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장 모델
과학기술,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장 모델
  • 이장재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1.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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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노력은 지금까지 중앙 정부의 주된 역할로 간주되어 왔기에 부산에서 열리는 R&D 주간 행사는 낯설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KDI와 현대경제연구원 등에서 전망한  2.6%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조류가 몰려오고 있는 골든타임에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우울한 뉴스만을 양산하고 있다.

▲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미래한국 편집위원

이러한 와중에 부산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10월 25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부산 R&D 주간’ 행사가 그것이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노력은 지금까지 중앙 정부의 주된 역할로 간주되어 왔기에 부산에서 열리는 R&D 주간 행사는 낯설지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이 지난 해에 이은 두 번째 행사라는 사실에 더 주목하게 된다. 

과학기술을 통해 단기적으로 지역의 경제성장과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변혁에 대비하기 위한 지자체의 새로운 시도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지역은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기술적 성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으로 미래보다는 현재를 우선시하는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부산은 조선과 해운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기에 제2회 부산 R&D 주간행사는 더 역설적으로 빛나고 있다. 지역에서 연구개발을 중시한다는 것은 장기적 비전을 지역의 발전에 투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영국 런던의 텍시티를 주목하라

학문적 용어인 지역혁신체제(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 개념에 따르면 지역 발전전략에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하나는 외생(exogenous) 전략, 즉 지역 외부에서 기술과 인력을 유입해 활용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내생(endogenous) 전략, 지역 내부에서 기술과 인력을 키워 이를 핵심 역량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전자는 1960년대 이래로 다양하게 낙후된 지역이 활용해 왔던 전략이다. 반면, 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전자 방식의 전략이 지속가능성을 갖지 못한 결과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하여 나타난 전략이다.

또한 후자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 루트 128, 리서치 트라이앵글,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스웨덴의 씨스타 사이언스 파크,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의 새로운 지역혁신사례가 등장하면서 더 관심을 받게 된 전략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메가도시형 지역혁신사례로 런던의 텍시티(Tech City)와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 등이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텍시티는 런던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쇠퇴한 제조업 공장 등 대형건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이주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점차 부티크, 갤러리, 바, 레스토랑 등이 복합적으로 믹스되면서 현재는 디지털 기술기업들이 몰려들었고 이를 영국 정부가 지원하면서 현재는 연면적 48만평의 세계적인 도심 혁신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산은 민선 6기 시장인 서병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TNT 2030 계획을 발표했다. TNT란 Talent(인재)와 Technology(기술)이며, TNT 2030이란 인재와 기술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하여 2030년까지 부산을 세계적인 창조혁신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 계획이다.

동 계획에 기반하여 부산은 지역에서 두 번째로 과학기술에 대한 기획과 평가를 주도하는 전문기관인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을 설립했다. BISTEP은 부산광역시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와 별도로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부산과학기술진흥위원회를 구성, 전국적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위촉해 부산시의 과학기술 활동에 국가적 차원의 전문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 더불어 제3회 과학기술진흥위원회가 함께 개최되어 과학기술중심도시 부산의 비전 및 전략수립 결과 등이 심의되었다.

▲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R&D 사업 예산을 지방에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R&D 수요 더 잘 알아

부산시의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R&D 기획평가 전문기관을 설립한 경기도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경기도의 과학기술진흥원(GISTEP)은 2010년 5월에 설립되어 지자체의 R&D 활동을 기획·관리해 오고 있다가 올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통폐합이 결정되어 이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의 위축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자구 노력은 서로 다른 경로를 보이고 있어 향후가 주목되는 것이다.

2013년 현재 지역내 총생산(GRDP) 대비 총 연구개발비 비중은 부산은 1.42%인 반면 경기도는 9.22%이고 지자체 총예산 대비 과학기술 관련 예산 비중은 2014년 현재 부산은 4.19%, 경기도는 1.65%로 나타난다. 부산은 민간부문의 R&D 활동이 미진한 반면 지자체의 R&D 관련 투자와 의지가 매우 강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민간 R&D 활동은 활발한 반면 지자체의 R&D 관련 투자와 의지가 미진함을 나타낸다. 지역 R&D 활동 핵심조직의 미래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다른 경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의 R&D 활동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놓여 있다. 바로 예산 문제이다. 재정자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자체의 경우 재정 투자에서 커다란 애로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 R&D 활동의 주된 목표는 중앙 정부의 R&D 사업이나 과제 유치 혹은 공동사업 추진이 우선이 된다. 여기에 지역의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의 지자체는 정치적 자립이 실현된 반면 재정적 자립이 상대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결과이다. 이로 인해 현재 지자체에서는 중앙 정부가 부처별로 지역 단위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을 지역별 단위로 묶은 포괄예산(lump-sum budget)을 지자체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 부처들보다는 지자체가 지역의 역량과 수요를 더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예산을 쪼개서 집행하기 보다는 하나의 묶음으로 지자체에 달라는 주장이다. 반면 중앙 정부는 아직 지자체의 사업에 대한 기획과 집행 역량이 낮아 중앙 정부가 계획을 수립해 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부산의 행보는 지자체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와 함께 지자체와 중앙 정부의 예산 배분 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부산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모델과 경로가 제시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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