지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된다.

지금의 민심이 요동치는 것은 대통령과 관련된 최근의 몇 가지 내용만으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인사스타일이나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단호함 같은 것들을 통해 국민적 감성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불만(?), 여론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기대, 무엇보다 점점 나빠지는 경제 환경과 생업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이 겹쳐지면서 분출구를 찾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수록 해결은 법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물론 후일에서도 성숙한 모습으로 남을 터이다.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이해관계에 따른 과장이나 선동, 실체가 없는 흥분이나 분노도 가라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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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2017-01-09 09:32:36
법을 좋아해서 검사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통치 집권한 정권의 추악함과부패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법이 악을 은폐, 비호하고 통제하려 움직일 때부터 사회에서 법 질서는 무너진다. 그럴수록 법을 외치는 것도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의 공통적 습성이다. 사람의 인생과 사회를 움직이는 건 자연법이고, 이 법은 모든 법에 선행하며 상위한다. 이것이 법의 모습으로 가장한 기만으로 하여금, 오래 못가게 하는 이유다.

베르단디 2016-12-01 19:10:32
웃긴게 유력경제신문 주필이 법에도 없는 하야를 주장하는 성명을 방송에서 읽어줍니다. 그러면서 이나라의 떼법이 어쩌니 국회가 쓰레기니 이런말을 하죠... 웃기는 세상입니다. 어디서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사탕발림을 내 뱉는지 한심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